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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이광수 작품선

  • 저자 이광수 지음
  • 부제 한국현대문학전집7
  • ISBN 978-89-7275-477-0
  • 출간일 2010년 11월 01일
  • 사양 512쪽 | -
  • 정가 13,000원

근대적 장편 소설의 효시이자 우리 문학사의 우람한 봉우리 현대소설사의 기념비적 작품『무정』을 만나다!

우리 현대 문학사에서 춘원 이광수만큼 긍정과 부정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 작가도 드물다. 때로는 변절자로, 때로는 존경할만한 문호로 평가되었으니 그의 생애는 영욕으로 점철된 것이라 하겠다. 189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그는 1907년 국비유학생으로 재차 도일한 이후 도산 안창호의 도쿄 연설에 큰 감명을 받는다. 1915년 다시 도일하여 와세다대학 철학부에 입학하고, 1917년 1월 1일부터 근대적인 장편소설의 효시라고 일컬어지는『무정』을《매일신보》에 연재한다. 1919년 상해로 탈출한 뒤 임시정부의《독립신문사》사장에 취임한다. 21년 귀국한 이후 발표한 논문「민족개조론」「민족적 경륜」으로 물의를 빚는 한편으로,『재생』『마의태자』『단종애사』『이순신』『흙』『유정』등 많은 작품을 남긴다.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1939년 ‘북지황군위문北支皇軍慰問’에 협력하고 조선문인협회 회장이 되며, 이듬해 ‘가야마 미츠오[香山光郞]’로 창씨개명하고 각지를 돌며 친일연설을 한다. 숱한 논문과 시편을 남겼지만, 이광수를 문학사의 우람한 봉우리로 만든 것은 소설 문학이다. 먼저 주목할 것은 이광수 소설의 근본 구성원리가 이항대립이라는 점이다. 그의 소설에서는 신세대와 구세대, 근대와 전통, 자기희생과 물질만능,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정신적 사랑과 육욕 등의 관념이 상충한다. 남녀간의 삼각관계를 기축으로 한 작품에서도 그 관계를 형성·해체·재구성하는 힘은 이 같은 대립적 관념들이다. 이항대립적 구성은 현상의 구체성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사유의 명료성을 강화하기 쉽고, 그런 만큼 소설 세계를 단순화할 위험도 지닌다. 이광수 소설의 상당수가 추상적 계몽소설로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항대립적 구성은 작중인물의 행위나 생각, 사건과 상황에 명료한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낡은 도덕과 고루한 인습에 젖은 구세대를 분리시킴으로써 청년 주체가 자기 세대의 본질과 정체성, 자기 몫의 운명을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대립적 구성원리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관념들은 서로를 극복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광수의 소설은 공격보다 사랑, 폭력적인 상쟁相爭보다 비폭력적인 화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나 간디의 무저항을 옹호하였거니와, 그의 소설은 급진적인 투쟁정치를 배격하고 상애相愛와 상화相和를 중시한다. 소설 결미에 흔히 반성하는 죄인이 등장하듯이, 세상에 용서하지 못할 악인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설 주인공들이 가치 무규정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소설에서 상애와 상화는 윤리적 지향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장편소설『무정』은 현대소설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이광수 소설 전체를 압축하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무정』은 1939년 박기채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는데, 시사회에 참석했던 이광수는「영화 ‘무정’으로 공개장」이란 글에서 비극적 감흥과 함께 박영채가 구여성에서 신여성으로 사상적 변화를 겪는 데 원작자의 의도가 있다고 썼다. 과연, 영채 앞에 펼쳐진 세계는 무정한 세계이다. 아버지와 오빠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건만 아버지로부터 “가문을 더럽히는 년”이라 비난을 받는다. 문명개화를 통해 제국주의 침탈에 대응하고자 한 박 진사였지만, 영채에게 그는 봉건적 유습에 사로잡힌 억압적 가부장이다. 배명식과 김현수에게 능욕을 당한 영채는 믿었던 형식으로부터도 배신을 경험한다. 옛사람의 본을 받아 송죽 같은 정절을 지켰기를 바라는 이형식 또한 무정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영채에게는 ‘이 세상이 내 원수’일 수밖에 없다. 냉혹한 세계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형식도 영채와 다르지 않다. 세계는 고아인 자신의 고통과 시련에 냉정하며, 학생들을 위한 희생과 호의도 쓰라린 배신을 겪는다. 영채와 형식의 고아 체험은 고아인 이광수의 세계 체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중인물들이 이 사회를 저주하면서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 비정한 세계의 풍파를 경험하되, 그것을 저항력을 기를 ‘정신적 마마’로 여기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것이『무정』의 고아들이다. 그래서 이형식은 소년 시대를 건너뛰어 ‘노성한 어른의 빛’을 띤다. 『무정』에서 그 의의로 볼 때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동경 유학생 김병욱이다. 홍수가 난 삼랑진 장면에서 자선음악회를 주선하기 위해 식민 권력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치마를 걷어붙이고 임산부의 온몸을 주무른다. 이때 병욱은 임산부를 민족의 거푸집이 아니라 고통받는 약자로 여긴 것이 분명하다. 또 낡은 도덕과 고루한 인습을 비판하면서도, 병욱은 ‘영채에게 옛날 지식과 동양식 감정’을 맛보며 옛 사상에도 음미할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통지식의 전면적 부정이 탈선에 이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런 점들에『무정』을 새롭게 읽을 단서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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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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