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개들에 대한 관찰을 담은『율리시즈의 눈물』. 이 책은 인간과 개 사이의 신비스러운 친화력, 세계적인 문호들의 생활과 작품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역할을 개들에 대한 심미적으로 관찰했다. 저자는 '율리시즈'란 이름을 호머의 신화에서 기원을 찾고, 여러 개를 통해 문필가들의 작품 세계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명한 문호들 루소, 세르반테스, 보들레르, 발레리, 릴케, 사르트르, 라캉, 플로베르, 카뮈, 체홉 등을 비롯하여 고야, 찰리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하이데거를 인용하며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듬어낸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셈이다.
머리말 불가사의 개로 태어나 사는 것의 어려움 원망하는 눈빛 냄새의 세계 낙오한 개들 개들의 천국 과거를 가진 개 플로베르의 왕뱀과 앵무새 바크 거리로의 산책 사랑받는다는 것 개가 좋긴 하지만...... 동물의 친구들 우리의 위인들 영웅들과 망명자들 라르보, 혹은 부르주아 특유의 어처구니 없는 짓들 동일시 소명 환상, 상징, 신호로서의 개 형이상학 볼테르 대 루소 우등생 명단 동물 - 기계 모데스틴느 가스통 페뷔스 두 사냥꾼 짐승 같은 사람들 동구에서는 옥시아스 섬 원수들 진화 어휘의 문제 개의 마음 율리시즈가 죽고 난 뒤에 꾼 꿈들 플러쉬 괴링의 개의 약혼녀 순수한 사랑 염세주의자 개와 고양이 앙다이의 밤 덕을 보는 사람들 크노의 개 디노 말, 염소, 개 책과 개 인터뷰 | 로제 그르니에와의 만남 옮긴이의 말 | 울리시즈와 서우
■ 지은이 로제 그르니에(Roger Grenier) 1919년 프랑스 캉 출생. 청소년 시절은 스페인 국경이 지척인 서남쪽 도시 포오에서 보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피레네 산맥에 면한 이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지도로 박사논문을 준비했고, 알베르 카뮈가 주도했던 ≪콩바≫지와 ≪프랑스 수아≫지를 거쳐 20년 넘게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카뮈는 자신이 책임 편집을 맡은 갈리마르 출판사의 희망 총서에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 그르니에의 첫 작품 ≪피고의 역할≫을 포함시켜 문학적 재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거의 모든 작품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며, 소설로는 페미나 상, 카트르 쥐리 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단편소설 대상, 에세이로는 알베르 카뮈 상, 11월 상, 조제프 델테유 상, 3천만 애독자 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1985년에는 그의 전 작품에 대하여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대상이 수여되었다. 대표작으로 ≪시네 로망≫≪겨울 궁전≫ 등 10여 편의 장편이 있고, ≪물거울≫(아카데미 프랑세즈 단편소설 대상),≪그 시절 사람≫ 등 9권의 단편소설집과 다수의 에세이가 있다. ■ 옮긴이 김화영 현재 고려대 불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문학 상상력의 연구≫≪행복의 충격≫≪바람을 담는 집≫≪소설의 꽃과 뿌리≫≪시간의 파도로 지은 집≫ 등 10여 권의 저서 외에 미셸 투르니에, 파트릭 모디아노, 장 그르니에, 로제 그르니에, 레몽 장,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등 프랑스 주요 작가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알베르 카뮈 전집≫(15권), ≪내 생애의 아이들≫≪섬≫≪짧은 글 긴 침묵≫≪예찬≫≪뒷모습≫ 등 60여 권의 역서를 내놓았다.
