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일반직 승무원의 상징인 ‘레드셔츠’를 입고 헤스터, 핀, 듀발, 핸슨과 함께 우주연맹 함대 인트레피드호에 새로 배속된 달 소위. 기함에 오르게 된 기쁨도 잠시, 그는 함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기이한 일들에 맞닥뜨린다. 고참 승무원들은 애버내시 함장을 비롯해 과학주임 킹, 항해사 케렌스키, 기술주임 웨스트, 의무주임 하트넬 등 다섯 장교를 피해 다니기 바쁘다. 그들과 함께 나가는 탐사 임무에서 매번 사고가 생기고 십중팔구 누군가는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온갖 규칙과 절차들이 무시되고, 유능한 사관들이 일을 터무니없이 어렵게 처리하고, 심지어는 과학 법칙마저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함선에 숨어 사는 수수께끼의 사내는 ‘각본’을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사라지는데…….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펼쳐지는 달과 친구들의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지은이_ 존 스칼지 John Scalzi
장르에 충실한 뿌리와 참신한 상상력, 독보적인 필력으로 현재 영미 SF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69년 캘리포니아 페어필드 출생으로 시카고 대학을 졸업하고 <프레스노비> 신문에서 영화 비평가로 일하다가, 1998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Whatever’라는 개인 블로그를 열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2년 블로그에 연재한 『노인의 전쟁』이 2005년에 출간되면서 2006년 휴고상 장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존 캠벨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비평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출간된 시리즈 중 『마지막 행성』 『조이 이야기』 역시 출간된 해 휴고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올랐다. 『노인의 전쟁』은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작은 친구들의 행성』 『신 엔진』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 『휴먼 디비전』등이 국내에 번역되었고, 2013년 본서 『레드셔츠』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대표작으로는 『안드로이드의 꿈The Android's Dream』 『스타 에이전트Agent to the Stars』 등이 있다.
■ 옮긴이 _ 이원경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껏 『조이 이야기』 『휴먼 디비전』등 존 스칼지의 작품을 비롯해 『홀』 『마스터 앤드 커맨더』 『와인드업 걸』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위철리가의 여인』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그림자 밟기』 『장미의 미궁』 『바이킹』 3부작 등 영미권 소설과 어린이 책을 주로 번역했다.
*2013년 휴고상 수상작*
21세기형 SF작가 존 스칼지, 이번에는 메타픽션의 한계를 뛰어넘다!
필립 K. 딕 걸작선, 미래의 문학, 국내 작가의 장르문학을 출간하며 한국 장르문학의 폭을 넓혀온 폴라북스에서 현재 가장 각광받는 SF 작가 존 스칼지의 2013년 작 『레드셔츠』를 출간했다. 『노인의 전쟁』시리즈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칼지는 휴고상 장편 부문 후보에만 네 번 오른 끝에 드디어 이 책으로 휴고상을 수상,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확실히 인정받았다.
"살고 싶으면 푸른 셔츠를 입은 고위직과 가까이하지 마라."
SF드라마의 소모성 단역 '레드셔츠'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미국문화의 한 축을 지배하고 있는 TV 시리즈 <스타 트렉>에서 주인공들(푸른 셔츠를 입은 고위직 승무원들)과 함께 원정에 나섰다가 죽어버리는 엑스트라를 일컫는 말이다. 소설은 그런 레드셔츠 누군가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순간, 자신의 죽음이 어떤 거대한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희생이었음을 깨닫는 장면으로 프롤로그를 연다.
본문의 주인공 앤드류 달 소위는 일반 승무원으로 우주연맹 함대 인트레피드호로 배속된다. ‘레드셔츠’인 달과 친구들이 먼 과거 방영된 인트레피드호를 모델로 한 드라마가 그들의 현실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이 이야기의 큰 축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현재와 과거, 픽션과 현실을 오간다. 본문이 끝난 후 이어지는 일종의 외전인 세 개의 ‘코다’는 본문에 다 담지 못한 ‘드라마 밖’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전체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스칼지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는 유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잘 살려주고,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호흡은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한몫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픽션의 등장인물, 그것도 단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존재론적 고민과 살고 싶다는 욕망은 ‘실제’다. 후반에서 주인공이 실제 단역 배우들을 만나는 장면에 이르면 이야기는 하나의 SF 시리즈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역, 인생의 모든 단역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어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지금의 잉여 시대에 호소력을 발휘한다.
존 스칼지, 유쾌한 필치로 SF의 클리셰를 비틀며 자유의지를 말하다
<스타 트렉>에 매혹된 당신을 위한 안티- 스타 트렉 드라마
『레드셔츠』는 한때 미국 사람들의 열광을 얻었고 지금까지도 미국 하위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SF 시리즈 <스타 트렉>에 뿌리를 두고 있다. <스타 트렉>으로 대표되는 우주 모험물의 클리셰를 비틀어서 뱉는 농담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클리셰를 따른다면 드라마 내에서 ‘죽어야만 하는’ 레드셔츠들이 자신들이 극 속의 인물임을 깨닫고 드라마 제작 시기로 시간여행을 떠나 드라마를 중단시키려(레드셔츠는 죽는다는 클리셰를 깨부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클리셰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도 읽기에 문제가 없을까? 작가가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꾼인 만큼, 장르 문화에 어지간히 익숙하기만 하다면(최근에 새로 만든 극장판을 개봉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스타 트렉>을 한 편이라도 봤다면) 이들에게 이 소설은 충분히 농담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터이고, SF 게임이나 일본의 모험물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스칼지의 농담과 비틀기는 충분히 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