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오 헨리 상 수상 작가
- 2009년 최고의 미국 단편 작가
- 반즈 앤 노블 추천 데뷔작
- 캐나다 크노프 출판사 주목할 만한 신인 소설 선정
- CBC 방송국 ‘주목해야 할 12인의 작가’ 선정
- 아마존 캐나다 ‘2011년 최고의 책' 선정
- 2011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 후보
아름다운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감동의 대서사시
어둡고 빽빽한 숲, 무시무시한 강물, 위협적인 눈보라,
황금빛 순록과 사악한 숲의 정령들…
죽은 자를 살려내고자 하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다
데뷔작으로 ‘캐나다 문학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은 작가 알렉시 젠트너의 장편소설 『터치』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알렉시 젠트너는 북부 오지의 쇠락한 금광촌 소가멧을 배경으로 한 삼대(三代)에 걸친 환상적인 이야기 『터치』로 단숨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가 되었다.
『터치』는 목회자가 되어 수십 년 만에 고향 마을로 돌아온 스티븐을 통해 우연히 금을 발견하여 지금의 소가멧을 탄생시킨 할아버지 자노, 그리고 골드러시가 사라진 이후 소가멧에서 벌목 작업으로 마을의 명맥을 이어나간 아버지 피에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 인간에게 정복당하지 않은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황금빛 사슴과 사악한 숲의 정령들이 어우러진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신념과 사랑, 그리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알렉시 젠트너는 거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면서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인하고 끈질긴 인간들의 이야기를 신화로 승격시켜 유령과 마녀들을 품고 있는 원시림과 문명이 조우하는 공간을 창조해냈다.
■ 이 책은…
잔혹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의 대서사시
『터치』는 대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전통을 형성하고 이어나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한 소설이다. 또한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 이어지는 단절된 가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캐나다 북부의 작은 마을 소가멧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황금을 찾아 나선 이들과 벌목 일꾼들, 그들 사이에서 한몫 잡으려는 장사꾼과 창녀들이 몰려들어 만들어진 신흥도시지만,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광활한 숲과 무시무시한 대자연의 힘에 위협받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까지도 녹지 않는 강물의 두꺼운 얼음이나 7월이 다 되어가도록 내리는 폭설은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은 자노가 소가멧에 골드러시를 일으키도록 한 민담 속의 마녀와, 복수를 위해 숲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들, 죽은 이를 불러내고 옛이야기 속 할아버지와 조우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에 설득력과 타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판타지와 생태주의적인 요소, 극한의 자연환경과 맞서며 겪게 되는 모험들,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존재로부터 정체성을 확인해나가는 과정 등은 상당히 역동적이다. 또한 아내와 가족에 대한 거의 불가해할 정도의 근원적인 사랑 이야기나 남녀 간의 사랑이 서술되는 방식 역시 세밀한 감정 전개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실제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운명에 맞서는 모습을 서술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강렬한 사건 전개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 원시림과 살벌한 추위와 폭설 등의 요소들을 실감나게 제시하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는 이 소설은 비극으로 가득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젠트너의 생동감 넘치는 문체가 서사의 아름다움으로 풍경을 구성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경쾌하게 유지시켜준다.
