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드롬>은 과학과 사랑과 강박관념의 충돌을 절묘하게 짜인 이야기 속에 담아낸 작품으로, 특히 심리 묘사가 빼어나다. 평범한 사랑을 미치기 직전의 상태까지, 그리고 살인 직전의 상태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기묘한 사건과 그에 대응하는 방식은 인생이 한순간에 어떻게 변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을 독자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이 소설은 이안 맥완의 가장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병이란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기묘한 병. 부록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가장 지속적인 사랑의 한 형태이며, 흔히 환자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사랑'이다. 말 그대로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 바로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다. 이 신드롬을 기제로, 남녀간의 사랑과 나아가 동성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심리스릴러라 할 수 있다. 이안 맥완 자신이 말하듯 그는 인물들의 무의식 세계이며 인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조와 무의식 세계가 일으키는 갈등,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 사이에 나타나는 괴리 현상에 관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으로 부커상을 받은 바 있는 이안 맥완은 자신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무의식 세계 탐구의 정점을 이 책에서 보여 준다.
저자 : 이언 매큐언Ian Russell McEwan
1948년 영국 햄프셔 지방의 군사 도시인 앨더샷에서 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근무했던 독일, 트리폴리, 싱가포르의 구사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북아프리카에서 몇년간 살기도 했다. 그 후 영국으로 돌아와 서섹스 대학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은 이스트 잉글리아 대학의 창작 프로그램에 등록을 한 뒤부터이다. 그곳에서 소설가 맬콤 프래드버리와 앵거스 윌슨의 지도를 받았으며, 졸업 논문으로 쓴 단편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 First Love Last Rites>으로 1976년 서머셋 모옴 상을 수상했다. 그 후 세계 많은 비평가들에게 주목받는 소설가로 부상했으며, 1998년 <암스테르담 Amsterdam>으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독일의 셰익스피어 상을, 2003년에는 소설 부문에서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상을, 2004년에는 산티아고 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 <시멘트 가든 The Cenment Garden>(1978), <이방인의 위안 The Comfort of Stranger>(1981), <따라하기 The Imitation Game>(1981), <우린 죽게 되는 걸까 Or Shall We Die?>(1983), <농부의 오찬 The Ploughman's Lunch>(1985), <어린 시절 The Child in Times>(1987), <순수한 사람들 The Innocent>(1989), <새콤 달콤 Sour Sweet>(1989), <검은 개들 Black Dogs>(1992) 등이 있다. 이 밖의 작품으로 <공상가 The Daydreamer>(1994), <영원한 사랑 Enduring Love>(1997), <암스테르담 Amsterdam>(1998), <속죄 Atonement>(2001), <토요일 Saturday>(2005)과 단편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 First Love Last Rites>, <시트 사이 In Between the Sheets>(1987) 등이 있으며, 그의 소설 중 일부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역자 : 승영조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창의력 느끼기>가 있고, 옮긴 책으로 <뷰티풀 마인드>, <발견하는 즐거움>, <전쟁의 역사>,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등이 있다.
조 로즈는 런던에서 6주간 머물다 돌아오는 그의 애인, 클라리사의 귀향을 축하하기 위하여 그림엽서와 같은 완벽한 오후를 계획한다. 어쩌면 그 그림에는 '숲이 우거진 계곡을 가로질러 헬륨 기구를 꿈같이 띄워 을리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그들의 목가(牧歌)는 급작스러운 종말을 맞는다. 그들이 얼마간 세찬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떡갈나무 아래서 와인 병을 주고받는 순간 갑자기 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조는 그곳을 향해 질주한다. 조 외에도 네 명의 남자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어린아이의 비명을 흘리는 그 헬륨기구를 구조하기 위하여 달려간다. 그러나 어머니인 자연은 전혀 모성적인 애정을 보이지 않아 강력한 주먹과 같은 바람이 심술궂게 기구를 향해 휘몰아쳤고, 구조자들은 기구에 매달린 채 곧 공중으로 떠 을랐다. 지상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조와 세명의 동료는 기구를 놓아버렸지만 한 사람은 끝까지 매달려 있다 떨어져 죽고 만다. 이처럼 이 소설은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묘한 사랑병을 그 기제로 차용해 남녀간의 사랑, 나아가 동성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심리 스릴러이다. 부록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이 신드롬은 '타인과 사랑의 교제 관계에 있다는 망상적 확신인데, 타인은 사회적 신분이 월등히 높은 사람으로서, 그가 먼저 사랑에 빠졌고 먼저 구애를 했다고 확신하며, 그 시작이 갑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망상의 대상은 불변하며, 환자는 대상의 행동을 역설적으로 이해하고 그 경과가 만성적이며, 환각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인식 능력상 결함이 없다. 다시 말해 '가장 지속적인 사랑의 한 형태이며, 흔히 환자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사랑'이다. 소설이 끝날 때쫌 독자들은 더 이상 헬륨으로 가득 찬 거대한 기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것이지만, 낯선 사람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