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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간주문 読書間奏文 (2018)

  • 저자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 역자 이소담
  • ISBN 979-11-6790-115-6 (03830)
  • 출간일 2022년 07월 29일
  • 사양 188쪽 | -
  • 정가 14,500원

일본 최정상 밴드 SEKAI NO OWARI의 피아니스트,
소설 『쌍둥이』로 제158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작가
Saori가 들려주는 인생이 바뀌는 독서 경험

■ 책 속으로

단순한 벽이었던 책의 페이지를 한 장 두 장 넘기기 시작한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해 연기했던 문학소녀가 정말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괴롭힘당하기 싫으니까 헤실거리며 웃는 건 시시해, 이렇게 말하며 혼자 책을 읽는 소녀. 다른 사람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강한 소녀가.

그저 연기했을 뿐인 가짜 문학소녀가 나를 깨우쳐주었다.

“네게는 이렇게 멋진 책이 있잖니?”

_「책에 대해서―머리말을 대신해」, 10쪽

 

나는 눈을 감고 맛을 상상했다. 이번에는 눈을 감은 채로도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렸다. 글렌 굴드의 연주보다 피터 제르킨의 연주를 듣고 싶을 때란, 그 어떤 언어도 원하지 않고 그저 빗소리를 듣고 싶은 기분일 때다.

_「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가 된다면」, 39쪽

 

머터니티 라이프는 힘든 일도 많지만, 또 기묘한 일도 많았다.

나 같은 경우는 입덧이 진정되기 시작한 15주 무렵에 갑자기 세계가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 빨래를 마친 내 속옷이나 거실에 놓인 빈 맥주 캔처럼 평소라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을 물건이 마치 입을 벌린 식충식물처럼 보였다.

그 순간, 물건들에 내밀었던 손을 거두어들이는 내 가슴 언저리에 혐오감이 스쳤다.

_「임신 캘린더」, 77~78쪽

 

책을 읽으면 시간이 맑아진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낙엽이 바람에 날려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고, 전기난로의 소리는 멀리서 흐르는 물소리처럼 들린다. 나는 작은 도서관 속에서,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인 히데미에게 이입했다.

_「나는 공부를 못해」, 96쪽

 

어떤 감정도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희망을 잃었어도, 내가 자기 자신조차 잃을 것 같을 때도, 일기는 가르쳐준다.

그 절망이 영원히 이어지는 일은 없다고.

_「악동 일기」, 146쪽

 

러브가 야금야금 팝콘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후카세가 한 말을 생각했다.

힘든 일을 곧 괴롭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인다면.

확실히 내 안에서는 무의식중에 ‘힘들다’와 ‘괴롭다’의 경계선이 거의 흐릿해진 것 같다.

약지를 움직이려면 다른 손가락까지 움직이듯이, 힘든 것은 곧 괴로운 것이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혼동했나 보다.

(……) 그렇구나, 힘든 일을 괴로워하지 않고 할 수도 있구나…….

나는 턱을 괴고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을까.

_「여름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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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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