“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 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현대 영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세계 고전동화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쓴 현대소설 앤솔러지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11년 월드판타지상 베스트 앤솔러지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고전동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동화이며 소설이다.
특히 신비한 마법 이야기나 경이로운 이야기, 방대한 스펙트럼의 예술에 열광하는 이 시대는 다름 아닌 동화 세계로의 복귀를 꿈꾸는 시대이다. 모든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동화로부터 덧붙여지고 발전되어 왔다. 『위키드』의 저자인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서문에서 평론가 노스럽 프라이의 말을 인용하며 문학을 계절의 진행처럼 봄은 희극, 여름은 로맨스, 가을은 비극, 겨울은 풍자나 아이러니로 읽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밖에 더 많은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동화에는 그러한 분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동화 정신이 발휘된 흥미로운 앤솔러지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는 현재 작법의 경향을 반영하는 다양한 장르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이 추구하는 작업들이 성취해 낸 작품집일 뿐만 아니라, 동화의 다양성을 매혹적으로 흥미롭게 표현함으로써 현대소설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작품집이다.
미래의 독서가들을 위하여 영원히 읽혀야 하는 이야기, 동화의 힘
“삶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 _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이 책을 기획한 케이트 번하이머는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고 말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견해를 빌려 “모든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강조한다. 세계 동화계의 권위자인 마리아 타타르는 그녀의 저서 『마법에 걸린 사냥꾼』에서 동화가 그토록 사랑받아 온 이유가 동화를 읽는 것은 책 읽기와 사랑에 빠진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화는 폭력적일 수 있지만 현실의 고통과 상실이 담겨 있다. 살인, 학대, 근친상간, 굶주림, 부패 등 현실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반영하면서 마술의 힘으로 위험에 처한 인물들을 보호하려는 힘을 가졌다.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동화는 교활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쓰인 기원이며 종말론이면서,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밝게 빛나는 눈부신 삶의 양면인 어둠에 말을 건다”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동화 속의 캐릭터로 다수 등장하는 이 책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받는 현실 세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이렇듯 동화의 세계는 잔혹한 현실의 세계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계속해서 읽힌다.
케이트 번하이머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의 세대를 위해 동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소명 의식을 담고자 희망한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동화는 가장 경이로운 세계를 품고 있고,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으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상호 공존하고 계층적이지 않은 동화의 정신을 통해서 현실 세계를 인간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진정한 힘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이하고 황홀한 낯선 세계로 안내할 새로운 동화들의 파노라마
이 책의 제목이 된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는 앨리사 너팅의 「오빠와 새」에 나오는 노래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노간주나무」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새엄마에게 살해당한 오빠의 죽음을 이복동생 마를레네의 시선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보여 준다. 앨리사 너팅은 원작 속의 아버지가 수프로 만들어진 아들을 먹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에 주목하여, 정신적 공허에 빠진 현대사회 부모들의 모습을 서늘한 시선으로 극대화시킨다.
마이클 커닝햄의 「백조 왕자」는 안데르센 원작의 「백조 왕자」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열한 명의 왕자들이 모두 저주에서 풀려나는 해피엔딩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한 열두 번째 막내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오른팔이 백조 날개인 채로 나이 들어 가면서 변두리 술집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형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을 원작으로 한 조이스 캐럴 오츠의 「푸른 수염 연인」과 존 업다이크의 「아일랜드의 푸른 수염」 또한 주목할 만하다. 원작 이야기 속의 처녀는 푸른 수염의 명령과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조이스 캐럴 오츠는 이 여성을 좀 더 발칙하고 영악한 캐릭터로 바꾸는 재치를 발휘하는 한편, 존 업다이크는 아일랜드 남서부로 여행을 떠난 부부의 위태로운 여행을 예리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동화적 색채를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모더니즘 소설을 선보인다.
닐 게이먼의 작품 「오렌지색 빛」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하는데,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 여정을 거대한 서사시로 풀어낸 원작과 달리, 닐 게이먼은 특유의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외계인과 함께 머나먼 여정을 떠난 여동생 너리스의 실종 사건을 다룬다.