■ 이 책은 『율리시즈의 눈물』은 인간과 개 사이의 신비스러운 친화력, 세계적인 문호들의 생활과 작품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역할을 한 여러 종류의 개들에 대한 심미적인 관찰이다. 문학사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는 번역을 한 김화영 선생이 로제 그르니에 씨의 도움을 받아가며 주석을 첨가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율리시즈’란 이름을 호머의 신화에서 기원을 찾게 만드는 것부터가 이 책의 성격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르니에는 율리시즈, 아니 여러 개를 통해 문필가들의 작품 세계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레이더에 감지되는 문호들은 루소, 세르반테스, 보들레르, 발레리, 릴케, 사르트르, 라캉, 플로베르, 카뮈, 체홉 등을 비롯하여 고야, 찰리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다. 그르니에는 사람은 ‘세계의 형성자’인데 비해 동물은 ‘세계의 가난’이라고 말한 하이데거를 인용하며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듬어낸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릴케는 개가 처한 상황을 ‘제외되지도 않고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라고 정확하게 요약하고, ‘말테의 수기’에서 잉에보르그의 개 ‘카발리에’를 통해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릴케는 실제로 개와의 이별이 두려워 개를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보들레르가 궁핍한 ‘낙오한 개들’에 애정을 가진 반면, 앙리 미쇼는 그들을 ‘악취의 대가’라고 단정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보다 훨씬 고상하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 플러시에게는 ‘심지어 종교까지도 어떤 냄새’라고 말한다. 로맹 가리와 율리시즈의 짧은 만남에 대한 그르니에의 회고는 너무도 감동적이라 그대로 인용한다. 1980년 9월 어느 날, 우리는 로맹 가리를 바로 그가 사는 집 건물 앞에서 만났다.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말했다. - 이리 와봐, 바보야! 우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로맹에게 말했다. - 자네가 율리시즈를 만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인 것 같네.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로맹은 갑자기 격렬한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집 처마 밑으로 가서 숨었다. 율리시즈는 9월 23일에 죽었고 가리는 12월 2일에 죽었다. 일년 사이에 진 세버그, 가리, 그리고 율리시즈가 세상을 떠났고 우리의 길이 텅 비어버렸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까 그 셋을 한데 결부시켜서 말해서 안 될 까닭은 없지 않은가? 콜레트 오드리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어머니 품속보다 더 아늑하고 더 확실한 은신처를 찾아낸 것이다’라며 개를 예찬하지만 그르니에는 카뮈의 ‘이방인’과 ‘전락’을 예로 들며 그런 사랑에는 일말의 ‘피학성’ 또는 ‘가학성’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카프카의 ‘중년의 독신자’를 예로 들어 개를 키우는 것이 ‘개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 장 자크 루소의 일화는 당시 귀족사회를 비꼬는 해프닝이다. 루소의 개 이름은 ‘듀크(공작)’이었는데 귀족들이 기분 상할까 걱정한 끝에 ‘튀르크(터키인)’라고 개명하고 귀족들에게 해명까지 했다고 한다. 그르니에는 흥미롭게도 동물을 대하는 문필가들의 태도에 따라 ‘우등생 명단’까지 작성한다. 그의 채점방식에 따라 ‘개의 종과 혈통을 전혀 구별할 줄 모르는’ 보르헤스는 빵점을 받았고,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개와 고양이를 추방해버린 소유지를 상상해보고 싶다’고 한 프랑수와 모리악은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우등생 명부에는 보마르셰, 앙드레 지드, 그리고 채식주의자 버나드 쇼는 ‘정신적 귀인’이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추가로 쇼펜하우어도 점수를 후하게 매겨야 할 것이다. 그는 ‘개들이 없는 세계에서라면 나는 아무런 살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레몽 크노는 ‘디노’라는 개와의 여행을 주제로 완벽한 콩트를 썼고, 자기의 개가 죽고 나서는 문학상까지 사양했다고 한다. 그르니에는 ‘예외가 없지 않지만, 문인들은 대개 동물에 봉사하기보다는 동물을 이용하는 편이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신세를 지는 쪽은 항상 사람이다’라고 결언하며, 관계와 사랑에 대해 자숙해볼 것을 요구한다. ■ 책 속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개'라는 제목의 시에서 개가 처한 조건을 단 네 마디로 간결하게 요악한다. "제외되지도 않고 포함되지도 않은." 인간의 세계 밖으로 아주 밀려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의 세계 속으로 확실하게 받아들여지지도 못한 것이 개의 삶이다.(23쪽) 개는 또한 상징적 가치를 갖기도 한다. 세르반테스의 작품 속에서 그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 거기 땅속에 묻힌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석고 조각상들에는 그들의 남편과 아내일 경우 두 사람 사이의 발치에 개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그들 부부가 생전에 불가침의 사랑과 일편단심을 간직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111쪽) 카프카의 작품에 나오는 개들과 다른 동물들은 대개 우리 인간의 행동과 조건의 은유에 불과하다. 가령 직무유기를 각오하고라도 집을 나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저 못 말릴 집 지키는 개의 경우가 그렇다. 사실 그 개들은 대개 이름만 개일 뿐이다. '개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복잡하고 수수께끼 같은 텍스트에서 카프카는 개에게 발언권을 주어서 개가 음악과 땅과 음식과 마지막 종말에 대하여, 공동생활의 어려움, 자유, 나아가서는 종교에 대하여 명상을 하게 만든다. 진실을 모색하고 의혹을 갖는 철학자 개. 어떤 사냥개의 심오한 노래는 우리들의 주인공을 서로 소통할 수 없는 미지의 경험으로 인도한다. 그 경험이란 아마도 죽음의 경험일 것이다. '심판'에서 조제프 K는 수치스럽게 "개처럼!"하고 소리치며 죽는다.(180~181쪽) 롤랑 뒤비야르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으로 떠올리게 되는 한 가지 질문을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했다. 동류인 다른 사람들과 우리 사이의 상호 이해보다 개와 우리 사이의 이해에 우리가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220~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