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평화를 깨뜨리는 섬뜩한 진실의 불꽃!
인간의 위선과 교만을 냉혹한 유머와 예리한 통찰로 그려낸
어두운 계시의 여사제 플래너리 오코너
「좋은 사람은 드물다」를 비롯한 대표 명단편 4편 수록
세계문학 거장들의 작품 가운데 가장 정제된 핵심 명단편을 엄선한 ‘세계문학 단편선 미니미’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동안 ‘세계문학 단편선’이 방대한 분량과 체계적인 구성으로 한 작가의 문학세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면, ‘미니미’ 시리즈는 작품 속 결정적인 순간들이 주는 문학적 감흥에 집중해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손안의 문고판 크기로 완성된 이 시리즈는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영감을 선사하는, 세계문학의 가장 예리하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독자의 곁으로 끌어온다.
그 두 번째 권으로 기만적인 일상을 압도적인 진실과 대면하게 하는 20세기 문학사의 가장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 플래너리 오코너의 『좋은 사람은 드물다』를 출간한다. 탈옥수와 마주한 한 가족의 마지막 여정을 그린 표제작 「좋은 사람은 드물다」를 비롯해 떠돌이 남자와 한 모녀의 기묘한 만남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자기기만을 드러내는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 합리주의적 선의를 믿는 한 아버지의 비극을 그린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그리고 인종과 계급의 변화 속에서 한 청년이 자신이 경멸하던 세계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를 수록했다. 네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루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도덕성과 지성을 믿으며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수렴한다.
오코너의 작중 인물들은 대개 자신의 선함과 옮음을 믿는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 품위와 교양을 지닌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사람, 혹은 합리적이고 계몽된 지식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확신은 서서히 균열을 보이고, 마침내 예기치 못한 폭력과 파국 속에서 무너진다. 그 순간 등장인물들은 잠깐이나마 자신의 오만과 무지를 직면하게 된다. 오코너는 이러한 순간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기기만에 빠지는 존재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도덕적 확신이 얼마나 견고하지 못한지,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경험인지를 우리 앞에 들추어 보인다.
좋은 사람은 드물다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옮긴이의 말
플래너리 오코너 연보
플래너리 오코너 Flannery O’Connor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남부 고딕의 거장이며 20세기 문학사의 가장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 그는 장편소설 두 편과 단편소설 서른두 편만으로 문학사에 깊은 자취를 남겼다. 평생을 루푸스병을 앓으며 짧은 생을 살았지만, 두 권의 장편소설과 수십 편의 단편을 남기며 미국 단편문학의 정점에 가까운 성취를 이루었다. 프로테스탄트 신앙이 맹위를 떨친 미국 남부 출신의 독실한 가톨릭교도였던 오코너는 그러한 특수한 정체성을 작품 속에 인류 전체의 메시지로 탁월하게 녹여 냈다. 인간 실존의 모순과 부조리, 허위와 위선을 해학적인 언어로 그려냄으로써 극적인 재미를 선사했으며, 등장인물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구원의 순간을 체험하게 했다. 오코너의 구원은 무자비한 폭력이나 돌연한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압도적으로 나타나는데, 그가 만들어 낸 그로테스크한 비극의 세계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놀라운 만큼 무수한 평론을 낳았고 대중적으로도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녀의 생존 시와 사후에 걸쳐 세 차례의 오헨리상을 수상,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상과 『단편소설전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오 헨리』 『내 책상 위의 천사』 『오만과 편견』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순수의 시대』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노 맨스 랜드』 『천국의 작은 새』 『토버모리』 『컬러 퍼플』 외 다수가 있다. 2012년 제6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귀가 먹은 사람에게는 크게 소리쳐야 하고…”
충격적 경험이 몰고 오는 계시의 순간
오코너의 작품에는 흔히 뒤틀린 성품을 지닌 인물들이 나타나서 보이는 세계만을 아는 피상적인 사람들을 좌절 또는 파멸시킨다. 「좋은 사람은 드물다」의 부적응자,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의 시프틀릿 씨,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의 루퍼스 존슨,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의 줄리언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여기에 살인, 배신, 죽음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히 기괴함이나 자극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만든 도덕적 환상과 자기기만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궁극적으로는 일상 속에서 신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장치로써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코너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귀가 먹은 사람에게는 크게 소리쳐야 하고 거의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크고 충격적인 형상을 그려 보여야 한다”라며 인간이 자기 본연의 모습과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은 종종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찾아온다고 언급했다.
교묘하고 간결하며 예리한 관찰로 빚어진 이 네 편의 작품들에서 오코너는 그야말로 세계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새로운 시각을 정교하게 펼쳐 보인다. 서던 고딕Southern Gothic이라는 독특한 프리즘을 통해 또렷하게 그려진 인물들을 뒤틀어 배치하면서 악과 연민, 신앙과 회의, 유머와 폭력이 뒤섞인 복잡한 인간 세계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시야로 그려낸다. 이 이야기들을 함께 읽어 나가다 보면 오코너가 지닌 변함없는 통찰력과 예언자적인 재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동시에 등장인물과 독자들로 하여금 강렬한 구원의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오코너가 여전히 대중들에게도 사랑받고, 진지한 독자들에게도 “두 겹의 소설”을 쓴 현대 문학사상 유례없는 작가로 호명되는 이유다.
“그녀의 작품은 내게 마법이자 재치이며, 동시에 신비 그 자체다. 오코너는 남부 백인의 허위 의식을 부수는 데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을 가졌고, 나는 그녀의 그 견고한 문장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앨리스 워커
“플래너리 오코너는 분명 대단히 뛰어난 초자연적인 재능을 가졌다. 그녀의 작품이 주는 충격이 너무나 강렬해서 내 신경이 그 혼란을 견뎌내기에 부족할 정도다.” -T. S. 엘리엇
“우리는 내면을 향한 시선의 질과 깊이, 성취의 규모로 예술가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플래너리 오코너는 가장 훌륭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
“오코너는 확실히 글 쓰는 법을 알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
“플래너리 오코너를 읽을 때 나는 헤밍웨이나 캐서린 앤 포터, 사르트르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포클레스 같은 이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몰락과 불명예를 보여 주는 그녀의 모든 진실과 기교에, 나는 예를 다해 그녀의 이름을 쓴다.” -토머스 머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