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몰락하지 않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 2월부터 11월까지 생애 처음으로 프랑스의 여러 지방을 전전하며 가난과 도둑질, 히치하이킹, 노숙 등의 체험 속에 자신을 맡겨 내면의 열정과 사랑에의 물음을 던진다는 줄거리를 담은 프랑스 소설이다. 주인공에게 거짓 구원의 손길을 뻗기보다는 모진 시련과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응축된 힘으로써 스스로 다시 삶을 찾게 하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인다.
저자 : 장 에슈노즈Jean Echenoz
1947년 프랑스 오랑주에서 태어난 장 에슈노즈는 사회학을 전공한 뒤 1979년 <그리니치 자오선>을 미뉘 출판사에 출간하면서 문단에 나타났다. 그는 대량 소비시대에 적합한 감동과 재미의 문학, 독자를 외면한 실험적 전위의 전형인 텔켈(Tel Quel) 문학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던 비평가들에게 프랑스 소설이 모색하던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기 소설의 뿌리를 추리소설이라고 밝히며 추리소설의 플롯이나 인물 묘사 기법의 매력을 강조한다. 인물이 사물과 맺는 관계, 교류, 거래 방식을 통해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에 더욱 흥미를 갖는 그는 내면 심리의 깊이를 제거하고 미세한 몸짓이나 짧은 대화의 편린에 인물 묘사를 의존한다. 1999년 <나는 떠난다>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역자 :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숭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옮긴 책으로는 조엘 에글로프의 『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도살장 사람들』, 장 필립 뚜생의 『사랑하기』『도망치기』『욕조』『사진기』, 장 에슈노즈의 『금발의 연인들』『일 년』『달리기』를 비롯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정체성』『거대한 고독』『고야의 유령』『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오니샤』『플로베르의 나일 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