사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아우르는 ‘신화적 리얼리즘’
알렉시 젠트너는 캐나다 원주민 설화를 작품 안에 정교하게 엮어 넣었다. 혼자 힘으로 거친 대자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자리한 괴물들과 맞서 마을을 세운 자노 이야기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사라진 야성적인 자연과 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이 소설 속 자연은 가혹하고 무자비하며 동시에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그 앞에서 무기력과 죄책감, 상실감을 경험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을 한 자노는 끝내 죄를 떨쳐내지 못한 채 아들을 버리고 소가멧을 떠난다. 아버지의 부재로 외로움을 지우지 못한 피에르 역시 냉혹한 자연이 선사한 불운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아들 스티븐에게 죄책감과 고독을 물려주고 만다. 젠트너는 이와 같은 상처와 고독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믿음과 의지가 신화를 창조한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손과 동생 마리의 손이 닿았을 거라는 스티븐의 간절한 믿음과, 아내를 되살릴 수 있다는 자노의 확신이 생면부지의 할아버지와 손자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된다. 그것은 그들의 소망이 죽은 자들을 묻지 않고 망각하지 않음으로써 되살려내는 힘으로 화했기 때문이다. 바로, 기억은 죽은 자를 마음속에서 회생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인디언들의 믿음 속에 존재하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요정, 눈먼 허연 괴물은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한 사실이며 또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미개인들이 믿는 미신일 뿐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젊은 시절 자노와 마르틴 앞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눈부신 황금 순록처럼 선택받은 이들에게만 그 모습을 잠시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판타지와 성장, 가족과 사랑, 개척과 생태 등 여러 가지 키워드를 지닌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줄거리
골드러시로 인해 생겨난 마을이었으나 이제 금은 다 바닥나고, 벌목 산업으로 이어나가는 북부 삼림 마을 소가멧. 어린 스티븐은 여름이면 아버지를 따라 벌목장 일을 거들고, 겨울이면 불가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목가적인 유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스티븐이 열 살이 되던 어느 겨울날, 얼어붙은 강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여동생 마리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고, 딸을 구하려던 아버지마저 함께 익사한다. 냉혹한 소가멧의 겨울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동시에 잃고, 스티븐의 짧은 유년기는 끝이 난다.
그런 그의 앞에, 스티븐에게 있어서는 전설이나 신화 속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머나먼 존재였던 할아버지 자노가 나타난다. 어린 자식을 두고 일찍이 마을을 떠났던 자노는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의 아내 마르틴을 불러일으키고자 돌아온 것이다. 스티븐은 아버지나 친척들을 통해 먼 옛날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자노 할아버지의 과거를 직접 듣게 된다. 마녀에게서 훔쳐온 개, 눈먼 괴물, 황금빛 순록,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홀리는 겨울의 추위와 폭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아버지가 저질렀던 죄, 그리고 그로 인해 치른 대가를 알게 된다.
*????? *????? *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자노는 마녀에게서 훔친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숲속 오지인 소가멧에 들어온다. 돌아갈 식량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겨울을 맞게 된 자노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개의 도움으로 커다란 금덩어리를 찾게 된다. 이 소식에 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들 중에는 프랭클린과 마르틴 남매도 있었다. 프랭클린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각종 잡화와 사금을 찾는 데 쓰는 냄비를 팔아 한몫을 챙긴다. 생활에 안정을 찾은 그들은 새집을 짓기로 하고, 이미 금 채광에서 손을 떼고 벌목 사업으로 옮겨간 자노를 만나게 된다.
자노와 마르틴은 이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곧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눈부신 신혼생활은 북쪽의 짧은 여름과 함께 금방 지나가버리고, 갑자기 혹독한 겨울이 들이닥친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불의의 화재로 집을 잃은 그들은 제재소로 몸을 피하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폭설 속에 발이 묶인 러시아인 광부 그레고리가 그곳을 찾아든다. 지붕까지 쌓인 눈 속에 갇혀 고립된 채 하루하루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식량이 줄어들어감에 따라 세 사람의 신경은 점점 더 예민해진다. 그레고리에게서 불온한 기색을 감지한 자노는 그를 방어하기 위해 먼저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도끼를 손에 든다.
