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바이러스의 세기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어느 날 아무런 자각 증상 없이 생식 능력을 빼앗긴다. 신종 바이러스는 인류 궤멸을 위해 전염이나 살육이 아닌, 불임의 카드를 뽑아드는데…… 인공수정 전문의의 낙관할 수 없는 승률. 과학과 의학의 허점을 짚고 스릴러의 수준을 높인 작품! 프랑스의 유명한 종합병원인 코생Cochin병원에서 의대생을 가르치며, 방사선과 의사이자 골반 부위 초음파 전문의인 에릭 나타프의 첫 소설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과학스릴러가 프랑스 독서계를 휘어잡고 있던 2005년, 현직 의사인 저자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바이러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이 덧붙여진 이 새로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것으로 에릭 나타프는 과학, 의학의 지적 정보들을 추리기법 서사로 소설화시켜 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극찬을 받으며, 가장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로 추대되는 영예를 얻었다.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은 “만약 인류로 인해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는 바이러스가 태고 적부터 이어온 인간과의 공생 관계를 끝내고 종(鍾)들의 전쟁에 돌입한다면”이란 가정에 상상력이 덧붙여진 작품이다. 저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이 소설에서 바이러스의 목소리를 빌어 과학과 의학 문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 저자 에릭 나타프(Eric Nataf) 방사선과 의사이자 골반 부위 초음파 진단 전문의이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종합병원인 코생Cochin 병원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산부인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 등 많은 의학 관련 저술서들을 집필하였다. 1990~1991년에는 라루스 의학 사전 편찬팀으로 활동하였다. 그 외에 언어학, 미술평론, 고고학, 예술 분야를 막론한 광범위한 분야의 인문학적 깊이의 지적인 글로 각광을 받으며, 프랑스 유명 잡지사의 자유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바스티유 ·아를르 등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며 사진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곧 사진집도 출간할 예정이다.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은 새로운 질병의 탄생을 목도한 한 전문의의 치밀한 탐색전이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 문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처럼 다가오는 이 소설은 과학스릴러가 프랑스 독서계를 휘어잡고 있는 2005년,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로써 에릭 나타프는 가장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로 기록되었다. ■ 역자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 졸업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낭만적 영혼과 꿈』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바둑 두는 여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 프랭』 『지옥 만세』 『영혼의 산』 『11분』 『돌의 집회』 『측천무후』 등이 있으며,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출판문화대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 본문 중에서 의학전문 분야를 소설로 완벽하게 승화시킨 최고의 작가. <<르몽드>>지 신선한 충격.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극적인 서스펜스. 매혹적인 소설. <<파리지엔>>지 <<리르>>지가 새로 발표한 소설 121권 가운데 꼭 읽어야 할 책. <<리르>>지 불임, 정자의 반란을 매우 사실적이고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 <<코티디엔>>지 시험관수정팀 담당의사인 저자의 현장경험을 살린 신빙성 있는 작품. <<시앙스 픽시옹>>지 인간일까 바이러스일까, 바이러스일까 인간일까? 나는 실제로 누구일까? 조각들을 끼워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혼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그것과 더불어 살고 있다. …… 나는 바이러스 왕국의 건설을, 신인류의 도래를 허락했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일종의 메시아, 미지의 역(逆) 메시아다. 세상이 존재하려면 난 사라져야 한다. 나는 모든 다리를 파괴했다. 이제 나, 그리고 그밖에 없다. 고독은 짊어지기가 너무 무겁다. 내가 그들에게 진실을 말한다 하더라도, 내가 입을 연다 하더라도, 그들은 나를 미치광이로 여길 것이다. -2권 에스프리 370p 우리는 원초적이다. 원초적. 우리는 오래됐다. 우리는 너희들 이전에 이곳에 있었고, 너희들이 멸망한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두 강안 사이, 무생물과 생물이 합류하는 바로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 진영을 선택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우리가 전적으로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우리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하다. 아주 단순하다. 우리에게는 앞도 뒤도, 표면도 이면도 없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우리는 똑같다. 절망적일 정도로 닮았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난센스에 이를 정도로 동일하다. 이 같은 단조로움이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죄 없는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기를! 