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들은 내가 살며 만난, 내 마음을 움직였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한, 어린 인간의 이런 저런 얕은 생각들, 용서하는 맘으로 봐주시길 바란다.”-함민복 강화도 시인으로 유명한 함민복의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Daum에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연재하였던 에세이와 틈틈이 지면에 발표하였던 글들을 묶은 이 책은 가난했지만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 강화도에서 만난 역사와 사람들, 누에처럼 하얀 강아지 길상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일상 등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마주친 삶의 모습들을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함민복은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지만 그 자신은 “가난하다는 게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마음이 부자인 작가다. 그래서 함민복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의 글에는 그런 긍정의 힘이 가득하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향긋한 산나물,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 찬 밥상이다. 개두릅, 시엉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롭고, 갓 잡아낸 뻘낙지처럼 꿈틀거리는 글들의 만찬이다. 독자들은 함민복의 글을 통해 우리가 세파에 나부끼다 놓쳐버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추억의 경쟁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 굴렁쇠 | 이사 | 반지의 힘 | 이러다 목련꽃 피면 어쩌지 | 명동성당 | 추억의 경쟁 | 두릅을 따며 어머니 생각 | 봉선화 감성 | 지하촌 | 물고기 | 함석대문이 있는 풍경 | 산소 코뚜레 | 교장선생님, 멀리 날다 | 1997,양화대교 | 오이냉국 | 나는 내 맘만 믿고 2부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함씨 | 집에 대한 단상들 | 길거리에서 핀 매화 | 길상이 가라사대 | 막걸리 안주는 인절미가 최고인데 | 열쇠 | 보문사 가는 길 | 허리 |우스갯소리 | 인터넷에도 없는 낙지 잡는 법 | 산초 | 잘 가라, 이 봄 | 군내 버스 | 낙지 잡기 패인 분석 | 맛 |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3부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불꽃놀이 | 망원경 | 민들레꽃 | 고구마 캐기 체험 나온 아이들을 보며 | 태풍이여 제발 진로를 | 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저수지 가는 길 | 인터넷 시詩 변질 유감 | 백중사리 |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 접목 | 논물 거울 | 돌고래를 찾아서 | 낭만 성형수술 | 촛불 | 총소리 | 바닷물 위에서의 반성 | 가을, 우리는 무엇을 남길까 | 사람 소리
지은이 함민복 강화도 시인이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은 시인 함민복. 마니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에 반해 1996년부터 강화도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전업 시인으로 글 쓰는 틈틈이 바다에 나가 고기 잡고, 뻘에서 낙지도 잡으며 물고기 공부를 하고 있다. 바다와 벗 삼아 살고 있는 그는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난 내륙 출신이다. 수업료 전액 면제라는 말에 서울로 유학 와서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나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에 괴로워하던 중 문학에 빠져든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4년을 근무하다 전기와 쇠를 배반하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대학 2학년이던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써내려간 시로 호평받은 그는, 인간미와 진솔함이 살아 있는 에세이로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눈물은 왜 짠가』『미안한 마음』에 이어 3년 만에 발간하는 세 번째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포털 사이트 Daum에 5개월간 연재한 글에다 틈틈이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었다. 과거를 추억하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안빈낙도하는 듯하나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날선 눈초리를 잃지 않는 글들은 온라인에서 깊은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시집으로 『우울 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가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이 책은… 강화도 시인 함민복 특유의 서정적 정서를 녹여낸 세 번째 에세이집! 