「난 여기 있잖아요」의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는 황금사과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러시아 민담 속의 이반 왕자 이야기를 가져와 평범한 가정주부 올가의 악몽 같은 휴가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 페트루솁스카야는 러시아 민담의 관습적 플롯에서 벗어나 특유의 암울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사실적이고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 준다.
■ 차례
머리말 / 케이트 번하이머
막을 올리며 / 그레고리 머과이어
01 바바 야가와 펠리컨 아이 / 조이 윌리엄스 [러시아 * 바바 야가 이야기]
02 열정 / 조너선 키츠 [러시아 * 눈 아가씨]
03 난 여기 있잖아요 /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러시아 * 이반 왕자 이야기]
04 오빠와 새 / 앨리사 너팅 [독일 * 그림 형제 * 노간주나무]
05 헨젤과 그레텔 / 프랜신 프로즈 [독일 * 그림 형제 * 헨젤과 그레텔]
06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 / 케빈 브록마이어 [독일 * 그림 형제 * 룸펠슈틸츠헨]
07 금실로 자은 머리카락 / 닐 라뷰트 [독일 * 그림 형제 * 룸펠슈틸츠헨]
08 백조 오빠들 / 셸리 잭슨 [독일 * 그림 형제 * 여섯 마리 백조]
09 따뜻한 입 / 조옐 맥스위니 [독일 * 그림 형제 * 브레맨 음악대]
10 백설과 장미 / 리디아 밀릿 [독일 * 그림 형제 * 백설과 장미]
11 요정의 왕 / 세라 션리엔 바이넘 [독일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마왕]
12 대플그림 / 브라이언 에번슨 [노르웨이 *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외르니엔·요르겐 모에 * 대플그림]
13 백조 왕자 / 마이클 커닝햄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백조 왕자]
14 미완의 사람들 / 캐런 조이 파울러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백조 왕자]
15 녹색 공기 / 리키 듀코넷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성냥팔이 소녀]
16 나무의 인어 / 티머시 샤퍼트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인어 공주]
17 몸이 사라질 때 소라고둥이 부르는 노래 / 캐서린 바즈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인어 공주]
18 눈의 여왕 / 캐런 브레넌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눈의 여왕]
19 개들의 눈 / 루시 코린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마법의 부싯깃 통]
20 작은 냄비 / 일리야 카민스키 [덴마크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찻주전자]
21 따뜻한 침 한 양동이 / 마이클 마톤 [영국 * 조지프 제이콥스 * 잭과 콩나무]
22 고양이 가죽 / 켈리 링크 [영국 * 조지프 제이콥스 * 고양이 가죽]
23 티그 오케인과 시체 / 크리스 에이드리언 [아일랜드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티그 오케인과 시체]
24 리투야 만의 뱃놀이 / 짐 셰퍼드 [이탈리아 * 이탈로 칼비노 * 내 자루로 들어가]
25 영혼 없는 몸 / 캐스린 데이비스 [이탈리아 * 이탈로 칼비노 * 영혼 없는 몸]
26 소녀, 늑대, 노파 / 켈리 웰스 [이탈리아 * 빨간 모자]
27 내 동생 게리가 영화를 찍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 / 서브리너 오라 마크 [이탈리아 * 잠바티스타 바실레 * 어린 노예]
28 색의 대가 / 에이미 벤더 [프랑스 * 샤를 페로 * 당나귀 공주]
29 흰 고양이 / 마저리 샌더 [프랑스 * 도누아 부인 * 흰 고양이]
30 푸른 수염 연인 / 조이스 캐럴 오츠 [프랑스 * 샤를 페로 * 푸른 수염]
31 아일랜드의 푸른 수염 / 존 업다이크 [프랑스 * 샤를 페로 * 푸른 수염]
32 잠자는 공주를 깨우는 키스 / 래비 알라메딘 [프랑스 * 샤를 페로 * 잠자는 숲 속의 미녀]
33 도심 병원 의료진의 응급실 업무 및 위험 관리에 관한 사례 연구 / 스테이시 릭터 [프랑스 * 샤를 페로 * 신데렐라]
34 오렌지색 빛 / 닐 게이먼 [그리스 * 호메로스 * 오디세이아]
35 프시케의 어두운 밤 / 프란세스카 리아 블록 [그리스 * 큐피드와 프시케]
36 모기 이야기 / 릴리 호앙 [베트남 * 모기의 전설]
37 첫눈 내리는 날 / 아와 나오코 [일본 * 가미가쿠시 설화]
38 나는 안주히메코 / 이토 히로미 [일본 * 산쇼 다유]
39 코요테야 우리를 집에 데려다줘 / 마이클 메지아 [멕시코 * 할리스코 민담집]
40 그 후로 오랫동안 / 킴 아도니지오 [미국 * 월트 디즈니 *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41 백사 자수 / 케이트 번하이머 [미국 * 에드거 앨런 포 * 타원형의 초상화]
옮긴이의 말
원작 동화 읽기
■ 작가 소개
01. 조이 윌리엄스 1973년 첫 소설 『스테이트 오브 그레이스』를 발표한 후, 미국 중산층의 삶을 그려 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과 함께 퓰리처상 및 전미도서상 후보로 여러 차례 선정되었다.
