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영국의 대표 문인이자 살아생전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린 스릴러의 대가, 그리고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가톨릭 소설가. 격변과 혼란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복합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작가, 그레이엄 그린(1904~1991)의 장편소설 『브라이턴 록』(1938)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린이 쓴 아홉 번째 소설로, 그의 이름을 세계 문단에 각인시킨 이 작품은 탐정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종교 문학으로 평가된다. 1980년 자서전 『도피의 길』에서 자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그린 스스로가 애정을 가지고 높이 평가한 작품이다.
영국추리작가협회(CWA)와 미국추리작가협회(MWA)에서 선정한 세계 추리소설 100선에 동시에 올라 있는 이 작품은 1930년대 휴양지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냉혹한 살인자와 그를 추적하는 탐정의 대결을 그린다. 이러한 오락물의 틀 안에 작가는 선악, 천국, 지옥, 구원과 같은 가톨릭 교리와 신앙, 도덕에 대한 물음들을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소설로 승화시킨다. 한편 소설은 1948년, 2010년 두 차례 영화화되었고, 1948년 작作은 그린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국내에 절판된 지 수십 년 만에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는 이번 한국어판에는 2004년 그린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확장판에 부친 J. M. 쿳시의 해제가 특별히 함께 수록되었다. 우리말 번역은 그린의 전 단편 53편을 모은 세계문학 단편선 『그레이엄 그린』의 옮긴이 서창렬이 맡았다.
올해로 타계 30주기를 맞은, 한 세기를 풍미한 거장 그레이엄 그린. 이를 기리며 미국에서는 600여 쪽에 걸친 그에 대한 전기가 간행되는 등 그린의 문학은 시대를 건너 다시 조명되고 있다. 현대문학에서도 올 연말 그린의 자전적 소설 『사랑의 종말』(1951)을 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 본문에서
한 사내가 갓돌 옆에 서서 상자에 놓인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사내는 몸의 한쪽이 다 없었다. 다리도 팔도 어깨도 없었다. 아름다운 말이 사내 옆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귀부인처럼 우아하게 살짝 머리를 돌려 외면했다. “구두끈 있어요.” 사내가 헤일을 향해 절망스럽게 말했다. “성냥이요.” 헤일은 사내의 말을 듣지 않았다. “면도날.” 사내의 옆을 지나가는 헤일의 뇌리에 그 말이 단단히 박혔다. 얇은 상처와 예리한 고통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카이트가 죽은 게 그런 식이었다. _22∼23쪽
두 녀석은 숨을 헐떡였다. 녀석들은 웃느라 숨이 가빠졌고, 소년의 폐는 아직 싱싱했다. 그래서 이제는 녀석들만큼 달릴 수 있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감쌌다. 그리고 얼굴의 피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옷으로 흐르도록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는 모퉁이를 돈 다음 녀석들이 당도하기 전에 빈 차고로 들어갔다. 소년은 면도날을 꺼내 든 채 어두운 차고 안에 서서 회개하려고 해 보았다. ‘스파이서’를 생각하고, ‘프레드’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추격자들이 다시 나타났을 것 같은 길모퉁이에 대한 생각에 막혀 그 이상 뻗어 나가지 못했다. 소년은 자신에게는 회개할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_222쪽
“넌 아직 어려. 그래서 그런 거야.” 아이다가 말했다. “너무 낭만적이야. 나도 한때는 너 같았지. 너도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 거야. 네겐 경험이 좀 필요해.” 넬슨플레이스 소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의 굴로 쫓겨 들어간 이 작은 동물은 산들바람 부는 밝은 세상을 내다보았다. 굴 안에도 살인, 성교, 극빈, 정절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 등이 있었지만, 그러나 이 작은 동물은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직 드넓고 번지르르한 바깥세상에만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못했다. _252∼253쪽
문득 옛날에는 이 같은 증거 문서에 피로써 서약을 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로즈가 어색하게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영원한 고통의 대가로 얻는 그의 일시적 안전…… 이것이 대죄임을 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마음속에서는 일종의 음울한 희열과 자부심이 차올랐다. 지금 그는 천사들이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릴, 완전히 자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_351쪽
경마장에서 도망칠 때 그는 두려웠었다. 고통이 두려웠으며,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죽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지옥으로 떨어졌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연신 땡그랑거렸고, 종에 연결된 긴 철사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현관 안에 퍼졌다. 침대 위의 알전구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자, 세면대, 검댕이 낀 더러운 창, 굴뚝의 무미건조한 형상, “사랑해요, 핑키”라고 속삭이는 목소리…… 이런 것이 바로 지옥이었다. 걱정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지옥은 단지 자신의 친숙한 방일 뿐이었다. _376쪽
로즈는 침대를 등진 채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빵을 잘 만들 것 같은 큼지막한 손을 로즈의 어깨에 얹었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_409쪽
“이 일은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야.”
