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단에서 '천재작가'라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중국 출신 작가 하진의 국내 첫 소설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중국사회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위트, 명쾌한 서사로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룬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모두 중국을 배경으로, 작가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시켜 주제의 정곡을 예리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표제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는 한국인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날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인간 사회에 대한 푸근함을 담은 휴머니티 강한 소설이다. <주권>은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중국 사회에 유입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심리적 갈등을 '돼지들의 교미를 둘러싼 난투극'으로 형상화했다. 이 밖에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지식인들의 처참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보타주>, 가난한 한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지만, 부자가 되어 나타나자 도리어 그 여인에게서 구애를 받게 되기까지, 인간 내면의 변화를 기록한 <한 사업가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 지은이 하 진Ha Jin 1956년 중국 리아오닝에서 태어나 헤이롱지앙대학과 산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로 『붉은 깃발 아래에서Under the Red Flag』 『사전Ocean of Words』 『기다림Waiting』 『연못에서In the Pond』 『광인The Crazed』 『전쟁쓰레기War Trash』 『신랑The Bridegroom』 등이 있으며 시집으로 『난파Wreckage』 『그림자를 바라보며Facing Shadows』 등이 있다. <푸쉬카트상> <내셔널 도서상> <플라네리 오코너 문학상> <펜/헤밍웨이 문학상> <펜/포크너 문학상> <창작분야 우수 VCCA상> <타운젠트 소설상> <아시아아메리칸 문학상> <칸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2회에 걸쳐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유명작가이다. 현재 보스턴대학의 영문과 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의 작품은 3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 옮긴이 왕은철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거짓의 날들』 『한 톨의 밀알』 『메마른 계절』 등의 제3세계 소설과 J. M. 쿳시의 『추락』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야만인을 기다리며』 『철의 시대』 『소년 시절』 『마이클 K』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어둠의 땅』 등을 번역했고, 『J. M. 쿳시의 대화적 소설―상호텍스트성과 탈식민주의』(문화관광부 우수도서) 등을 저술했다. 이어하트재단, 케이프타운대학, 풀브라이트재단의 펠로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이 책은 미국 문단에서 ‘천재작가'라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중국 출신 작가 하 진의 국내 첫 소설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4년(1992년부터), 원어민 작가들을 젖히고 “미국 문학의 최정상”에 선 작가 하 진은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며 <펜/헤밍웨이 문학상> <펜/포크너상>을 2회에 걸쳐 수상(2000년, 2005년), 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퓰리처상> 최종후보도 두 번이나 올라 세계 문단을 놀라게 했고,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비범한 작가”라는 최고의 호평과 함께 “무한한 재능의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3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하 진은 가장 중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문학으로 보편화시키고 인간 실존의 문제를 촌철살인적인 단문의 유려함으로 단편문학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문학은 러시아 고전작품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와 같이,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는 세부적인 묘사들이 미적 형식미를 이뤄 하나의 통일성을 지니는 체홉의 소설과 닮아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과 사회주의, 그로 인한 이데올로기 등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는 그의 소설들은 지극히 평범한 개인들의 이야기, 가족과 개인의 존엄성, 즉 근본적으로 인간 실존의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가 특유의 위트, 재치로 이런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시킴으로써 그 주제의 정곡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는 하 진 문학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밑바탕으로 휴머니티 강한 문학세계를 구축하여 세계 문학을 이끌어갈 최고의 작가로 불리고 있다. ■ 본문 속으로 『주권』은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외국산 흰둥이 돼지와 중국산 토종 검둥이 돼지와의 교미를 두고 벌어진 돼지들끼리의 난투극을 그린 소설이다. 중국 사회에 유입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심리적 갈등을 “돼지들의 교미를 둘러싼 난투극”으로 형상화시킨 이 소설은 하 진 특유의 익살과 해학, 풍자가 돋보인 최고의 소설이다. 말(馬) 마을의 렝은 토종 검둥이 돼지의 주인 랴오 밍을 찾아가 자신의 돼지와의 교미를 부탁한다. 돼지들의 교미를 위해 렝의 집을 찾은 랴오 밍은 렝이 그와의 약속을 어기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마의 외국산 잡종 흰둥이 돼지를 불러들인 것을 보고 화가 난다. 기분이 상한 랴오 밍이 토종 검둥이 돼지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 순간, 검둥이 돼지가 흰둥이 돼지를 향해 돌진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각기 패가 나뉘어 돼지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돼지들은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더니, 결국 렝의 변소와 밭까지 모조리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돼지들은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 끝나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토종 검둥이 돼지는 아버지와 달리 토종 검둥이 돼지를 응원한 렝의 아들 이견을 공격한다. 