02. 조너선 키츠 SF, 판타지, 심리학과 매스미디어에 대한 은유를 담은 추리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 주요 작품으로 『살인 포트폴리오』, 『헛됨보다 가벼운』 등이 있다.
03.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부조리한 현실을 음울하고 환상적인 문체로 은유하는 현대 러시아의 대표적 소설가이자 극작가. 주요 작품으로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가 있다.
04. 앨리사 너팅 에로티카, 풍자, 사회 비판이 결합된 『여자들과 소녀들을 위한 불결한 일들』, 『탬파』 등을 발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비견될 만한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05. 프랜신 프로즈 1973년 첫 소설 『경건한 유다』 출간 후 인문 교양서 『탐식』, 『매혹의 조련사, 뮤즈』 등 소설 외의 장르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06. 케빈 브록마이어 판타지와 문학적 전통, 현실 세계를 혼합한 환상적인 묘사에 정통한 작가. 『손들』, 『천장』, 『로라, 시티』로 오헨리문학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07. 닐 라뷰트 성과 정치의 문제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 내는 데 탁월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극작가. 1997년 첫 연출작 <남성 전용 회사>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08. 셸리 잭슨 장르 혼합 및 파괴 등 실험적인 작품 세계로 명성을 얻은 소설가이자 미술가. 사람들의 몸에 한 단어씩 타투를 새겨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킨 ‘피부Skin’ 프로젝트가 대표작이다.
09. 조옐 맥스위니 시, 소설, 희곡, 비평 등 전방위적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주요 작품으로 소설 『플랫』, 『닐런드, 사코그래퍼』 등과 시집 『빨간 새』 등이 있다.
10. 리디아 밀릿 인간의 삶을 둘러싼 정치, 문화, 가족 등의 문제를 신랄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 낸 작가. 주요 작품으로 『나의 행복한 삶』,『오 순수하고 빛나는 심장이여』 등이 있다.
11. 세라 션리엔 바이넘 2010년 《뉴요커》가 선정한 ‘젊은 작가 20인’에 뽑힌 미국 현대 문단의 기수. 중학교 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미스 헴펠 연대기』로 2009년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12. 브라이언 에번슨 SF, 공포, 스릴러 장르를 중심으로, 암울한 블랙코미디적 작품 세계로 유명한 작가. 주요 작품으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있다.
13. 마이클 커닝햄 1982년 소설집 『진주 목걸이』로 데뷔, 1999년 『세월』로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수상, 영화로 제작된 동명의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다.
14. 캐런 조이 파울러 SF 및 대체역사 판타지 분야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작가. 2005년 발표한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이 1년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15. 리키 듀코넷 마법적 상상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소설가,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주요 작품으로 『비취 캐비닛』과 『팬메이커의 재판』 등이 있다.
