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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책 Le livre de ma mere

  • 저자 알베르 코엔 지음
  • 역자 조광희
  • ISBN 978-89-7275-695-8 04
  • 출간일 2014년 04월 30일
  • 사양 216쪽 | 115*186
  • 정가 12,000원

현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 코엔이 세상의 모든 아들들에게 보내는 절절한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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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러 번, 보석상들에게 속아서 제값도 못 받고, 내게 돈을 마련해 주려고 아버지 몰래 보석을 팔곤 했는데, 그녀와 나는 엄격한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그래서 우리는 공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주네브의 보석상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 나를 위하여 마련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보며 거금이라도 되는 듯 만족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아, 그 보석들은 그녀의 고귀한 가문의 상징이자 근동 지방 귀부인의 영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나 기뻐하던 내 어머니의 걸음걸이는 그때 이미 고통스러웠고, 이미 죽음의 표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유달리 열등감이 심했던 가엾은 여인- 나에게 바다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한 주일을 위해서 맑은 공기를 저장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만큼이나 얼간이였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다. 다른 손님들은 이 조그만 멍청이가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지중해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멍청이들이었지만, 그러나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내 그녀는 날마다, 집에 없는 아들의 자리를 식탁에 마련했다. 심지어 내 생일날에는 집에 없는 나의 식사까지 차렸다. 그녀는 주인 없는 접시 위에 가장 맛있는 요리를 놓고, 그 앞에는 내 사진과 꽃을 놓았다. 그녀는 내 생일날의 디저트로 주인 없는 접시 위에 항상 아몬드 케이크의 첫 번째 조각을 얹어 놓았다. 어린 시절 내가 그것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주인 없는 잔에 항상 사모스 포도주를 따랐다. 그녀는 조용히 남편 곁에서 식사를 했고, 그리고 내 사진을 바라보았다.

 

내 어머니의 사랑. 이제 다시는, 한밤중에 그녀의 침실 문을 두드리며 잠이 오지 않으니 함께 있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독히도 철이 엇던 나는 새벽 두 시나 세 시에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고, 깜짝 놀라며 잠을 깬 그녀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내가 잠을 잠을 깨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졸음 때문에 비틀거리면서도, 정성을 다한 레드풀이나 심지어 아몬드 파이까지 만들어 주려고 했다. 아들을 위해 새벽 세 시에 아몬드 파이를 만드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주네브에 머무는 동안 그녀의 가방에는 항상 여러 가지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그녀가 ‘목구멍 위문품’이라고 불렀던 이 과자들은 내가 갑자기 먹고 싶어 할 때를 생각해서 몰래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불쑥 친구의 손을 잡듯이 그것을 내 손에 쥐어 주곤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내 귀여운 캥거루야”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이 이다지도 생생한데, 벌써 몇천 시간 전의 일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원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어린아이였고,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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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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