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열대와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지다!
- 시인의 마음을 간직한 생물학자 최재천의 에세이 『열대예찬』. 이 책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등 열대의 정글에서 저자가 관찰한 생물과 자연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저자의 성장과정과 자연현상 속에서 찾은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잔 영화를 끔찍이도 좋아하던 저자는 1984년 여름 중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나라 코스타리카에서 열대를 처음 마주한다. 낮이고 밤이고 잠을 잊을 채 잎꾼개미들을 따라다니다 정글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나무에 올라타 나무껍질과 목질 사이를 벌리며 민벌레라 불리는 작은 곤충을 관찰하다가 몸길이가 무려 3미터에 이르는 살무사, 부시매스터를 코앞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글을 누비며 마주한 박쥐, 나무늘보 등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의 순수성을 말하고 있다.
개정판 서문
서문
1. 열대에서 드디어 행복을 찾다
2. 정글에는 뱀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3. 왜 사냐건, 어떻게 사냐건
4. 자연과 함께 춤을
5. 섹스와 기생충
6. 축구, 수컷, 그리고 암컷
7. 혀를 잘린 새
8. 자식이 뭐길래
9. 두 번째 집을 짓고 싶다
10. 자연의 뒷모습
11.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12. 우리 장례식엔 누가 올까
13. 돌아오지 못하는 길
14. 언젠가는 과학을 시로 쓰리라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문학과 조각에 뜻을 둔 성장기를 보냈다.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십수 년 동안 애리조나의 사막과 파나마, 코스타리카의 정글을 집 삼아 다양한 동물의 세계와 풍요로운 생명 현상을 연구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곤충과 거미류의 사회 행동의 진화』『곤충과 거미류의 짝짓기 구조의 진화』『개미 제국의 발견』『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알이 닭을 낳는다』『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대담』 등이 있으며, 제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제8회 한일 국제환경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의 마음을 간직한 생물학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지면을 통해 정확하면서도 유려하고 깊으면서도 맛깔스러운 문체로 대중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개미핥기, 나무늘보, 뱀, 박쥐 등 수많은 생물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몸짓과 아름다움
다양한 동물의 세계와 풍요로운 생명 현상을 연구한 한 자연과학자의 열대 이야기
자연과학자로서의 끝없는 사색과 자연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구 위에서 사라져가는 슬픈 생물들로 인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에세이집이다. 생물의 관찰기에 가까웠던 저자의 다른 에세이들과는 달리, 20여 년간 열대의 진흙바닥을 뒹굴며 그가 경험했던 생생한 자연과의 교감이자 자신의 유년기로부터의 성장과정과 코믹한 웃음의 추억도 곁들여진 책이다.
어린시절 타잔동네를 동경하던 저자는 열대에 도착해 비를 맞으며 ‘나는 행복하다’고 원숭이 가족 앞에서 외친다. 몸길이가 3미터나 되는 부시매스터와 맞닥뜨린 저자의 가족은 모두 뱀띠이다. 동물을 두려워하기보다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저자는 때로 무모하게 방울뱀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뱀의 길을 가로막는다. 어느 민벌레 한 쌍이 나누는 뜨거운 28번의 사랑을 두 시간 반 동안 관찰하느라 아침을 거르기도 한다. 열대의 할로윈 데이에 하루살이 수컷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야생의 춤을 춘다. 또 ‘최켄바우어’라는 별명까지 있는 저자가 열대를 이동하던 중, 한 마을에서 벌어진 축구경기에 뛰어 들어가 버스가 떠났는지도 모르는 채 공을 차기도 한다. 새들의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저자는 자신이 노래로 언어를 전달하지 않아도 됨을 안심한다.
그래도 열대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느라 짖는원숭이의 울음흉내를 내는 행사에 참가해 이등만은 꼭 놓치지 않는다. 혼두라스 흰박쥐의 작고 가냘픈 생명의 온기를 느끼며 박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도 한다. 열대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무거운 짐이 사진기라는 저자는 영영 사라져갈 동물들의 영정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겁 없이 헤매던 정글에서 길을 잃어 침팬지처럼 야자수 이파리를 깔고 잔 저자는 알고 보니 등산길의 자락에서 밤을 새운 것을 알고 터덜거리며 연구소로 돌아간다. 이렇게 이 에세이집 곳곳에 숨어있는 열대생활에서의 에피소드와 인간보다 생각 깊은 동물들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유머러스하며 낭만적이기도 하나, 인간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는다.
고(故) 해밀튼 박사가 남긴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말로써 다양성을 통해 이제껏 진화한 자연을 되짚어보며 그는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라고 주장한다. ‘순수혈통’만 부르짖는 인간들의 무지한 순수예찬에 대해 지적하는 저자는 차별 없이 다양하게 섞이며 변화하는 자연의 진정한 순수성을 말하며 그 곳이 꼭 보고 죽어야 할 세상이라고 예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