16. 티머시 샤퍼트 환상문학적 모티프를 격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변주하는 작가. 주요 작품으로 『작은 희망의 관』, 『노래하고 춤추는 신의 딸들』 등이 있다.
17. 캐서린 바즈 1994년 첫 소설 『향수』를 발표. 1997년 『파두』를 통해 마술적 리얼리즘의 영향으로 시적인 서사를 구현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 드루하인즈문학상, 프래리스쿠너상 수상.
18. 캐런 브레넌 시적인 섬세함과 미니멀리즘 작법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 1990년 소설집 『야성의 욕망』으로 AWP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19. 루시 코린 1994년부터 꾸준히 단편소설을 발표. 주요 작품으로 『사이코 킬러의 나날』, 『총체적 난국』 등이 있다. 푸시카트상을 수상했다.
20. 일리야 카민스키 1977년 구소련 오데사에서 태어나 1993년에 미국으로 망명. 2004년 시집 『오데사에서의 춤』으로 현대 영미권 시인 중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언어 감각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았다.
21. 마이클 마톤 1977년 『상실』을 발표한 이래로 30여 권의 소설과 에세이 등을 발표한 작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앨라배마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2. 켈리 링크 SF와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리얼리즘 장르를 혼합한 마술적 리얼리즘 계보를 잇는 작가. 대표작인 소설집 『초보자를 위한 마법』으로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을 수상했다.
23. 크리스 에이드리언 소아과 의사이자 작가. 의사로서의 경험과 엉뚱한 상상력을 보여 주는 사회풍자소설 『아동 병원』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24. 짐 셰퍼드 1983년 첫 장편소설 『파이트』를 발표. 2005년 『프로젝트 X』로 매사추세츠북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현재 매사추세츠의 윌리엄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25. 캐스린 데이비스 1988년 첫 장편소설 『래브라도』로 평범한 일상과 불가사의한 우화의 세계를 경쾌하고 절묘하게 그린 놀라운 소설가라는 절찬을 받았다.
26. 켈리 웰스 단편소설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 군상을 그린 소설집 『응축된 상처들』로 2002년 플래너리오코너상을 수상했다.
27. 서브리너 오라 마크 2004년 첫 시집 『아기들』을 발표. 세계의 무질서함을 혼란과 분열의 조화로 파악, 적확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포착한 시인.
28. 에이미 벤더 1998년 첫 소설집 『불타는 스커트 속의 소녀』를 발표. 일상에 감추어진 인간의 고독을 동화적 리얼리티를 살려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는 호평을 받은 작가.
29. 마저리 샌더 푸시카트상, 최고의 미국 단편소설 등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주목받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2000년 산문집 『정원사의 밤 : 가정을 위한 연구』로 오레곤북어워드를 수상했다.
30. 조이스 캐럴 오츠 1959년 단편소설 「구세계에서」로 등단 후, 50여 편의 장편소설, 1,00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 『좀비』로 브램스토커상, 『폭포』로 페미나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 매년 거론되는 영미권의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
31. 존 업다이크 1959년 첫 소설 『구빈원 축제』를 발표 후, 미국 중산층의 삶의 불안과 공허를 예리한 감수성과 풍부한 문체로 표현한 미국의 대표적 소설가.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았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 76세의 나이로 타계.
32. 래비 알라메딘 1959년 요르단에서 태어나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 성장. 17세 때 영국으로 이주 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공학자, 화가, 소설가. 이주민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독특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33. 스테이시 릭터 MTV 세대의 캐릭터로 꾸민 작중인물과 블랙코미디로 정곡을 찌르는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가진 소설가. 소설집 『사탄과의 약속』, 『쌍둥이 연구』 등을 출간.
34. 닐 게이먼 현대 영미문학계 10대 포스트모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SF판타지 작가. 주요 작품으로 『샌드맨』, 『멋진 징조들』, 『코랄린』, 『스타더스트』, 『베오울프』 등이 있다.
35. 프란세스카 리아 블록 레이먼드 챈들러 이후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삶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 낸다고 평가받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시인. 주요 작품으로는 「위치 배트 시리즈」가 있다.
