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멜라져도 돼.”
그것이 세상에 내어 보일 수 있는 내 안의 사랑이니까. 내가 받은 선물이니까.
지금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김멜라 첫 에세이!
<현대문학 핀 에세이>는 시, 소설에 이은 에세이 시리즈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의 개성과 감성,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김희선, 송승언의 뒤를 이어 김멜라 작가의『멜라지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2014년 『자음과모음』으로 등단한 김멜라 작가는 그간 “고유한 문제의식을 밀고 나가면서도 이를 거침없이 확장해가는 놀라운 저력”(문학평론가 김보경)을 보여주며 “담대하며 명랑한 서정”(소설가 편혜영)과 “맑은 마음들이 만나지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소설가 오정희)으로 “압도당했다”(소설가 이승우)는 평을 받으며 제12회 <젊은작가상>과 제11회 <문지문학상>,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그의 첫 에세이인 『멜라지는 마음』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미발표된 원고를 묶은 작품으로, ‘멜라’라는 이름에 얽힌 내밀한 첫 고백과, ‘내 중심, 나의 첫 번째,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로 세우려 쓴 이 글들에는 ‘기쁘고 충만한 멜라의 일상’ 안에 반짝이는 삶의 경이가 담겨 있다. 부끄러움과 즐거움, 후회와 안도 사이를 오가며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김멜라의 문장들은 읽는 재미를 일깨운다. 그가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바로 지금!
“나는 누군가와의 사이에 말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게 좋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소중히 여긴다.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들이 내 안에 쌓여 문장이 된다.”
시작하며
호방한 나의 대문니
내리고 있어요
그날의 ‘호감’ 예보
떡뻥과 사과 향
그들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
교훈 듣기 딱 좋은 나이
맛존감이 높으십니까?
요쉬또 요쉬또 1
그 불곰이 깨어날 때까지
다중우주에 사는 웃음개똥짓깃새
과자 봉지를 오므려놓은 빨래집게
숨결에서 콧노래까지
제풀에 자라고, 제바람에 춤추기를
통증 완화 고양이에게
요쉬또 요쉬또 2
쪼그라드는 마음과 우리의 이웃들
사랑을 전시해도 되나요?
멜라져도 돼
다시, 시작하며
겨울에 태어난 돼지띠.
오랜 연인과 함께 애정하는 책 더미 속에서 근근이 다복하게 살고 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 『제 꿈 꾸세요』,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를 썼고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멜라’라는 이름의 고백, 그리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작가가 소설을 써오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멜라가 무슨 뜻이에요?” 그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서른둘 겨울에 처음 소설을 발표했지만, 이후 6년 동안 어디 가서 소설가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집필 이력을 지닌 채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지난 6년간 발표한 소설을 합하고 곱한 것보다 더 많은 글을 써서 책에 실었다. 그런 그에게 유독 에세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 이유는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삶의 어떤 부분이 글에서 드러날까 두려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주목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이다. 그는 울고 떼쓰는 아이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우는 것 말고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에세이를 연재하기로 선뜻 결정한 이유는 반려자인 온점의 말마따나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 고민, 간밤에 꾼 악몽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우는 것밖에 다른 방법을 몰랐던 시절보다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 저자는 ‘안절부절못하던’ 그 시간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하지만 그에게는 원칙이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고, 글 쓰는 일은 그다음이라는 것. ‘소설을 안 써도 나는 행복하다’라는 뜻을 담은 ‘멜라’라는 이름은 그러한 토대를 무너뜨리지 말자는 저자 스스로의 다짐이다.
“기대를 내려놓는 가벼움으로, 문지르고 비비는 접촉으로,
몸과 몸이 닿았을 때 저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으로,
내가 뿌리내릴 수 있는 땅과 뻗어가고 싶은 하늘을 담은
그 이름이 있어, 나는 행복할 것이다.”
내 중심, 나의 첫 번째,
나의 가장 소중한 것들에 대한
기쁘고 충만한 멜라의 일상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빗대어 말하고, 말할 수 없어 숨어버린 시간이 그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기록이자 고백이다. 비가 그렇고, 수박이 그러하며, 클래식 협주곡이 그렇고, 남산도서관 4층 자연과학실이 그러하며, 온점 또한 그러하다. 그는 그것들이(그 사람이) 왜 좋은지, 무엇이 좋은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마음을 되새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이유 또한 남아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작가와 함께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온점이다. 그가 함께 사는 사람. 그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그와 삶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사람. 글 쓰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며 옆에서 격려하는 사람. 어둡고 구석진 저자의 마음을 이유나 설명으로 채근하지 않고 가볍게 뛰어넘어주는 사람. 문장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기쁘고 충만해서 멜르는 사람. 멜르기 좋은 사람. 그런 온점이 있어 작가는 소설을 안 써도, 평생 소설가가 못 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온점과 뺨을 맘껏 문지르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하니까.
“서툴게나마 사랑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의 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