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 열에 아홉 이상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고 물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이란 어쩌다 가끔 선물을 받는 것처럼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티유 리카르의 이 책은 서양 철학과 불교 철학, 인지과학과 심리학, 뇌 생리학, 그리고 현자들의 격언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해박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기초로 행복을 밝혀내는 행복 백과사전이다.
행복이라구요? 행복은 인생의 목표인가? 양면 거울 - 안과 밖의 문제 거짓 친구 - 행복, 쾌락, 기쁨, 값싼 도취 고통의 연금술 행복이란 가능한 것일까? 안타까운 착각 - 자아의 베일 감정의 강江 마음을 어지럽히는 감정들 : 치유책 욕망 자유를 향한 도약 증오 행복과 이타심 겸손한 이들의 행복 질투 황금빛 인생, 장밋빛 인생, 잿빛 인생 - 낙관주의, 천진함, 비관주의 폭풍 속의 행복 황금의 시간, 납의 시간, 시시한 시간 시간의 물결에 사로잡힌 자 행복의 사회학 실험실의 행복 윤리학은 행복의 학문인가? 바다로 흘러가는 급류처럼 - 죽음 앞에서의 행복 길 하나 - 옮긴이의 말
■ 지은이 마티유 리카르Mathieu Ricard 194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스물여섯 살에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노벨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프랑수아 쟈콥의 지도 아래 연구 활동을 하던 촉망받는 과학자였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미래와 문명을 벗어던지고 티베트로 떠나 서른세 살에 승려가 되었고,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불교 전문가가 되어 히말라야에서 기거하며 달라이 라마의 통역, 사진작가, 불교 경전의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이자 한림원의 정회원이기도 한 철학자 장 프랑스와 르벨과의 대담집 『승려와 철학자Le Moine et Le Philosophe』는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그 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티베트의 정신L'Esprit du Tibet』『춤추는 티베트 승려Moines danseurs du Tibet』등 두 권의 사진집과 수많은 티베트 번역서가 있다. ■ 옮긴이 백선희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로노블 제3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흑과 백』『미국여행기』『청춘?길』『단순한 기쁨』『풍요로운 가난』『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나의 할아버지 피카소』『알코올과 예술가』등이 있다.
■ 이 책은… ‘행복'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 이래 계속되고 있는 인류의 숙제이며, 또한 미궁이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단어는 인류의 출현과 기원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오랜 시간만큼이나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려는 현자들의 책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쌓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행복을 구하는 동어반복의 숱한 책들 때문에 ‘행복'은 텍스트에 갇히게 되고 우리에게는 식상한 명제가 되어 좀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는 ‘무엇'이 되고 말았다. 현대인들 열에 아홉 이상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고 물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이란 어쩌다 가끔 선물을 받는 것처럼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하루 종일 불행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과 행복에 대한 인식의 거리, 그 거리를 바짝 좁혀주는 마티유 리카르의 행복에 대한 총체적인 탐구서 『행복요리법』을 현대문학에서 출간하였다. 마티유 리카르의 이 책의 ‘행복론'은 다른 행복론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하고 있다. 서양 철학과 불교 철학, 인지과학과 심리학, 뇌 생리학, 그리고 현자들의 격언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해박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기초로 행복을 밝혀내는, 그야말로 ‘행복백과사전'이라 해도 좋을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표 없이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개인주의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지적하는 가장 중대한 오류는 행복을 찾는 우리의 방법에 있다.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행복을 우리 밖에서 찾는다. 그런데 행복이란 근본적으로 내적 상태이다. 외적 조건들에 영향을 받되 그것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사실 그렇기에 행복을 찾는 일은 한결 수월하다. 행복의 원천이 우리 밖에 있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이 하나의 존재방식이요, 정신상태라면 외적인 그 무엇도 행복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의 행복론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의 글이 진정으로 빛나는 순간은 그가 겪은 일이나 일화를 통해 말보다 큰 메시지를 전할 때이다. 그의 행복은 이타적인 행복, 즉 ‘나'의 행복은 ‘타인들의 행복을 통해' 이루어지는 행복이다. 그러한 “참된 행복은 모든 존재가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근본적 선의에서 온다”고 그는 설파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범하기 쉬운 쾌락과 행복을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쾌락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와 순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불안정하며, 그것은 “마치 닳아 없어지는 양초처럼” 시간이 갈수록 반복될수록 고갈되는 것이고, 더구나 그것은 “한 개인적 경험”이기 때문에 이기주의의 폐단인 “폭력, 탐욕”과 어우러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참된 행복은 일종의 ‘존재상태'로 “오래 지속되며 맛볼수록 커지며 충만”해진다. 그것은 “집착”을 버린 “완벽한 내적 자유”이며, “고통의 원인들에 매달리기를 그만두고 자유를 선택”할 때 누리게 되는 ‘평심'이다. 그는 그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주변사람과 나아가 세계의 평화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중대한 요소로 그는 “증오”를 꼽으며 빅토르 위고의 “증오, 그것은 마음의 겨울이다”라는 말을 되살린다. 그리고 증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정신적 독소 가운데 증오야말로 가장 해로운 것이다. 온갖 폭력과 집단학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갖가지 침해를 낳는 것이 증오다.” 이러한 증오가 없었다면 “고통으로 얼룩진 수천 년 세월의 우리 모두의 역사”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더불어 “보복”과 “복수”의 욕망 역시 “가해자로 하여금 우리를 해치게 만든 바로 그 감정과 다르지” 않은데 그러한 “사실을 깨닫기란 더더욱 어렵다”고 정언한다. 그렇다면 그 “흉측한” 증오는 어떻게 소멸시킬 수 있는가. 그는 켄체 린포체의 말을 빌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증오를 평소의 적, 소위 그대의 적들에게서 돌려 증오 그 자체를 향하게 해야 한다. 사실 그대의 진짜 적은 증오다. 