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우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무를 만나는 그 기쁨과도 같은 것이다.” _이어령 · 문학평론가 일본 ‘모노파’를 창시한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에세이집 『시간의 여울』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그리지 않는 그림의 철학자”로 불리는 작가 이우환이 그림이나 조각 작업 틈틈이 잡지, 신문 등에서 청탁받았던 원고들 중 선별한 것으로, 유년의 기억부터 일상의 소도구 등의 소재를 빼어난 글 솜씨와 예리한 사유로 표현한 수작들이다. 저자는 책 말미의 「지은이의 글」에서 이 원고들이 가볍고 신변잡기적이라고 밝혔지만 『시간의 여울』은 87년 일본에서 첫 출간된 이래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대입시험에 출제되는 등 에세이 문학의 미학을 보여준 것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연과 조응하는, 예술세계에서의 초월의 의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보헤미안 이우환, 그의 에세이집 『시간의 여울』은 그의 예술관을 피력한 전작 『여백의 예술』에서보다 하나의 자연인으로서의 이우환, 철학하는 인간 이우환의 깊이 있는 한 자락을 보여주고 있다.
■ 차례 Ⅰ. 시간의 틈새 개구리 / 초봄1 / 초봄2 / 가영이 / 어느 아침의 광기 / 곰팡이 핀 사과 / 뱀 / 발굴 작업 / 겨울 이야기 / 로마네콩티로 건배 / 햄버거 / 커피의 맛 / 두 개의 공기 / 파리 / K양과 T씨의 경우 / 버릇없는 손님 / 세 사람 / 술의 주변 / 불행의 기쁨 / 여름날에 / 빌딩 공사장 / 퍼포먼스 / 무無의 바다 Ⅱ. 여행과 사건 도쿄에서 / 기억 / 식도락 / 여행과 구두 / 구두를 닦으면서 / 아크로폴리스와 돌멩이 / 갠지스 강 / 파리에서 1 / 파리에서 2 / 뉴욕의 지하철 / 톨레도에서 / 어떤 여행지에서 / 어떤 뒷모습 / 정야淨夜의 종, 제야除夜의 종 / 아이들의 외침 / 장송葬送 / 어느 아침 갑자기 / 가묘家廟에서의 하룻밤 / 전쟁터의 연날리기 Ⅲ. 예술의 주변 4분 33초 ? 존 케이지에게 /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날 / 아틀리에 / 일기에서 / 낚싯대를 찾아서 / 헤맴 / 예술적 재능 / 연주 / 하얀 종이 / 목판을 새기면서 / 흙에 이끌려 / 흙을 굽는다 / 요리와 조각 / 조각의 세계 / 전화벨 / 곤今日出海 선생의 별세 / 상처―폰타나의 작품 / 제작 ? 화가 F에게 / 김학영 씨 / J.보이스와 백남준 Ⅳ. 인연과 세월 세월 / 종환鍾幻 / 빨간 고추잠자리 / 고향 / 조부祖父 / 각설이 타령 / 소학의 가락 / 난蘭에 부쳐 / 예감의 항아리 / 하얀 고무신 / 우국지사憂國之士 / 통일의 일상 / Y의 체험 / 구더기無骨蟲 / 입론立論 / 어떤 편지 / 어떤 야성 / 남대문 시장 / 한국의 우와 좌
■ 저자 이우환 미술가. 1936년 경남에서 태어나 문인으로 알려졌던 황동초黃東樵로부터 유년기를 통해 시·서·화를 배웠다. 195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한 후 도일渡日, 1961년 니혼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도쿄 사토 화랑에서 새로운 시도에 의한 개인전을 연 이후 전위적인 예술 표현을 추구하면서 국제적으로 활약했다. 1968년경부터 일어난 ‘모노파’ 운동의 중심적인 인물로 알려지고, 파리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등 다수의 국제전에 출품했다. 루이지아나 근대미술관, 파리 국립 주 드 폼 미술관, 쿤스트무제움 본 등 주요 미술관에서 많은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유네스코 미술상>(파리), <호암상>(서울), <세계문화상>(도쿄) 외 여러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전 파리 에콜 드 보자르 초빙교수이며, 현재 동경 다마 미술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LEE UFAN』(일본 미술출판사, 판과 도시출판사)『이우환 전판화집』(일본 중앙공론사) 등의 작품집이 있고, 저서로 일어판 『만남을 찾아서』『여백의 예술』『멈춰 서서』(시집) 등과 영역판 『Art of Encounter by Lee Ufan』(Actes Sud) 등이 있다. ■ 번역자 남지현 서울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의 일본 체류를 계기로 일본문학에 심취, 고려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였다. 증권회사 국제부에서 근무하다가 도불, 소르본 대학과 파리 3대학에서 어학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주로 미술 분야의 번역을 해오고 있다.
