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매혹적인 글과 프랑스 사진 역사에서 중요한 한 봉우리를 차지하는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이 만난 《뒷모습》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두 거장이 ‘뒷모습’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꾸민 이 사진집은 번역을 한 김화영 교수가 파리의 중고서적상에서 발견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고 할 만큼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저자 : 미셸 투르니에 1924년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느와 독일 튀빙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독일 문학 번역가, 라디오 방송국 직원, 출판사 문학부장직을 거치며 문단에 데뷔, 1967년 43세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출간하여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1970년 [마왕]으로 공쿠르상을 받았다.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사진 : 에두아르 부바 (Edouard Boubat) 제2차 세계대전 중 에콜 에스티엔느에서 사진요판술을 공부했고, 사진술은 독학했다. 1947년에 코닥상을 수상했으며, 1977년 사진 축제 '아를르의 만남'을 기획했다. 1984년에는 사진부문 국가대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화영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문학 상상력의 연구』『행복의 충격』『바람을 담는 집』『소설의 꽃과 뿌리』『시간의 파도로 지은 집』『어린 왕자를 찾아서』 등 10여 권의 저서 외에 미셸 투르니에, 르클레지오, 파트릭 모디아노, 장 그르니에, 로제 그르니에, 레몽 장,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실비 제르멩 등 프랑스 주요 작가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알베르 카뮈 전집』(전18권) 『섬』『뒷모습』『율리시즈의 눈물』『내 생애의 아이들』『걷기 예찬』『마담 보바리』『지상의 양식』 등 다수의 역서를 내놓았다.
사진은 때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사진은 분명 인간이 개발해낸 전혀 새로운 형식의 언어이다. 부바의 사진들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미셸 투르니에의 냉철하고 따스하게 열린 귀는 각각의 사진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소근거림까지?를 놓치지 않고 듣고, 또 독자들에게 풍부한 언어로 들려준다. 사진 속의 존재 깊이에 닿는 미셸 투르니에의 시적인 문장들은 사진을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 부바와 미셸 투르니에는 "뒷모습"에 맞춰지는 렌즈 초점을 통해 서로 교감한다. 그리고 인간의 진실은 거짓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에 있다고, 쓸쓸함과 존재의 흐느낌을 대변할 수 있는 뒷모습을 통해 우리는 심층적인 내면에 이를 수 있다고 결언한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 한다. 점점 왜소해지는 부모님의 쓸쓸한 뒷모습. 애써 웃음 짓지만 힘들어 어깨가 축 늘어진 친구의 뒷모습은 얼굴 표정보다, 백마디의 말보다 훨씬 더 진실하고 많은 얘기를 우리에게 해준다.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순진하게 다 드러내보이는 이 '뒷모습'에 투르니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는지도 모른다. 《뒷모습》에는 흑판에 글씨를 쓰고 있는 소녀, 쟁기를 지고 가는 농부, 그림을 그리는 여자, 배를 미는 뱃사람들, 조각상의 벌거벗은 등, 엎드려 기도하는 신자들, 옷을 챙기는 모델, 물통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가는 정원사, 곰 인형을 업은 소녀, 파도를 바라보는 가난한 연인들, 작은 항구의 아랍 여인들, 아이를 등에 업은 인디언, 키 큰 어른들의 등 저 넘어가 너무나도 궁금한 어린 천사, 점심시간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는 일꾼의 뒷모습, 키스하는 남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등이 굽은 할머니, 어깨동무하고 즐겁게 걸어가는 두 친구, 풀을 베고 있는 사내, 저무는 빛을 받아 번뜩이는 저녁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 추수를 하고 있는 농부, 엎드려 물 마시는 아이들, 조각상의 벌거벗은 등, 배의 선미에서 소용돌이 치는 물결을 바라보는 사람들, 쓰레기가 가득한 파리의 뒷모습, 사랑스럽고 여성적인 목덜미, 등을 굽힌 발레리나 등 다양한 뒷모습이 담긴 총 쉰넉 장의 사진과 그 사진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 투르니에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 뒷모습은 정직하다. 단순 소박하며 골똘하다. 또한 너그럽지만 쓸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게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지라는 사실이다. 같은 방향, 같은 대상, 같은 이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상대방과 마음이 통하는 기쁨을 맛본다."사진 속의 다양한 뒷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삶의 앞모습을 만나면 즐겁다. 그러나 그 즐거움의 배경에 오래 지워지지 않는 뒷모습들이 더러 있다. 이것이 바로 미적 균형이 아닐까. 에두아르 부바와 미셸 투르니에의 《뒷모습》에는 우리의 눈높이를 올려주는 그 같은 미적 균형이 있다"라고 역자는 말하고 있다. "사진 속의 다양한 뒷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삶의 앞모습을 만나면 즐겁다. 그러나 그 즐거움의 배경에 오래 지워지지 않는 뒷모습들이 더러 있다. 이것이 바로 미적 균형이 아닐까. 에두아르 부바와 미셸 투르니에의 '뒷모습'에는 우리의 눈높이를 올려주는 그 같은 미적 균형이 있다"라고 역자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