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상
책은 양면적인 요소들이 중첩되어 있는 물건이다.
책에는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가 있고, 보이는 앞면과 보이지 않는 뒷면이 있다.
안과 밖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 흰 종이와 검은 잉크가 있고,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이 있으며 저자와 독자가 있다.
서로 상반되는 동시에 상호의존적인 이런 요소들은 책이 닫혀져 있을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책은 상자와 같아서 책장을 펼치기전에 그것은 무뚝뚝한 한 덩이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책을 열면 이렇게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된다.
왼쪽과 오른쪽이, 안과 밖이, 저자와 독자가 거기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낯선한 세계의 지평선이 떠오른다. 마술사의 손바닥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작은 책갈피 속에서 세계 하나가 온전한 윤곽을 드러낸다. 문학작품 앞에서 늘 그것이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