■ 이 책은… 작가 이우환은……. 하나, 둘 셋……. 하얀 캔버스 위에 펼쳐진 몇 개의 점들. 그리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점 사이의 여백. 그려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존재와 비존재, 비어 있는 것과 채워진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모노파’라는 일본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이끌었던 이론적 지주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작품세계이다. ‘그리지 않는 그림’ 작가이자 ‘여백의 예술가’ 이우환. 『시간의 여울』은 바로 『여백의 예술』『멈춰 서서』 등을 출간한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으로서의 이우환의 삶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이우환은 『시간의 여울』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화가로서의 생활,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부터 현대 예술 사상까지 자기의 삶을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꺼내놓고 있다. 쉽고 단정한 문체로 섬세하게 묘사한 평범한 일상, 그리고 거기에서 이어가는 성찰과 명상은 독자들을 이우환의 문학적 감수성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시간의 여울』은……. 『시간의 여울』은 1987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뱀』과 『아크로폴리스와 돌멩이』 등 몇몇 단편이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거나 대학 입학시험에 자주 출제되면서 화제를 모으다가 1994년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이번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개정판은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들을 추가하고 번역도 새롭게 다듬어 꾸며 낸 것이다. 출간된 지 20년도 더 되었지만 이우환의 글에 빛바랜 세월의 흔적은 없다. 오히려 세상 모든 것을 향한 열린 마음과 사소한 것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집중력이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 좀 더 큰 시각을 열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우환은 평범한 우리 밥상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고, 낡은 구두에서 묵직한 시간의 자취를 본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릴 돌멩이 한 개조차 그에게는 가장 오랜 자연을 인식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우환의 예술은 ‘세계 내 존재’의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한 자연과 그 대상화로서의 인위적인 것을 조응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작가관을 드러낸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인위적인 손길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여백의 세계를 존중한다. 그의 글 역시 군더더기가 없이 짧고 강렬하다. 그러나 극도로 절제된 문장 속에 담긴 통찰력과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삶에 대한 생동감은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 추천의 글 이우환의 글 속에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우환의 글 속에는 부싯돌의 섬광이 있다. 이우환의 글 속에는 수목들이 있다. 이우환의 글 속에서는 흙냄새가 난다. 이우환의 글은 현대의, 앞으로 올 우리들의 오행사상이다. -이어령 · 문학평론가 재일 화가, 조각가 이우환. 그는 목표다. 하고많은 일본 전위 미술가들이 따라잡으려고, 제쳐놓으려고 기를 쓰는―. 그 목표는 따로 바쁘다. 한사코 뛴다. 일본이 비좁을세라 구미 각지에서도 제작, 전시하느라 사시사철이 없다. 그는 좀 미쳤다. 미지의 가치를 찾아, 나잇값도 못하고 쫓아다닌다. 글도 잘 쓴다. 「뱀」「아크로폴리스와 돌멩이」 등 몇몇 단편들은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기 짤막짤막한 그의 글들은 알몸의 이우환과 한바탕 어우러질 수 있는 푸짐한 잔치판이다. -서인태 · 《한국일보》 전 일본판 부장 『시간의 여울』에는 이우환 씨의 미술 작품과는 독립된 말의 세계가 있다. 사람과 만나고 고향에서의 나날들을 떠올리며, 식사를 하고,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고뇌하며, 그 체험들을 솔직하게, 때로는 참혹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말로 바꾸어 간다. 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풍경을 잇달아 비춰 내는 모놀로그 영화풍의 문장들이다. -《아사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