작가 함민복을 생각하면 가난과 어머니, 그리고 강화도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전업 시인으로 강화도에 살고 있는 그는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간 인생길을 덤덤하게 털어놓은 글들로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대표작으로 애송되는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 허영만의 『식객』에 인용된 시 「긍정적인 밥」에서 보듯 그의 작품 세계에서 어머니를 향한 애끓는 사랑과 가난의 그림자,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거름으로 승화시키는 긍정의 힘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미안한 마음』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에도 이러한 함민복 특유의 색깔이 잘 드러나 있다. 더불어 이 에세이집은 ‘눈물’과 ‘미안함’에서 ‘길’과 ‘인생’으로 향해 가는 작가의 무게중심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함민복 시 세계의 원천이자 ‘열쇠처럼 쪼그맣지만 내 모든 것을 열어준 어머니(「산소 코뚜레」)’와 2009년 1월 사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 인터뷰를 통해 종종 밝혔듯 ‘가난’과 ‘추억’이라는 틀에 묶이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한 사람의 뛰어난 작가가 고유의 색을 간직하면서도 어떻게 변모하고 성장해나가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강화도 길 위에서 만난 인생과, 사람과 추억의 단상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에는 작가가 지나온 인생의 무늬와 나이테가 아로새겨져 있다. 수업료 못 내는 서러움을 물고기 잡으며 삭이던 어린 시절, 그 물고기를 돼지고기와 맞바꿔준 친구 아버지 이야기(「물고기」)는 눈물겨우면서도 인정스럽고, 어머니를 잃은 후 어머니 묘 앞에서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나는 내 맘만 믿고」)’다고 토로하는 절절한 사모곡은 가슴 저릿하다. 강화도에서 마주친 삶의 단상들에서도 작가 특유의 짙은 향기가 묻어난다. 개펄에서 낙지를 잡으며 ‘낙지 잡는 일이 우리 인생살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하나(「낙지 잡기 패인 분석」)’도 잡아 올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전등사 가는 길에서는 ‘길 중에, 섬[島]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라는 생각과 마주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에세이집에는 누구보다 현실 참여적이며,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작가는 2008년 6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전경에게 구타당하여 머리를 다쳤다. ‘날씨 추운 날은 모자를 꼭 쓰고 다’녀야 하게 된 작가는 ‘밝음은 더 밝음으로만이 끌 수 있을 것이(「촛불」)’라고 혼탁한 세상을 향해 경고를 보낸다. 세상 모든 일에 미안하다고, 또 고맙다고 말하는 작가. 그러면서 ‘내 깃발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고민하며 마음을 다잡는 작가 함민복. 그런 진심이 드러났기에 이 에세이가 포털 사이트 Daum에 연재되는 동안 네티즌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에세이집은 함민복이라는 작가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띄우는 연서戀書이다. 봄 편지 같은 그의 글에 흠뻑 취하기를 바란다. ■ 추천사 함민복의 글을 읽는 일은 아프다. 이렇게 고운 사람을, 이렇게 착한 시인을 우리가, 우리 시대가 아프게 한 것이 아프다. 이런 사람은, 그리고 이런 시인은 ‘유리 쟁반’에 앉혀야 하는데 가시밭길을 피 흘리며 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프다. 함민복의 글을 읽고 아프다는 것은 함민복의 글을 읽고 나서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의 글을 읽고 난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거나 익혀온 언어와 습관 모두를 버리고 ‘함민복의 언어와 습관’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 앞에 전율할지도 모른다. 아픈 전율은 가슴 벅찬 행복감과 함께 올 것이니, 내가 그리고 당신이 함민복에게 감화받기를 망설여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공선옥(소설가) 돼지는 가장 고통스런 표정으로 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돼지머리에서 미소를 읽는다. 웃는 돼지, 작가는 돼지머리 같은 존재다. 칼날이 지나간 세월의 목덜미를 원고지 삼아 미소의 문장을 쓴다. 숭엄한 수평이 야만의 수직을 떠받들어야 하는 굴욕의 시대에, 시인은 수직을 반죽해서 수평을 낳는다. 숭어 떼가 일으키는 바람의 문장들이 파도가 되어 가슴 벽을 후려친다. 마늘종 씹은 듯, 잔대 뿌리에 고추장 찍어 먹은 듯, 뗏장 입히다 눈에 황토 튀어 박힌 듯, 짠하다. 눈물 아롱져 가슴 서늘한데, 발가락 사이로 말랑말랑한 갯벌 진흙이 삐져나온다. 울다 웃으면 거시기에 털 난다는데, 아! 여기 숭악한 글이 대책도 없이 쳐들어간다. 동거를 허하라. -이정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