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몸의 자유로운 감각에로의 초대 《걷기예찬》은 제어장치 없이 돌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속도에 제동을 걸고, 몸의 의미를 본래대로 되돌려놓고 있는 책이다. 다른 '걷기'에 관한 책들과 구별되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걷기를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광통신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현대사회 속에서 몸이란 그러한 장치들을 보조하는 수단, 혹은 군더더기로 전락하고 있다. 누군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대낮의 도심 속을 느긋하게 걸어간다면 그는 할일 없는 사람, 팔자 좋은 사람이란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걷기'만큼 삶의 불안과 고민을 해소하고 정신적으로 평온함을 주는 대체물도 없다. 한걸음씩 내딛는 순간에 느껴지는 몸의 육체적인 감각을 통해서 정신은 더 넓은 세계로 걸어나간다.
- 길떠나는 문턱에서 ... 7 - 걷는 맛 ... 19 .걷기 ... 21 .첫걸음 ... 28 .시간의 왕국 ... 32 .몸 ... 37 .짐 ... 46 .혼자서 아니면 여럿이? ... 49 .상처 ... 56 .침묵 ... 68 .노래 부르기 ... 79 .움직이지 않고 오래 걷기 ... 83 .세상을 향하여 마음을 열다 ... 88 .이름 ... 95 .세계라는 극장 ... 101 .물, 불, 공기, 땅, 그 원소들의 세계 ... 107 .동물들 ... 122 .사회를 비껴가는 길 ... 130 .산책 ... 136 .글로 쓰는 여행 ... 139 .걸을 수 있는 세계는 줄어들고 ... 143 - 지평을 걷는 사람들 ... 149 .카베사 데 바카 ... 151 .톰북투를 향해서 걸어가다 ... 155 .큰 호수들을 향한 걸음 ... 166 .스마라의 길 ... 177 - 도시에서 걷기 ... 185 .도시의 몸 ... 187 .걷기의 리듬 ... 204 .듣기 ... 209 .보기 ... 216 .느끼기 ... 220 .냄새 맡기 ... 223 - 걷기의 정신성 ... 225 .정신적 순회 ... 227 .신들과 함께 걷다 ... 240 .거듭나기로서의 걷기 ... 250 .여행의 끝 ... 258 - 옮긴이의 말 - .걷는 즐거움에로의 초대 ... 262
저자 : 다비드 르 브르통(David Le Breton)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래 전부터 '몸'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몸과 사회』『몸과 현대성의 인류학』『위험의 열정』『살아 있는 살』『고통의 인류학』『몸의 사회학』『몸이여 안녕』 등 수많은 저서를 냈다. 역자 : 김화영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문학 상상력의 연구』『행복의 충격』『바람을 담는 집』『소설의 꽃과 뿌리』『시간의 파도로 지은 집』『어린 왕자를 찾아서』 등 10여 권의 저서 외에 미셸 투르니에, 르클레지오, 파트릭 모디아노, 장 그르니에, 로제 그르니에, 레몽 장,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실비 제르멩 등 프랑스 주요 작가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알베르 카뮈 전집』(전18권) 『섬』『뒷모습』『율리시즈의 눈물』『내 생애의 아이들』『걷기 예찬』『마담 보바리』『지상의 양식』 등 다수의 역서를 내놓았다.
몸을 이용한 운동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걷기'를 다각도에서 예찬한 산문집이다. '걷기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한 책이라면 그게 여행서든 인문서든, 소설이든 죄다 인용하고 끌어다 댄다. '걷기'를 통해 본 독서에세이라고나 할까? 작년에 출간된 <걷는 행복>이 연상됨은 물론. <걷는 행복>이 인종의 발전과정에 따라 걷기의 서사적 변화를 짚어보고, 걷기가 주는 혜택을 논한 책이라면 <걷기 예찬>은 책과 인물을 통해 본 걷기 예찬이다. 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저작이란 점에서는 똑같지만, 예찬의 방법이 다른 것이다. 소제목만 보아도 걷는 즐거움이 얼마나 다양한 지 알 수 있다. 지은이는 혼자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노래를 부르거나, 가만히 서서 쇼윈도를 바라보아도 '왜?'라고 묻는 사람도 없고, 사색에 빠지기에도 너무 좋다는 것. 이렇게 걷기를 즐긴 사람들 중에는 헨리 데이빗 소로, (젊은 시절의)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세갈렌, 피에르 쌍소, 랭보, 스티븐슨, 그리고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 등이 있다. 이들은 여행을 즐겼으며, 걷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랑했다. 그러니까 이들은 (또 지은이는) 운동 차원에서의 '걷기'를 말한 게 아니다. 이들에게 '걷기'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의 걷기, 현대의 속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 몸이 베푸는 혜택으로서의 걷기를 총칭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읽는 행위에서조차 '혼자 걷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문학과 산문, 인문학, 사람들의 숲으로 나 있는 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