우리는 포식자들이다. 우리는 죽음과 카오스를 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여기저기, 마주치는 모든 것에. - 1권 에스프리 7p 내가 내 아들이라 부르는 것은 에스프리의 환영이다. 모두가 서서히 시들어갔다. 장례용 데이지 꽃잎처럼. 모두가 이상하고 급작스러운 정황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들 중 마지막 남은 사람도 이미 몇 년 전에 사라졌다. 옛 동료들, 친구들의 유령이 갈색 구멍 위를 떠돌고 있었다. 그들이 거기 있었다. …… 난 더 이상 진동음을 낼 수 없다. 네트와의 접속이 끊어졌다. 침묵. 이제 나에게 남은 건 퍼렇게 질린 손가락, 낡아버린 두뇌, 그리고 ‘지우기' 키가 작동하지 않는 이 자판뿐이다. -1권 9p “질병을 유발시키는 교묘한 방법이죠. 죽음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공통된 운명입니다. 죽음은 우리 내부에 자동 프로그램되어 있어요. 일정 횟수의 세포분열을 하고 나면 가는 거죠. 이러한 자기 파괴의 성향을 우리는 내부에 품고 있어요. 우리로 하여금 전쟁을 선포하고, 살육을 저지르고, 종족말살을 계획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마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 따라서 죽음은 증오의 감춰진 얼굴이고, 증오는 죽음의 승화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급속도의 번식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해낸 최고의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자연적 천적들을 물리친 종으로서 증오를 발명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르죠.”-1권 63p “‘뻣뻣한' 아이들은 얼마나 되지?” “수천 명이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에도 있고요.” 나는 주말 작업의 산물, 컴퓨터에서 뽑은 명부를 내밀었다. “현재 살아있는 아이들 명부입니다. 우리 네케르 CECOS에서만 건강하게 태어나 현재 유모의 품, 탁아소,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자유롭게 커가고 있는 아이 437명을 생산했습니다. 대기 중인…… 냉동 상태의 배아들과 현재 자궁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프롱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해갔다. “모두 중지시키게, 알아듣겠나, 모두! 난 그 미지의 생식세포를 사용한 일체의 조작이 중지되길 원하네. 인류 유전자의 미래에 대한 위험이 너무나 커.” “임신 중인 여자들을 모두 호출해 그들의 임신을, 지극히 정상적인 임신을 중지시키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저한테 기대를 걸지는 마십시오.” -1권 138p “구체적인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한 유형의 질병은 제가 알기론 인간 외에는 어떠한 종에게도 존재하지 않아요. 생식기 분비물, 피, 여성의 점액에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혹은 기생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정액에도 오염 물질이나 호르몬, 약물의 흔적이 없었고요. 모든 게 마치 그 질병이 무(無)에서 홀연히 생겨난 것처럼 보여요. …… “6개월 혹은 일 년 후에 번식을 할 나이가 된 남자들의 10%가 경직된 정자 질병에 걸린다면, 10% 정도면 받아들일만 하잖습니까, 안 그래요? 어떤 결과가 발생하겠습니까?” “정확도를 기하려면 좀더 세밀한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대충 출산율이 현재의 1.9에서 1.5 혹은 1.6으로 떨어질 거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프랑스 같은 나라는 일종의 암흑시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을 대거 불러들여야겠죠. 살아남으려면.” -1권 205~207p 때때로 많이 혼란스럽다. 마치 내가 산산조각나버린 것 같다. 끔찍하기도 하지! 네가 그들을 감염시켰다는 걸, 네가 그들 내부에 잠들어 있다는 걸, 그리고 때가 오면 네가 깨어나리라는 걸 금방 알겠더군. 그런데 그들의 후손들은 뭐하러 감염시켰니? 그들은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만 해. 그런데 비록 네가 손을 썼다 할지라도 또 다른 후손은 뭐하러? 도대체 네 게놈에는 어떤 생각이 심어져 있는 거니? 난 순식간에 끝나는 단기전을 하도록 널 프로그램했어. 그런데 넌 지금 참호전을 준비하고 있어. …… 이제 난 네가 뭘 원하는지 이해했어. 넌 그들을 자극하고 싶어해. 정체를 드러내놓고 싸우고 싶어해. 너에게나, 나에게나, 너희, 나의 친구들에게나 안된 일이지.-2권 수첩 144p 줄리아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있었던 것도 아마 우리가 협력자 아닌 협력자로서 바이러스의 대의에 봉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존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담은 사춘기에 들어서자마자 우릴 공포에 몰아넣었다. 협박, 밀고, 은행 계좌 사용 제한. 그는 모든 것을 내다보았고, 우리로선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 그것은 아담이 원한 것이었다. 그와 그의 방계혈족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인류를 파멸시키는 동안, 우리를 격리시키고, 우리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우리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하는 것……. -2권 367p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만약 인류로 인해 생태계를 위협받고 있는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태고 적부터 이어온 인간과의 공생 관계를 끝내고 종들의 전쟁에 돌입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정착한 이 ‘내계인'이 인간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지구 재정복에 나선다면?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은 공상과학 작가라면 한번쯤 떠올려봤음직한 이러한 가정이 한 현직 의사의 문학적 상상력에 불을 지핌으로써 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