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의 파리 기행집. 2003년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갈전으로 시작으로 한국의 한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개인이 파리를 통해, 혹은 경유하며 겪게 되는 인문학적 인상을 러시아 변방의 비테프스크 출신인 샤갈이 낯선 이방에서 겪게 되는 삶의 과정에 대해 추적하며 보여준다. 또한 같은 해 서울에서 열린 샤갈전과 파리의 샤갈전을 오가며 샤갈의 '푸른 혼'의 정체를 탐색, 그의 추동력이 형식주의와 혁명(권력)에의 반동에 있다고 분석해낸다. 또한 '모리 아리마사의 파리, 이옥의 파리'에서는 파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리 아리마사 교수와 이옥 교수라는 걸출한 두 학자에 대해 추억한다. 책의 끝에서는 제21차 유럽 한국학 대회(AKSE) 인상기로 알프스를 넘은 한국학의 풍경을 보여고 있다. 한국인 입양고아이자 이 대회의 조직자인 로마대학 한국학과 창설자 부르노 교수의 개최 소감은 그리움으로서의 한국학, 더 나아가 인간학으로서의 한국학의 위상을 되짚어보게 해준다.
머리말 - 몽파르나스 묘지들 속의 한글 두 자 러시아의 붉은혁명, 샤갈의 푸른 혼 -20세기 저쪽의 어떤 인류사적 상상력 서울에 잠시 온 샤갈 -파리의 밤하늘을 날으는 새 퐁피두 센터에서 본 낯익은 장면 -엥포르멜 운동사의 한 장면 거꾸로 걸린 그림 | 정상화의 초기 그림 파이프를 사랑한 동네, 파리 -푸코와 김현 거북과 투구게 | 김현 소묘 모리 아리마사의 파리, 이옥의 파리 -파리의 한 일본인과 한 한국인의 초상 카인의 얘기와 엘긴 마블 -히브리즘과 헬레니즘의 한가운데 서기 알프스를 넘은 한국학 -제21차 유럽 한국학 대회 인상기 이효석과 하얼빈 | 이효석 미학의 지적도
김윤식 문학사가. 문학평론가.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에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1976), [한국근대문학사상사](1984), [한국근대소설사연구](1986), [이광수와 그의 시대](전3권, 1986), [우리 소설과의 만남](1986), [이상 연구](1987), [염상섭 연구](1987), [임화 연구](1989), [환각을 찾아서](1992), [한국근대문학사상연구 1 · 2](1984, 1994), [90년대 한국 소설의 표정](1994), [김윤식의 소설 읽기](1995), [글쓰기의 모순에 빠진 작가들에게](1996), [김윤식 선집](전6권,1996), [김윤식의 현대문학사 탐구](1997), [김윤식의 소설 현장비평](1997) 등이 있다.
한국 평단과 국문학계의 각별한 존중과 주목을 받고 있는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의 기행집 『내가 읽고 만난 파리』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03년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갈전을 시작으로 펼쳐진 이 책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파리 곳곳을 설명하는 기행문과는 구분된다. 파리라는 곳에 존재하는 것들, 붙박혀 있는 것들을 찾아가고 돌아나오는 도정에서 눈을 맞추고 맞춰오는 것들과의 비평적 교감, 기타의 여행기와 다른 변별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사색하는 과정에서 결절되는 생각과 기억들, 그리고 그것들을 인문학적 줄기에서 풀어내고 있는 노학자의 끈질기고 성실한 탐색은 이 책을 특별하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한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개인이 파리를 통해, 혹은 경유하며 겪게 되는 인문학적 인상을 러시아 변방의 비테프스크 출신인 샤갈이 낯선 이방에서 겪게 되는 삶의 과정을 추적하며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같은 해 서울에서 열린 샤갈전과 파리에서의 샤갈전을 오가며 샤갈의 ‘푸른 혼'의 정체를 탐색하고 여행한다. 그리고 샤갈의 예술의 추동력은 형식주의와 혁명(권력)에의 반동에 있다고 분석해낸다. 