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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ふたご

  • 저자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 역자 이소담
  • ISBN 978-89-7275-136-6
  • 출간일 2019년 11월 02일
  • 사양 352쪽 | 127*188
  • 정가 14,000원

SEKAI NO OWARI의 Saori, 충격적인 데뷔 소설!
제158회 나오키상 후보작
-
그는 내 인생의 파괴자인 동시에 창조자였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이토록 괴로울 줄이야.

■ 책 속으로

 

 

그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쌍둥이처럼 생각해”라고.

마치 ‘어이, 나의 형제. 이해하지?’라는 뉘앙스로.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그가 그 말을 할 때의 눈동자, 누군가에게 무언가 전달하려고 할 때면 보이곤 하는 약간 사시기 있는 그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면, 나는 나쁜 마법에 걸린 것처럼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마치 ‘어이, 나의 형제. 당연히 이해하고말고’라는 뉘앙스로. (…)

그는 알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그의 쌍둥이가 되고 싶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쌍둥이가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울던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분명 나는 인생 대부분을 그의 곁에서 보냈다. 화창한 날도 비가 오는 날도, 건강한 날도 아픈 날도, 넉넉할 때도 빈곤할 때도, 분명 나는 그의 곁에 있었다.

_ 프롤로그 「쌍둥이」, 9~10쪽

 

 

쓰키시마와 친해진 것은 중학교 2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였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년 선배 쓰키시마를 학교의 뻥 뚫린 계단참에서 종종 보곤 했다.

눈이 예뻤다. 쓰키시마는 쌀쌀한 하늘 아래에 선 동물 같은 눈을 하고 혼자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니시야마 나쓰코라고 해요. 지금 뭘 보고 계세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것이 우리가 나눈 첫 대화였다. 쓰키시마는 나를 좀 이상한 후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나는 ‘슬픔’이라고 불렀다.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비참함을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그래서 그때, 눈물을 흘릴 만큼 간절하게 바라던 말을 해준 쓰키시마를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네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 테니까, 울지 마.”

티셔츠 소매가 눈물로 젖었다. 열네 살의 여름이었다.

_제1부 「1. 여름날」, 14~23쪽

 

 

쓰키시마는 슬플 때 곁에 있어주었다.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주었다.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게임을 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전화를 연결해주었다. 친구를 사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쓰키시마는 외톨이였던 나를 ‘특별’하게 해주었다.

코발트블루 하늘에 걸린 전선 몇 가닥에 새가 앉아 있었다. 마치 피아노 악보 같았다.

새들은 악보에서 해방되듯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아름다운 하늘을 혼자 보려니 왠지 쓸쓸했다.

언젠가 쓰키시마가 했던 말이 옳았다. 예쁘다고 말해도 받아줄 상대가 없으면 이토록 쓸쓸하다.

_제1부 「19. 붉은 하늘」, 166~167쪽

 

 

“왜 음악이야? 좋아해서?”

내 질문에 쓰키시마는 먼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 노래만큼은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중학생 때 음악 선생님이 나보고 노래를 잘한다고 했어. 부모님도 그랬고 나쓰코도 그랬잖아…… 그리고 구치린도.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이거라면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_제2부 「3. 있을 곳」, 210쪽

 

 

“이제 너로 괜찮아. 너만은 싫었는데 밴드 멤버, 이제 너로 괜찮다고.”

너로 괜찮다고? 내가 밴드 멤버가 된다는 소리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나는 그들의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는 소리를 한 적도 없다. 부탁한 적도 없는데 너로 괜찮다니, 대체 무슨 소리지. 무엇보다 나는 밴드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내가 밴드에 들어가면 싸움이 벌어진다고 한 건 쓰키시마이면서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인가. (…)

나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밴드에 들어가는 것이 기쁜지 두려운지 알 수 없었다.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조차 몰랐다.

만약 밴드에 들어가면 이름을 붙이지 못한 우리 관계에 마침내 이름이 붙게 된다. 그러나 밴드 멤버라는 이름이 정말로 우리 관계에 어울릴까?

_제2부 「6. 밴드」, 238~239쪽

 

 

쓰키시마가 “나쓰코만의 말이 분명 있을 거야. 나는 쓰지 못하는 가사를 써줘”라고 말했다. (…)

나는 노트의 새 페이지를 펼치고 펜을 다시 손에 쥐었다. 몇 번을 해도 역시 손이 떨렸다. 하지만 떨려도 괜찮을 거야. 자신감이 없기에 가사를 쓰고 싶은 거니까.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곡을 만들고 싶은 거니까. 그곳에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밴드로 뮤지션이 되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거니까.

나는 가사를 쓸 기회를 준 쓰키시마를 생각했다. 쓰키시마는 이런 세계 속에서 계속 혼자 곡을 써온 걸까? 어쩌면, “혼자 성공해도 즐겁지 않잖아”라는 쓰키시마의 말속에는 불안과 압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성공도 실패도 혼자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안 속에서 도움을 청하듯이 내게 가사를 쓸 기회를 준 것은 아닐까?

나는 지금껏 쓰키시마가 왜 내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지 고민이었다. 곁에 있고 대화만 할 수 있으면 만족했는데 왜 가사를 쓰게 하고 곡을 만들게 하고 무대에 세우기까지 하며 사람을 괴롭게 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나야말로 쓰키시마가 어떤 심정으로 나를 아티스트로 만들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_제2부 「13. 새벽녘」, 238~239쪽

 

 

“신곡을 불러드리겠습니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쓴 노래입니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키잉, 하울링을 유발하는 소리만 커졌을 뿐, 객석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신곡을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나는 내 노래를 이 밴드에서 연주한다는 사실에 기뻐서 흥분했다.

연주하며 나는 밴드 멤버를 보았다. 긴장한 라디오, 걱정스럽게 지켜주는 구치린, 그리고 앞을 보고 당당히 노래하는 쓰키시마.

“감사합니다.”

쓰키시마가 곡을 마치며 외쳤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무대 뒤로 걸어갔다. 소심한 박수가 짝짝짝짝 등 뒤로 들려왔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_제2부 「16. 너의 꿈」, 324~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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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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