“그러나 당신은 확신이 너무 지나쳐, 아이다. 너무 저돌적이야…… 물론 좋은 뜻으로 그러는 것이겠지만, 저 핑키라는 애가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게다가,” 그가 그녀를 비난했다. “당신은 재미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야. 프레드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도 아니잖아.”
그녀는 반짝이는 커다란 눈을 그에게로 돌렸다. “뭐,” 그녀가 말했다.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진 않겠어.” 그녀는 이제 일이 다 끝나 버린 것이 꽤나 아쉬웠다. “그런데 그게 뭐가 나빠? 난 옳은 일을 하는 게 좋아. 그뿐이야.” _457쪽
■ 그레이엄 그린 Graham Greene, 1904.10.2.~1991.4.3.
‘“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뉴욕 타임스 북 리뷰》).
격변의 20세기 거의 대부분을 살면서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로 시대와 인간을 기록했던 영국의 문인 그레이엄 그린은 세계 문학사에서 20세기의 가장 중요하고 복합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때 공산주의에 공명하고, 세계대전 중에 MI6(비밀정보부)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했으며, 국교회가 지배적인 나라에서 가톨릭교로 개종하는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던 그는 당대에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와 문단의 찬사를 동시에 누린 희귀한 작가이다.
그린은 명망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학창 시절 괴롭힘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몇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의 한 방편으로 권유받은 글쓰기는 그린에게 있어 절망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구원의 방식이자 실존의 문제가 된다. 《더 타임스》에서 편집 기자로 일하던 1929년, 그린은 첫 장편소설 『내부의 나』로 호평받자 신문사를 사직하고 창작에 전념한다. 그러나 이어 출간한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좌절에 빠졌다가 대중소설 『스탐불 특급열차』를 발표하면서 다시 명성을 얻는다. 이후 그린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순수문학과 ‘고도로 윤리적이고 심미적인’ 오락물 등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20세기 스토리텔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브라이턴 록』(1938)은 『권력과 영광』(1940), 『사건의 핵심』(1948), 『사랑의 종말』(1951)과 더불어 가톨릭을 주제로 한 대표작이다. 냉혹한 살인자와 아마추어 탐정의 대결이라는 추리소설 유형 속에 가톨릭의 선과 악의 관념을 도입하여 새로운 차원의 소설로 승화시켰으며 그린이 쓴 최초의 진지한 소설로 평가된다.