인육을 먹어가며 긴긴 겨울을 버텨내고 살아남아 여름을 맞이한 자노와 마르틴은 속죄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기로 한다. 임신한 몸으로 그 가혹한 겨울을 보낸 마르틴은 마침내 아들 피에르를 낳고, 모든 일이 다 술술 풀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일꾼들 사이의 작은 다툼을 수습하려 경쟁 제재소를 찾아간 자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그의 손에 죽은 러시아인 광부 그레고리였다. 옴짝달싹 못하고 얼어붙은 자노에게 그레고리는 자기 대신 개를 잡아먹지 않은 것을, 자신의 뼈를 제대로 갈무리해주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 그날 밤, 제재소에는 불길이 치솟고, 간신히 불을 끄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자노의 눈에 이번에는 마을 쪽에서 타오르는 불빛이 들어온다. 그레고리의 복수로 아내를 잃은 자노는 그 남자를 다시 죽이고 어린 아들을 버려둔 채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 추천의 글
『터치』는 놀랍고 자극적인 데뷔작이다. 젠트너는 비극과 신화, 리얼리티를 뒤섞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독자들이 잔인하지만 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_ 테이아 오브레트, 『호랑이의 아내』의 작가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알렉시 젠트너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옛 벌목꾼이나 광부처럼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하다. 『터치』는 잃어버린 세계를, 아니, 우리가 현실이기를 바라는 세계를 금가루처럼 매혹적인 문장으로 되살려낸다. 마음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잘 짜여진 이야기이며 끝내주는 데뷔작이다. _ J. 로버트 레넌, 『캐슬』의 작가
알렉스 젠트너의 『터치』는 그림 동화의 전통과 곧바로 연결되는 사악한 마술로 가득하다. 어둡고 빽빽한 숲, 무시무시한 강물의 마녀들, 위협적인 눈보라, 사람을 통째로 삼키고 겨우내 얼려놓는 강. 하지만 이와 같은 잔인한 요소들은 이 소설의 핵심인 인간의 깊은 사랑을 비춰주는 역할을 할 따름이다. 젠트너는 믿을 수 없이 우아하고 따뜻하게 이 모든 이야기를 써낸다. _ 로렌 그로프, 『템플턴의 괴물들』의 저자
날카롭고 놀라운 문장을 통해 신화와 마술, 가혹한 현실과 가슴 아픈 상실, 찬란한 승리로 가득한 세상을 창조해낸다. _ 아이린 카일, 『동물들의 신』의 저자
이 훌륭한 데뷔작에서, 알렉시 젠트너는 일종의 마법을 이용해 독자를 끌어들인다. 작가는 사라진 지 오래인, 신화에 가까운 북서부의 벌목과 광산 마을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이러한 업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우화로 가득하며, 너무나 아름답고 기묘한 나머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미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터치』는 그 제목 이상의 느낌을 전달하는 책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뒤에도, 독자는 이 책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_ 조시 베일, 『뉴 밸리』의 저자
북부 삼림 가장자리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적인 이야기, 『터치』는 야생의 심장부와 인간의 열정을 연결하는 미스터리를 탐색한다. 이 소설은 놀랍고도 마술적이며, 하지만 솔직하고 장중한 문체로 쓴 이야기다. 사창가, 광부, 벌목꾼, 유령과 폭설, 화재 가운데서 젠트너는 장중한 리듬으로 기억을 엮어나간다. 아름다운 데뷔작이다. _ 베스 파우닝, 『선장의 아내』, 『모자상자에 든 편지들』의 작가
이 숨막히는 데뷔작에서, 젠트너는 캐나다 북부 숲에 도사리고 있는 유령과 악마들로 가득한 마술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스티븐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추도사를 전하기 위해 외딴 도시 소가멧으로 돌아온 성공회 신부이다. 오래된 비극이 되살아나고, 집을 떠났던 탕자는 젠트너의 말대로 ‘기억은 죽은 자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_ 피플 매거진
알렉시 젠트너를 주목할 만한 캐나다 작가 12인으로 꼽고, “캐나다 문학의 미래”로 평가했으며, 『터치』를 “캐나다의 위대한 문학가 조셉 보이든을 연상시키는, 신화적인 색채가 가미된 작품”이라고 했다. _ CBC
젠트너는 마음을 사로잡는,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소설을 채운다. 여기 등장하는 눈처럼 눈부신 『터치』는 젠트너의 재능을 주시하게 만드는 데뷔작이다. _ 런던 타임스
알렉시 젠트너의 오싹하면서도 아름다운 데뷔작에는 유령과 같은 존재들이 출몰한다. 젠트너는 최근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인물을 창조했으며, 그는 마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상상한 폴 버넌 같은 존재다. 『터치』는 안전한 실내에서 따뜻한 난로를 켜놓고 바라보는 눈보라처럼, 꿈결 같고 황홀한 데뷔작이다. _ 워싱턴 포스트
