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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동물원 草原動物園

  • 저자 마보융 지음
  • 역자 양성희
  • ISBN 978-89-7275-980-5
  • 출간일 2019년 04월 30일
  • 사양 372쪽 | 145*207
  • 정가 14,000원

한 선교사의 몽상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설이 된
몽골 초원 최초의 동물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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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지금부터 내가 풀어놓을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나는 이 이야기가 모두에게 잊힌 역사적 사실인지, 혹은 고향에 대대로 전해지는 꿈과 환상이 빚어낸 허상의 기억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이 이야기의 원작자가 아니라 성실한 기록자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나처럼 적봉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현실 세계와 완벽한 혼연일체를 이룬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_본문 8쪽

 

클로비스는 광고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 줄기 서광이 그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자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해졌다. 초원에 영사기를 가져가려던 이유가 무엇인가? 화국상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초원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선교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계획의 핵심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그 일이 꼭 영사기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서광이 비추는 순간 클로비스의 마음도 환해졌다. 이와 동시에 떠오른 기괴한 생각이 빛을 빨아들이며 점점 커져갔다. 만생원의 진귀한 동물을 사들여 적봉에 동물원을 만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매한가지가 아닌가? 초원의 사람들은 수사자의 우렁찬 포효를, 아나콘다의 공포를, 얼룩말처럼 털 모양과 색깔이 특이한 동물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이 동물들을 데려가 초원 사람들 눈앞에서 포효하고 달리게 할 수 있다면, 영사기 화면보다 더 큰 놀라움을 안길 수 있지 않겠는가! 초원에 동물원을 세운다니! 이 얼마나 기발하고 절묘한 생각인가!

_본문 37쪽

 

잠시 후 만복이 거대한 몸을 두어 번 흔들더니 두 앞발을 바닥에 꿇고 앉았다. 만복이 서 있는 위치가 갈라진 가산 틈 아래였고 마침 정오라, 만복이 몸을 낮추는 순간 원래 가려 있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만복의 이마와 클로비스 사이로 쏟아지는 성스러운 황금빛 햇살이 두 사람을 따뜻하게 감쌌다. 어쩌면 이 동작은 특별한 의미가 아니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만복이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클로비스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불쌍한 영혼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외침은 신의 계시가 분명했다. 그는 만복의 몸을 탁탁 두드리며 또 한 번, 미친 결정을 내렸다.

“나와 함께 적봉에 가자. 그곳이 우리를 받아줄 땅이니까.”

_본문 50-51쪽

 

“우리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을 흥정거리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서커스단의 삼류 마술사처럼 경박하고 값싼 행동으로 미래의 신도들을 현혹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생각과 행동은 모두 우리의 신앙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심하십시오. 이러다 우상 숭배에 빠질 수 있어요.”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 옛날 예수께서 가다라의 악귀를 돼지 몸에 옮겨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하지 않았습니까?”

총부 책임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제님은 이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혹시 하느님을 핑계로 본인의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이 아닙니까?”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였다. 사실 클로비스 자신도 동물들을 초원에 데려가는 계획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이 신의 계시이기 때문인지,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광경을 만들기 위함인지 헷갈렸다. 총부 책임자 말이 옳다면 이것은 확실히 위험한 생각이다. 성직자가 경건하지 못한 생각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뜻보다 개인의 갈망을 우선시하는 셈이니까.

“동물원을 만들고 싶어 적봉 선교를 떠나는 것인지, 적봉 선교를 위해 동물원을 만드는 것인지, 도대체 어느 쪽입니까?”

총부 책임자가 계속 날카롭게 추궁하자 클로비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가슴 앞에 십자가를 그린 후 경건하게 대답했다.

“저는 제 마음의 목소리에 따를 뿐입니다. 하느님이 제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듯, 제 마음은 저를 가장 잘 이해합니다.”

_ 본문 55-56쪽

 

은백색 달빛이 쏟아지는 초원의 깊은 밤, 검은 목사복을 입고 쓸쓸히 걷는 선교사 뒤로 머나먼 타향에서 건너온 동물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코끼리, 사자, 얼룩말, 개코원숭이, 호피앵무새, 비단뱀. 동물들은 서로 다투거나 어수선하게 날뛰지 않고 군대 행렬처럼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늘어서서 묵묵히 걸었다.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클로비스와 동물들은 그림자극을 하는 것처럼 엄숙해 보였다. 그들은 지평선 위를 걸어 거대한 달 앞 을 지나 깊은 초원으로 멀어졌다.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이 신비로운 풍경은 지금까지도 적봉 사람들의 꿈속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갔다.

_본문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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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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