그 밖에 25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에세이, 문학평론 등 6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 옮긴이 서창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레이엄 그린의 단편 53편을 모은 『그레이엄 그린』을 비롯하여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스티븐 밀하우저의 『밤에 들린 목소리들』, 조이스 캐럴 오츠 외 작가 40인의 고전 동화 다시 쓰기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저지대』, 시공로고스총서 『아도르노』 『촘스키』 『아인슈타인』 『피아제』, 자크 스트라우스의 『구원』, 데일 펙의 『마틴과 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와
세속의 정의를 추구하는 아마추어 탐정
휴양지 브라이턴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누아르 ― 줄거리 소개
런던의 신문 기자 헤일은 브라이턴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뒤, 자신의 불길했던 예감대로 죽음을 맞는다. 그가 생의 마지막 날에 잠시 만났던 여자 아이다는 헤일이 자연사했다는 검시 소견에 의문을 품고서 단서를 찾던 중, 고인이 죽기 직전 들른 곳으로 밝혀진 스노 식당의 직원 로즈를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미 헤일의 죽음을 설계한 젊은 갱 두목 핑키가 먼저 로즈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로즈는 아이다의 추궁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핑키는 점점 다가오는 아이다의 추적을 피해 자신의 살인을 덮고자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고, 유일한 증인이 될 로즈의 입을 영원히 틀어막을 방법을 궁리한다.
영국 최고의 필름누아르 원작! 화려한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조지프 콘래드, 존 르카레로 이어지는 스릴러의 계보에서 이들의 연결 고리인 그린은 이 작품에서 범죄소설과 필름누아르의 기법을 이용해 서스펜스를 끌어간다.
런던 인근의 해변 도시 브라이턴. 휴일이면 놀이시설과 경마장을 찾는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 명소이지만, 그 뒷골목에서는 갱들 간의 은밀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소설은 이곳을 무대로 열일곱 살의 갱 두목 핑키, 중년의 아마추어 탐정 아이다, 그리고 살인자를 사랑하게 된 목격자 로즈 세 사람이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얽히는 구도 속에 전개된다. 교묘한 알리바이 공작 덕분에 은폐될 수 있었던 핑키의 살인은 부하의 사소한 실수를 목격한 로즈로 인해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그에 더해 예리한 직감과 정의감을 지닌 아이다까지 나타나 집요하게 조사하자 핑키의 불안감은 커져 간다. 소설은 살인자의 변화하는 심리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동시에 한 판의 체스처럼 서로의 수를 읽고 다음 행보를 정하는 범인과 탐정의 두뇌 싸움을 치밀하게 짜 넣는다.
그린이 이 작품을 발표한 1930년대 후반은 영국 영화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로, 그는 소설을 집필할 때부터 훗날 영화 각색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장면을 쓰는 스타일에 대해 “사진사의 눈으로 포착하기보다는 영화 카메라의 움직이는 눈으로 장면을 포착하는 편이다”라고 한 바 있는데, 『브라이턴 록』은 여느 작품보다 영화의 영향이 특히 더 짙게 배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을 통해 플롯을 발전시키는 기발함,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올 듯 거친 생동감이 느껴지는 경마장 장면의 미장센, 그리고 장이 끝날 때마다 줌아웃처럼 멀어지는 초점 변화 등이 그린의 탁월한 문장력으로 생생하게 구현된다. 나아가 그린은 브라이턴의 이미지와 이곳에 살고 오가는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되살리면서, 당대 영국 도시의 생활상과 그 명암을 극명하게 포착한다.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담아낸 가톨릭 세계관과 신앙의 알레고리
가톨릭 작가로 분류되는 그린은 소설가란 죄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때 인간 조건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는 신념을 품고 글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는 작품에서 신은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완전하고 분열된 사람들이 자신의 고결함과 믿음의 토대를 극한까지 시험하는 ‘그린랜드Greeneland(그린의 나라)’를 구축하여 등장인물들의 삶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제목인 ‘브라이턴 록’은 브라이턴 해변에서 파는 막대 사탕의 이름이다. ‘BRIGHTON ROCK’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사탕은 어느 면을 잘라도 이 글자가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그린은 지역 명물인 막대 사탕을 사건의 미스터리와 연관된 장치로 만드는 한편으로, 불변하는 인간 본성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삼아 작품이 함의하고 있는 종교적인 논의로 이끌어 간다.