36. 릴리 호앙 실험적이며 아방가르드한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장편소설 『변신』으로 미스터리, 동화적 요소와 점술, 중국 『주역』의 전통을 현대소설 속에 녹여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37. 아와 나오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동문학가. 주요 작품으로 일본의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여우의 창」, 「새」 등이 있다. 1993년 타계.
38. 이토 히로미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동화 작가. 다카미준상 외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시선집 『가노코 죽이기』, 동화책 『용감한 달 사냥꾼』 등이 있다.
39. 마이클 메지아 2005년, 20세기 오스트리아 현대 작곡가 안톤 폰 베버른의 생애를 다룬 첫 장편소설 『건망증』으로 세상을 음악과 소설로서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절찬을 받았다.
40. 킴 아도니지오 도발적이면서 신랄한 미국 시인으로 다수의 시집과 소설집을 출간한 작가. 파격적인 어조와 묘사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시집으로 『말해 줘』가 있다.
41. 케이트 번하이머 영미 문학계에서 동화 장르의 살아 있는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이자 《동화 리뷰》의 창간인, 편집자. 동화를 모티프로 한 소설들을 창작하고 기획.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들을 펴냈다.
■ 옮긴이 서창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토미노커』『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제3의 바이러스』『암스테르담』『촘스키』『벡터』『쇼잉 오프』『마틴과 존』『구원』『축복받은 집』『저지대』 등이 있다.
■ 해외 언론 및 평단의 찬사
“전 세계 고전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이며 초현실적인 마흔한 개의 이야기들이 벌이는 향연이 이 아낌없는 책에서 기민하게 펼쳐진다.” _ 《엘르》
“이 전율케 하는 제목의 책은 동화는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으며 유머러스한 형태로 변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여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달콤한 것들이 담겨 있다. 그 예로, 에이미 벤더의 「색의 대가」와 케빈 브록마이어의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는 우리의 삶이 룸펠슈틸츠헨과 비슷하다는, 그로테스크하고 재치 있으며 우울한 추측에 빠지게 한다. 사실주의의 대가 프랜신 프로즈의 「헨젤과 그레텔」, 크리스 에이드리언의 「티그 오케인과 시체」는 소름 끼치는 오락물이다. 캐런 조이 파울러의 「미완의 사람들」은 으스스하게 흥분되며, 짐 셰퍼드의 「리투야 만의 뱃놀이」는 저돌적으로 복잡하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작품 아와 나오코의 「첫눈 내리는 날」은 당신을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다.” _ 《보스톤 글로브》
“재치 있고, 소름 끼치고, 으스스하며, 재밌고 또 신선하고 놀라우며, 생생하며 날카롭다. 이 선집은 매 작품마다 놀라움과 기쁨을 줄 것이다. 닐 게이먼과 마이클 커닝햄이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존 업다이크와 에이미 벤더가 켈리 링크와 함께 지면을 공유하는 성대한 모임을 이루었다.” _ 《라이브러리 저널》
“동화는 죽지 않았다. 이 경이로운 선집은 동시대 최고의 작가들과 오랫동안 가장 사랑받아 오던 이야기(룸펠슈틸츠헨, 푸른 수염, 마왕, 헨젤과 그레텔, 백설 공주 등)들을 생생한 일상어로 다시 살아나게 하여 한데 모은 것이다. 상상력에 가득 찬 어떤 시대의 독자에게도 완벽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눈부신 꿈이며 빛나는 악몽이다.” - 세스 레러(UCSD 석좌교수), 『아동 문학 : 독자의 역사, 이솝에서 해리 포터까지』의 저자
“원작을 되살린 동시대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이함과 환희, 충격 속에 몰아넣는다.” _ 다시 스테인크(소설가)
■ 본문에서
45쪽 「바바 야가와 펠리컨 아이」
얘들아, 나에게는 아직 쓰지 않은 마법의 힘이 있단다. 너희들, 사람이 되고 싶니? 너희들이 끔찍한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이 되고 싶어? 고양이와 개는 말을 했다. 펠리컨 아이는 살아 돌아온 날 이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요, 개와 고양이가 말했다.