큰 부상을 당한 이견은 트랙터로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가고 그동안 토종 검둥이 편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은 “검둥이 돼지의 몸에는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틀림없어. 오히려 흰둥이 돼지가 더 길들여지고 인간에게 덜 해로운 것 같아. 흰둥이 돼지들이 어쩌면 기르기에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말이지.”(본문 33p)라며 소곤댄다. 표제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는 한국인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날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금기시된 식사 초대에 응하기 위해 중국 군인들이 묘책을 꾀한다는 이야기. 동질감으로 화합하고 어울려 사는 인간 사회에 대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휴머니티 강한 소설이다. 『사보타주』는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지식인들의 처참한 현실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함께 실린 『신랑』은 동성애자인 한 남성의 병을 고치기 위해 주입시키는 이데올로기화 과정을 파헤친 소설로 귀 눈 입이 먼 현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 사업가의 이야기』는 가난한 한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거부당하고 학대받다가 부자가 되어 거부당했던 그 여인에게서 구애를 받게 되기까지 인간 내면의 변화들을 기록한 소설이다. 돈의 권력 앞에서 비굴하게 복종하는 인간 내면을 현실적으로,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백주 대낮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추기는 무지한 군중들에 의해 한 가정, 나아가서는 한 여성이 느끼는 성심리마저도 심판의 대상이 되는 야만적 사회를 아이들의 눈으로 관찰한 소설이다. ■ 본문 중에서 “이놈아, 너는 오늘도 재수가 좋구나.” 그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삶은 콩을 먹고 있는 돼지에게 말했다. “네 입도 그렇고 네 자지도 그래. 내가 너한테 매주 결혼을 시켜주니 고맙지 않느냐? 너는 고마워해야 해. 넌 행복한 돼지야, 네 씨를 사방팔방으로 퍼뜨리고 있으니 말이다. 너는 나를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해, 알았지?” … 자기 영역을 지키고, 지 아내들과 첩들을 보호하고, 저 외국산 짐승을 제거함으로써, 마와 렝 두 놈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게 내버려두자. 감히 내 돼지와 나를 깔보다니, 이놈들아 두 눈 똑똑히 뜨고 잘 봐라.-본문 14~19p 간염이 기어이 도진 게 분명했다. 분노가 그의 가슴속에서 작렬하고 있었다. …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그는 경찰서 전체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들의 가족까지 몰살시키고 싶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 치우 씨는 네 개의 식당에서 국수, 완탄, 여덟 가지의 곡식이 들어간 죽, 닭고기수프를 각각 주문했다. 그는 먹으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내가 그 개자식들을 모두 죽일 수만 있다면!” … 한 달 안에, 팔백 명이 넘는 무지시 사람들이 아주 심한 간염에 걸리게 되었다. 아이 둘을 포함하여 여섯 명이 그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전염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무도 몰랐다. -본문 62~72p “모르겠어요. 제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어요.” “아냐, 그건 자기억제의 문제가 아니야.” 당서기 자오가 끼어들었다. “머릿속에 부르주아적인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거다. 너는 가난한 농부의 자식이지만, 그런 생각들이 네 마음을 오염시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한 거다.” … “어째서 네 아내와 처제 두 사람과 섹스를 했는지 말해봐라.” 왕이 다시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더냐? 두 사람은 똑같은 냄비에서 나온 요리 아니더냐?” 왕이 부석부석한 눈으로 루의 얼굴을 살폈다. “모르겠어요. 차이는 모르겠어요.” 루는 그 질문에 당황했지만 사실대로 말했다. … -본문 158~159p 흐시아오가 읽기를 마치자마자 왕이 벌떡 일어서더니 루의 코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이게 무슨 염병할 고백이야? 니미 씹이다. 방귀 꾸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종이를 다섯 권이나 줬더니 겨우 석 장을 써. 그것도 쓰레기 같은 말만 채워서? 너, 고백을 하고 싶은 거야, 뭐야?” “고백하고 싶어요. 죄, 죄송해요. 아직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요.” “하지만 네 진술서에 진실한 문장이 딱 한 군데 있긴 하다.” 자오 당서기가 끼어들었다. “어떤 것인지 아나?” “모르겠어요. 제발 가르쳐주십시오.” 자오는 종이를 들고 읽었다. “제가 물을 길어 갖고 돌아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발가벗고 누워있었는데 그 모습이 커다란 인삼뿌리 같았습니다.” “모르겠어요.” “그것은 이 문장이 네가 본 것이 무엇이며, 네가 그 순간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본문 244~247p “우리는 전기목욕으로 그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 “의사 선생님, 설 이전에 바오웬이 나을 것 같습니까?” 내가 물었다. … “동성애는 병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 얘기를 했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왜 바오웬을 저런 식으로 고문합니까?” “경찰이 이쪽으로 보냈으니까 우리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가 더 좋아지는 걸 느끼고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왜 그 사람에게 전기목욕을 시키는 겁니까?” 나는 아직도 납득이 안 갔다. “전기치료는 책에 처방된 겁니다. 보건성이 요구하는 일반적인 치료법이지요. 저로서는 규정을 준수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기치료법은 일천 명의 동성애자들 중 한 명만을 치료했을 뿐입니다. 간유, 초콜렛, 돼지고기 튀김, 아니 어느 것을 썼다 해도 그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됐습니다. 이 정도로 해둡시다.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얘기했나 보군요.” -본문 284~2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