『브라이턴 록』에서 살인자 핑키는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와 자주 비견되는 관념적 악인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이미 타락한 자신이 지옥의 형벌을 피할 수는 없다고 여기는 그는 지금 이 순간의 회개를 미루어 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더욱 거리낌 없이 범죄에 빠져들며 순수한 ‘악惡’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로즈는 이러한 핑키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로즈를 혐오하면서도 그녀 안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마다 갈등에 빠지는 핑키의 모습을 두고 작가 쿳시는 “핑키와 로즈의 이야기는 핑키의 측면에서 보면 사랑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투쟁의 이야기”(513쪽)라고 말한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서 사건의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탐정 아이다는 천국과 지옥을 믿지 않고 오로지 세상의 옳고 그름과 재미와 향락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죄지은 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아이다의 정의는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밝히는 결정적 원동력이 되어 소설을 팽팽히 끌어 나간다. 그러나 그린은 신의 은총과 구원이라는 저 너머의 세계는 결코 아이다의 일률적인 기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것임을 암시하면서 보다 다층적인 텍스트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 추천사
1930년대의 브라이턴은 매력적인 바닷가 휴양지의 면모를 세상에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런 면모 뒤에는 또 다른 브라이턴이 있었다. 날림으로 지어진 집들과 음울한 쇼핑 구역과 을씨년스러운 교외 공업 단지들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브라이턴은 또한 경마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 활동의 소굴이었다. 직업 작가로서의 그레이엄 그린의 마음을 끈 것은 브라이턴이라는 도시의 이 측면이었다.
-J. M. 쿳시, 「해제」에서
영국에는 유쾌한 해변 휴양지들이 수없이 많지만, 세계적으로 상징적인 지위를 가진 곳은 딱 한 곳, 브라이턴뿐이다. 70년 동안 ‘영국 범죄의 수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축복받은 곳, 혹은 저주받은 곳. 그레이엄 그린은 브라이턴을 범죄의 지도에 새겨 놓았다.
-피터 제임스
내 나이 열세 살 때 이 책 『브라이턴 록』에서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진지한 소설이 흥미진진한 소설이 될 수 있으며, 모험소설이 관념소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이언 매큐언
『브라이턴 록』 『사건의 핵심』 『사랑의 종말』…… 이들은 모두 위대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심문관의 시선만큼이나 강렬하고 예리하고 불온하다. -존 업다이크
『브라이턴 록』은 현대 문명의 최악의 양상의 단면을 탁월한 방식으로 단호히 고발한다. 나아가 소설은 비정한 범죄자의 심리, 즉 단순히 야만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대뇌 작용의 끔찍한 왜곡으로 인해 뒤틀린 심리를 드러내는 것까지 깊이 있게 탐색한다. -《뉴욕 타임스》
1948년과 2010년에 각색되어 영화로 만들어졌고, 연극과 뮤지컬 작품으로도 무대에 올려졌으며, 모리세이, 존 배리, 퀸 같은 이질적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이 음산하고 격렬하고 무정부적인 소설은 여전히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가디언》
20세기의 어떤 작가도 그레이엄 그린만큼 대중의 상상력을 완벽히 파고들어 형상화하지 못했다. -《타임》
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에 대한 궁극의 기록자다. -윌리엄 골딩
그레이엄 그린은 위트와 우아함과 인물과 이야기와 탁월한 보편적 연민을 지녔다. 그리고 이것들은 그를 항상 세계문학적 위치에 머무르게 한다. -존 르카레
20세기의 어떤 작가도 그린만큼 인간을 비교하는 데 있어 예민한 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나마 몇몇 소설가들이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을 구분 짓기 위해 넓은 선을 긋는 상황에서 그린은 다중적인 구별의 대가였다. -제이디 스미스
기독교에서는 악이란 아무런 내용이 없는 공허한 것으로 본다. 악은 무언가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악은 형식 바로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한 ‘악의 형태’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이라는 소설이다. -강상중(도쿄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