그대가 파괴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 사람으로선 수용하기 힘든 ‘증오 소멸법'을 내놓는다. “개인적 자각, 내적 변화, 이타적 인내심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 그렇게 “많은 개인이 이타적 변화를 이루어냈을 때” 세계는 한결 평온해지고 행복이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러한 이타심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는 “사랑”에 대해 “명상”할 것을 권한다. 명상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고통의 원인들로부터 그들을 해방시키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며,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을 느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마음이 제2의 천성이 되면 자비심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지 않으면서 밝게 비추며, 태우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덥혀”주게 된다. 그리하여 삶의 “고요한 완성”인 죽음에 이르게 되기를 축원한다.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생의 귀결인 것이다.” “깨달음”, 생로병사에 희로애락하는 범인들로서는 들어서기 어려운 경지라고 접고 말해도, 이 책의 어느 페이지 어느 구절이든 맑고 조용한 아침 한때 수련을 바라보듯 음미하노라면 마음의 묵은 때가 씻겨져 내려가고 정화되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누가 고통 받기를 바라겠는가? 어느 누가 아침에 깨어나면서 "하루 종일 기분 나빴으면!" 하고 바라겠는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능숙하게나 서툴게나 우리는 모두가 '보다 만족스런' 삶을 갈망한다. 일을 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거나, 열정을 불태우거나 조용한 생활을 하거나, 모험에 뛰어들거나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말이다. -본문 31p.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에 대한 욕구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행동의 동기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가장 널리 인정받고, 그 무엇보다 자명하고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행복을 원할 뿐 아니라 오직 행복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본성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가 서양적 가치이자 역사적으로 오래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보다 우위에 둘 수 있는 다른 가치들도 있다. 자유, 정의, 사랑, 우정 등이 그렇다." 산문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산문을 짓는 주르댕처럼 그런 가치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것들이 행복의 다른 면모들이며, 행복에 이르기 위한 다른 길들에 불과함을 의식하지 못한다. 행복이 익명에 파묻히게 되면 그것은 쾌락, 유흥, 취기, 관능, 그리고 또 다른 덧없는 닮은꼴 신기루 속에 뒤섞이고 만다. 행복을 다른 이름으로 찾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닥치는 대로 사방으로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어쩌다 화살 몇 개는 과녁에 맞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화살들은 자연 속으로 흩어져버려 우리를 난감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37-38p. "행복을 가꾸다니요. 당신은 행복을 가꾸십니까? 어떻게 하는 거지요? (…) 행복은 땅에 심고 거름을 주는 감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샬럿 브론테의 이 말에는 유머가 듬뿍 담겨 있다. 어떻든 정신의 변화 능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년 동안 분별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리하며 부정적 감정들에 적절한 해독제를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처음에는 도무지 도달할 것 같아 보이지 않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본문 49p. 어떤 이들은 복수를 하고 다른 사람들을 고문하는 데서 쾌락을 맛본다. 그와 같은 행위들은 흐트러진 정신에 병적인 일시적 만족을 제공할 뿐, 살아 있는 존재에게 가해지는 그 고통들이 지속적인 충만감의 원천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고문집행관이나 폭군은 희생자들에게 가하는 자신들의 난폭한 권력을 즐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과연 거기서 조금이라도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독재자 훈센이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혼자 칩거하는 상태로 하수인들의 비호를 받으며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본문 57p. 명상은 단순히 나무 그늘 아래 평화로이 앉아 긴장을 풀고 잠시 휴식의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자신의 생각을 관리하고 현상계와 사물들을 지각하는 새로운 방식과 친밀해지는 것이다. -본문 164p. "우리의 삶은 세세한 것들에 얽매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순화하라, 단순화하라, 단순화하라!" 미국의 모랄리스트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하는 말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벗어버리기 위해 우리의 행동과 말과 생각을 단순화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들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나태 속에 빠진다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자유를 획득하고 관성의 가장 미묘한 양상까지 치유한다는 것이다. -본문 215p. 우리가 범죄자를 자신이 품은 증오심의 희생자로 여기는 경우는 드물다. 복수의 욕망 역시 근본적으로는 가해자로 하여금 우리를 해치게 만든 바로 그 감정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란 더더욱 어렵다. 어떤 사람의 증오가 다시 또 다른 사람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한 원한과 복수의 악순환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증오에 대해 증오로 답한다면 증오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석가모니는 가르쳤다. -본문 225p. 나의 경우는 지혜로우면서도 행복한 존재들과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 모범의 힘은 어떤 말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 만남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내게 예시해주었고, 방법만 알면 계속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입증해주었다. 친구들 무리 속에 있을 때 나는 기꺼이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눈다. 은둔처나 다른 어느 곳에 혼자 있을 때는 흐르는 매순간이 달콤한 행복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 애쓰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티베트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데 바친다. -본문 442p.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조급하기만 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바깥으로만 향해 있는 시선을 들끓는 욕망의 분화구 같은 우리 내면으로 돌려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차츰 마음의 풍경도 달라질 게 분명하다.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어도 우리 마음을 바꾸는 일은 가능하며, 마음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행복 가까이에 훌쩍 다가선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