『터치』 같은 소설을 써내기 위해선 어떤 작가들은 평생을 바쳐야 한다. 알렉시 젠트너는 첫 책으로 그것을 이루었다.? _ 내셔널 포스트
거친 대자연과 스티븐의 특이한 어린 시절이 훌륭하게 그려졌으며, 비극으로 가득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젠트너의 우아한 문체가 이야기를 경쾌하게 유지해준다. _ 퍼블리셔스 위클리
■ 본문 중에서
두 손은 닿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들을 뒤덮고 있는 얼음장을 통해서도, 아버지의 두 손과 동생의 한 손 사이에 도끼날만큼의 폭이 남아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한 손의 망가진 손가락과 다른 손의 매끄럽고 하얀 손가락이 모두 마리의 작은 손을 향해 뻗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나머지 몸과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그 위의 얼음이 너무 두껍게 가로막고 있었다. 윤곽은 흐릿했고, 그림자와 검은 형체뿐이었다.
도끼를 가져와 얼음을 부수자는 말이 있었지만, 아버지와 마리를 무덤에서 꺼내자는 말이라도 들은 듯 어머니는 만류했고, 그러자 아저씨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갔다. 펄 할아버지는 내 등을 두드려주더니 아버지와 동생 유령 위에 어머니와 나만 남겨두고 강둑으로 돌아갔다. 언덕 봉우리 아래로 해가 떨어질 때, 우리는 얼음에서 등을 돌려 유목로의 가장자리를 잡고 강둑을 올라갔다. _ 30-31쪽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거 알고 있었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르던 일이었고,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답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할아버지가 내게 말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그를 두 번 죽였지.”
“두 번요?”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랐다.
“처음에는 그가 죽은 채 있으려 하지 않기에, 두 번째 죽이고는 뼈를 내가 가지고 다녔지.”
할아버지는 늑대 울음소리처럼 짧게 웃었다. _ 75쪽
카리부 한 마리가 겨우 몇 발자국 옆에 다가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플레뢰는 카누 근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카리부는 엄청나게 컸다. 두 사람이 강물 속에서 끌어안고 있는 곳에서도 카리부의 어깨 높이는 2미터는 되어 보였고, 그들이 그때까지 본 어떤 카리부보다도 30센티미터는 족히 더 큰 것 같았다. 녀석은 무겁기도 했다. 추위가 늦게 찾아온 탓에 짝짓기 철이 그때까지도 시작되지 않았고, 이 수컷은 축적한 지방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크기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녀석의 몸이었다. 온몸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카리부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것이 어쩌다 잘못 거기 놓인 조각상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_ 130-131쪽?
오늘 밤, 어머니가 돌아가신 밤, 어머니의 장례식 전날 밤에는 어머니를 생각해야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 얼음 구멍에 빠져 손이 거의 닿을 뻔했던 아버지와 동생, 숲과 마녀와 유령을 생각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라면 누구보다도 이해해주실 것이다. 어머니는 소가멧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벌목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고, 어머니가 겪었듯 사람을 한자리에 묶어놓거나, 내가 겪었듯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유령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이 유령들이 나를 그토록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양아버지는 신의 섭리가 재미있다고 했지만, 내가 근 20년 동안 타지에서 지내다 마침내 소가멧으로 돌아온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얼 신부님이 청하지 않았다면, 소가멧이, 그리고 자신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처럼 죽은 자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도 없고, 또 그럴 힘도 없지만, 아버지와 마리가 강물에 빠진 후로 어머니가 믿기 시작한 것을 나도 믿게 되었다. 기억은 죽은 자를 살려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_ 279-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