파리의 한 일본인과 한 한국인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는 「모리 아리마사의 파리, 이옥의 파리」에서는, 저자에게 파리의 의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학자 각자의 지적인 몫을 파리라는 이질적인 자리에서 펼쳐낸 대표적인 학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에게 있어 파리의 의미를 다시금 질문한다. “내게 있어 파리란 새삼 무엇인가? 프랑스의 수도도 드골의 조국도 에펠 탑도 센 강도 아니며 남의 나라 기둥뿌리까지 캐다놓은 루브르 박물관도 아니다. (…) 파리에 머무는 동안 하루 한 번은 꼭 모리 씨가 그토록 매달린 노트르담에 들렀다. (…) 혼자가 아니라 내 옆에는 모리 교수가 그 육중한 몸으로 오른발을 절며 함께 걸어주었기 때문이다. (…) 또 한번 나는 묻는다. ‘파리란 내게 무엇인가'라고. 나는 별 망설임 없이 대답해본다. ‘(…)이옥 교수가 먹고 마시고 쉼쉬었던 동네 이름이다'라고…….” 책의 끝에서는 제21차 유럽 한국학 대회(AKSE) 인상기로 알프스를 넘은 한국학의 풍경을 보여고 있다. 한국인 입양고아이자 이 대회의 조직자인 로마대학 한국학과 창설자 부르노 교수의 개최 소감은 그리움으로서의 한국학, 더 나아가 인간학으로서의 한국학의 위상을 되짚어보게 해준다. 이 대회에서 발표된 저자의 논문 ‘이효석 문학과 하얼빈'은 이효석 문학의 국제적 입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의 서정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되는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애석하게도 이효석의 또다른 작품들을 사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자는 일본어로 씌어진 몇몇 작품들, 단편「하얼빈」 장편 『벽공무한』을 분석하며 애수를 부추기는 환각의 미학과 심미적 모더니즘의 실상을 고찰한다. ?지은이 김윤식 1936년 경남 진영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문학사, 문학평론, 문학론, 예술론 등 문학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으며 현장비평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한국근대문학사상사연구』,『이광수와 그의 시대』,『염상섭 연구』,『이상 연구』,『임화 연구』,『김동리와 그의 시대 1-3』,『발견으로서의 한국현대문학사』,『초록빛 거짓말, 우리 소설의 정체』,『한?일 근대문학의 관련양상 신론』,『우리 소설과의 대화』,『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미당의 어법과 김동리의 문법』,『한국근대문학사와의 대화』등 100여 권이 넘는 저서들을 갖고 있다. ?본문 중에서 구체성에 비해 사상이나 예술, 철학, 작품 따위란 새삼 무엇인가. 싸잡아 한갓 정신의 장식물이 아닐 것인가. 사상이나 작품이란 언어로 잘 다듬은 손재주에 지나지 않는 것. 진짜배기일 수 없다. 언어의 불완전성에 절망해본 사람이라면 대번에 아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구체성이 진짜인 것. 적어도 인간을 문제삼는 경우에는 그렇다. 어디서 태어나 어느 산으로 갔고, 어떤 골짜기의 물을 마셨고 어떻게 죽었는가. 이 구체성이 몽파르나스 묘지로 나를 이끌었다.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의 절을 가진 세계의 한 동네 파리에서 내게 주어진 구체성의 하나가 이 묘지에 있었다. ― 95p 오른쪽이 있으면 왼쪽이 있다는 식의 사고가 아니라 느끼는 것, 내부가 있음을 느끼는 사상이어야 하는 것. 이를 두고 모리는 경험의 사상이라 불렀던 것. 체험이 단순히 실생활의 우연적 사실과의 접촉이라면 경험은 어떤 근본적인 발견이 있어, 그것에 따라 사물을 보는 눈이 변화하는 것. 그로써 보아온 것이 전혀 새로워져 전체의 퍼스펙티브가 명석해지는 것을 가리킴이다. 칸트나 후설의 책과 프루스트의 소설 또는 세잔의 작품이 같은 종류의 일에 속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이 의문을 지녀온 사람은 이제 경험의 의미를 통해 새로운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 ― 1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