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다시 읽는 냉철한 지성! 그의 눈으로 본 시간의 역사 『그 겨울 그리고 가을』에 이은 비평에세이! 꼿꼿한 지성과 벼려진 칼끝 같은 냉철함으로 변함없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문단의 1세대 평론가 유종호의 비평에세이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월간 『현대문학』에 2010년 1월호부터 일 년 동안 연재되었던 것과 최근 발표한 글을 함께 묶은 것이다. 저자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는 이번 비평에세이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를 읽은 힘이 무엇인지, 과거를 통해 내다보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깊은 감동과 함께 전해준다.
1장|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자기기만을 넘어서 타자의 눈으로 유산이라는 굴레 어둡고 괴로워라-1950년대의 대학가 이제는 옛날-나의 수강 경험 2장| 텍스트의 현장 문학의 전락-무라카미 현상에 부쳐 즐김과 소명 사이에서-문학이 하는 일 기이한 상봉-표절인가 차용인가 안개는 피어서 강으로-박목월은 표절 시인인가 사철 발벗은 아내가-정지용의「향수」가 모작인가? 상호텍스트성의 현장 왜 고전인가? 3장| 타인의 삶 속에서 증오의 중층적 결정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글로벌시대의 번역 타인의 삶 속에서 광화문 언저리에서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와 뉴욕주립대(버펄로)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6년 연세대 특임교수직에서 퇴임함으로서 교직생활을 마감했고 현재 예술원 회원이다. 1957년부터 비평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서정적 진실을 찾아서』『다시 읽는 한국시인』『시와 말과 사회사』『나의 해방전후』『그 겨울 그리고 가을』 등이 있다. 『그물을 헤치고』『파리대왕』 등의 번역서가 있고, 2004년에 유일시집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를 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만해학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생생한 증언의 역사! 2009년 출간된 『그 겨울 그리고 가을』이 1951년 당시 17세였던 저자의 6ㆍ25 동란기를 담고 있다면, 이번 비평에세이는 그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대학가의 풍경과 수강경험, 꾸준히 논의되었던 문학의 표절과 모작 문제, 노년이 되어 삶의 현장에서 느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등이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귀중한 증언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선으로, 자못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개인의 역사를 드라마틱한 전개와 긴장감을 통해 과거를 우리 앞으로 소환하여 독자들에게 생생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한국문학 평단의 거목으로 지금도 꾸준히 저력을 과시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저자의 체험이 밑바탕이 되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문학작품보다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준다. 냉철한 비평가의 눈으로 본 한 시대의 흐름 이 책은 젊은 세대들이 알지 못한, 또는 기성세대들에게도 흐릿하게 지워져 있던 낯선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상기하고 기억하게 함으로써 그 소중한 진실을 진정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지난 회상에세이 시리즈가 불과 50여 년 전의 수통스럽기까지 했던 가족과 개인사, 나아가 당시 세대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와 아픔을 조심스럽게, 때로는 불편하게 드러냈다면, 이번 비평에세이는 시대적 체험을 공유시키는 체험기로써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독자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삶을 재인식 혹은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적 욕구에 불타오르던 대학생활과 원시적인 관성에 젖은 미비했던 교육에 대한 청년기의 비평의식까지도 함께 녹여놓은 이 책은, 풍요와 빈곤이 뒤섞인 시대의 우울을 대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지침서가 될 것이며, 또한 암울한 시대에도 삶의 의미와 소명의식을 찾아내고자 했던 저자의 고연한 자세를 통해 진정한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유종호 교수의 글은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 한 편을 읽고 나면 그다음 글이 궁금해서 계속해서 읽게 된다. 그는 문단에서도 동서고금의 책을 가장 많이 읽고 정확히 기억하는 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글의 재미가 여기에서 오는 것만도 아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평문도 머리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그는 누구보다도 문학 그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비평가다. 우리 문학에 대한 깊은 사랑, 우리 문학이 가진 소중한 것을 찾아내고 옹호해야겠다는 열정이 없이는 그처럼 특이하고 감동적인 평문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평론이 남의 흠을 잡는 데 열중하는 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게 만들면서 참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유려하고도 치밀하고 맛깔스러운 문장도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히게 만드는 요소다. ―신경림(시인) 유종호 교수가 지닌 글쓰기의 힘은, 초기 비평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한결같이“사람의 위엄”을 지키는 문학을 실천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온갖 허위와의 싸움에서 문학의 언 어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해온 그의 비평은 엄정하고 품격 있는 글쓰기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이성적이면서 열정적이고,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그의 글은, 비평의 동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서,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뚜렷한 빛을 발휘하는 고전적 가치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그의 문학, 사회,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원숙한 글쓰기는, 협소한 틀에 갇힌 우리의 사고를 넓혀주면서 동시에 과거를 새롭게 돌아보고 올바른 미래의 삶을 모색해볼 수 있는 전망의 기쁨을 누리게 한다. ―오생근(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