68~69쪽 「난 여기 있잖아요」
올가는 바바 아냐에게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이 공포감은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에서 비롯된 환상일 뿐이라고 설득하려 애썼다. 올가의 심장처럼 버림받아 아파하는 심장에서 비롯된 환상일 뿐이라고 믿게 하려고 애썼다.
“할머니, 저는 여기가 제 마지막 안식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왔어요.”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런 안식처는 없어.” 바바 아냐가 말했다. “각자의 영혼이 그 자신의 최후의 안식처인 거야.”
“전 적어도 할머니가 저를 내쫓지 않고 받아 주시리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서 머무르며 자고 가도 될 줄 알았다고요.”
“올가, 안 된다니까.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말했잖아, 그럴 수 없다고. 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야.”
90쪽 「오빠와 새」
라디오에서 가벼운 오르간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아빠는 음식을 자르고 또 잘라서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만들었다. “사워 브라튼 요리를 다시 해 줄 수 없을까?” 아빠가 멍한 눈길로 접시를 내려다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바로 그때 라디오에서 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포크를 쥐고 있던 마를레네의 손이 얼어붙었다. 뭔가가 가볍게 떨리는 바로 그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잠깐 나더니 아주 기이한 노래가 나왔다.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네.” 그 목소리가 노래했다.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여동생이 내 뼈를 구해 주었지. 짹짹……”
125쪽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
반쪽 룸펠슈틸츠헨이 꿈에서 깨어난다. 그의 오른쪽 절반은 없다. 그는 한가운데를 접은 별 모양 같다. 또는 벼락을 맞아 쪼개진 나무 같다. 그는 그물 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꿈속에서 나온 잠이 덜 깬 마네킹의 반쪽 같은 모습으로 하품을 하고 몸을 부르르 떤다. 그는 정확히 그런 모습이다.
268~269쪽 「미완의 사람들」
“저주는 풀릴 수 있는 거야?” 모라가 묻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날개를 가리켰다.
“이거 말이에요?” 그가 날개를 들어 올렸다. “저주가 풀려서 이렇게 된 거예요.” (……)
형들은 궁정 생활에 쉽게 적응했다고 그는 말했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머무르는 것도 떠나는 것도 괴롭기만 한 불완전한 미완성 심장.” 그가 말했다. “당신 어머니의 심장처럼 말이에요.”
295~296쪽 「나무의 인어」
이 공기 속에 들어온 모든 인어들이 다 죽는 것은 아니었다. 한 인어는 매음굴의 유명한 여가수가 되었는데, 그녀는 판지로 만든 조가비에 실려 근육질의 대머리 사내 넷에 의해 무대로 옮겨졌다. 사내들은 양 끝이 위로 올라간 콧수염을 하고 몸에 딱 붙는 줄무늬 수영복을 입었다. 또 어떤 인어는 지식인이 되어서 나라 밖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많이 두고 여든이 넘어서까지 여권주의 유토피아 소설을 썼다. 그러나 살아남은 대부분의 인어들은 축제에 동원되는 신세가 되었고, 심지어 창녀로 전락하기도 했다. 인어와 섹스를 하는 것은, 설령 돈을 주고받지 않는다 해도 불법이었지만 말이다. 법률 제정자들은 그것을 수간으로 간주했다.
739~740쪽 「나는 안주히메코」
나는 안주히메코, 나는 안주히메코, 아빠에게서 성추행을 당했지만 여전히 성장한 소녀. 나는 그토록 가엾은 소녀. 아빠가 죽이려 한 안주히메코.
(……) 이번에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이번에는 살아남지 못할 거야. 안 그래? 나는 이 생각을 수없이 많이 한다.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하늘을 향해 손 하나를 올리고 그 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허공을 향해 손을 올린 채 그 손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 손을 통해 나는 볼 수 있다. 매번 나는 이번에는 살아남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손을 통해 볼 수 있다. 뼈와 혈관과 피의 흐름과 심지어 나를 죽음으로 데려갈 운명까지도 보이는 것만 같다. 그것은 지독한 고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