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체인질링』에서 마법 세계의 운명을 놓고 마크 마락슨과 한판 승부를 벌인 이후, 폴 데트슨은 론도발 성에 머무르며 마법을 습득해나간다. 그러던 중 자객이 잠입해 자신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폴은 마법 세계를 파악하고, 자객의 흑막을 알아내고자 마법사들의 집회가 열리는 벨켄 산으로 향한다. 벨켄 산에서 마법사들의 통과 의례를 준비하던 폴은 ‘매드완드’로서 그의 자질과 태생을 두려워하는 마법사 래릭으로 인해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그리고 형체도, 자아도 없는 론도발 성의 존재 ‘나’. ‘나’는 폴이 론도발 성에 들어오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이후 폴을 따라다니면서 자신의 존재 근거를 찾아 나선다. 과연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위협자인가 조력자인가?
‘나’를 비롯해 론도발 성과 아버지 데트의 비밀,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밝혀지는 예측 불가능한 반전 등 미스터리적 특성이 강화된 위저드 월드 2편!
■ 지은이 _ 로저 젤라즈니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SF와 환상문학계에 찬란한 궤적을 남긴 작가. 명석하고 유려한 플롯, 현학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은유와 강렬한 신화적 상징,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등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신화와 환상, SF를 융합시킨 작품들로,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37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신화와 전설을 탐독하며 자라면서 폭넓은 문학적 지식을 갖추었고, 프로이트와 융에 흥미를 느껴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1857년 핀리 포스터 시인 상을 수상하면서 영문학으로 진로를 바꿨으며, 1959년 영문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63년 컬럼비아 대학 비교영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2년 《어메이징 스토리스》 8월 호에 단편소설 「수난극」을 게재하며 데뷔했고, 이듬해 중편소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발표하면서 SF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 시기부터 유려한 구성, 동시대의 속어를 사용한 시적인 문체, 개인의 관점에서 전 우주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시각, 현학과 아이러니·상징으로 가득 찬 문학적 인유引喩, 강렬한 신화적 상징성, 과학적 사유를 시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독창성 등 특유의 화법을 확립해 나갔다.
1966년 『내 이름은 콘래드』로 휴고 상, 「형성하는 자」와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으로 각각 네뷸러 상 중편상과 단중편상을 수상했으며, 그해에 발표한 중단편 다수가 휴고 상과 네뷸러 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1968년에 『신들의 사회』로 휴고 상을 수상하는 등 젤라즈니는 3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휴고 상 6회, 네뷸러 상3회 등을 받으며 평단과 독자 양측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고독한 시월의 밤』『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그림자 잭』『내 이름은 레기온』『별을 쫓는 자』『앰버 연대기』 등이 있다.
■ 옮긴이 _ 김상훈
서울 출생. 필명 강수백. 번역가이자 SF평론가이며 시공사 그리폰 북스와 열린책들 경계소설 시리즈,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폴라북스 미래의 문학 시리즈의 기획을 담당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로 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필립 K. 딕의 『유빅』, 스타니스와프렘의 『솔라리스』, 그렉 이건의 『쿼런틴』,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등이 있다.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적 상징성, 내러티브의 강렬함, 서로 반발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을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로 통합하는 놀랄 만한 능력……
로저 젤라즈니는 여러 면에서 최고의 작가라 할 수 있다.”
_베스트셀러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 로저 젤라즈니가 펼쳐놓는 이야기는 엄밀한 과학적 외삽과 화려한 시적 비전의 독창적인 혼합물이며, 박력 있는 모험담과 생기발랄한 이미지의 보고이다.”
_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근거를 찾아가는 폴의 모험과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나’의 존재론적 고찰을 중심으로
로저 젤라즈니 본연의 신화적 세계가 생생히 살아난 매혹적인 판타지!
1962년 데뷔한 이래 1995년 사망하기까지 30여 년간 SF와 환상문학계에 찬란한 궤적을 남긴 불세출의 작가 로저 젤라즈니. 명석하고 유려한 플롯, 다양한 신화적 상징,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등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신화와 환상, SF를 융합시킨 그는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작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 젤라즈니 특유의 작품세계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특성이 강하게 가미된 작품이 바로 1980년에 발표된 『체인질링』이다. 초중기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들과 달리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젤라즈니의 단독 장편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이듬해 후속편인 『매드완드』의 출간으로 이어졌으며, 1989년에는 ‘위저드 월드’라는 제명으로 합본 출간되었다.
『매드완드』는 『체인질링』에서 마법 세계의 운명을 놓고 마크 마락슨과 한판 승부를 벌인 이후, 폴 데트슨과 마법 세계와의 대립을 그린 후속작이다. 흑마법사 데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폴을 제거하려는 음모들, 그리고 전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데트와 론도발 성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미스터리적 특성이 강화된 탄탄한 구성과 예기치 못한 반전들이 압권인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독창적인 구성이다. 젤라즈니는 이 작품에서 이중 시점을 채택했는데, 폴을 따라다니는 형체도, 자아도 없는 ‘나’의 이야기와 폴의 모험담이 평행으로 교차 진행된다. 즉, 폴을 주인공으로 한 시점과 관찰자인 ‘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럼으로써 젤라즈니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동시에 ‘나’의 존재론적 고찰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자기인식, 정체성의 문제를 심도 깊게 탐구했다.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형태인가 기억인가? 타인의 규정, 즉 이름이나 카테고리로 형상화된 분류들이 과연 존재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존재가 지니는 의미는 과연 나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서 오는가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형성되는가?
전편 『체인질링』에서는 ‘성장’이라는 인간의 통과의례를, 후편 『매드완드』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위저드 월드’는 판타지의 외피를 쓰고 있는 한편 존재론적 고찰이라는 문학적 본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이다.
또한 『체인질링』이 중세적인 판타지 세계와 현대 세계를 오가며 가볍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진 것과 달리, 『매드완드』는 젤라즈니 본연의 신화적 세계가 생생히 살아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젤라즈니는 영웅신화의 플롯을 근간으로 마법사들이 모이는 벨킨 산, 바다의 뱀 탈크네나 각종 정령들, 이계와 세계를 나누는 문 등 현대 서양 판타지의 근간이 되는 클리셰들과 북유럽 신화?전설에서 차용된 다양한 모티프들을 절묘하게 변주해냈다.
『체인질링』과 『매드완드』 이 두 작품은 뛰어난 오락성과 작품성 양측을 만족시키며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