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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꿈 El sueño de los héroes (1954)

  • 저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 역자 송병선
  • ISBN 978-89-7275-865-5
  • 출간일 2018년 02월 12일
  • 사양 400쪽 | 126*194
  • 정가 14,000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최고의 작품

■ 책 속으로

 

“[…] 마네글리아는 수없이 나를 속였지만, 나는 최소한의 불평도 늘어놓을 기회도 없었고, 난 그게 몹시 못마땅했어. 그 부정한 속임수를 통해 다른 사람이 나를 이기기 시작했을 무렵, 뚱보는 자기 카드를 뒤집어서 보여 주었어. 에이스와 4, 그리고 5였어. 그는 ‘스페이드 플라워야’라고 소리쳤지. 그러자 나는 ‘커트 플라워’라고 대답하고는, 에이스 카드를 집어서 카드 모서리로 얼굴을 베어 버렸어. 뚱보는 콸콸 피를 쏟으면서 사방에 피를 튀겼어. 심지어 빵과 밀크잼도 피로 물들었지. 나는 천천히 테이블 위에 있는 돈을 모아서 내 주머니에 넣었네. 그러고는 한 움큼의 카드를 쥐고서 뚱보의 피를 닦고, 그의 주둥이 부위를 훔쳐 주었어.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나왔고 아무도 내 앞을 막지 않았어. 얼마 후 죽은 뚱보는 친구들 앞에서 나를 욕하면서 내가 카드 아래 주머니칼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 그 불쌍한 마네글리아는 모두가 자기처럼 날렵한 손재주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_ 1장, 21쪽

 

[…] 가우나의 관심을 끈 것은 여행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 마법사의 말에서 그는 미지의 세계, 아마도 박사의 용감하고 향수에 젖은 세계보다 더 매혹적인 세계를 얼핏 보았던 것이다.

타보아다가 계속 말했다.

“그 여행에서는(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불러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모든 게 나쁘지도 않네. 자네를 위해서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건 그 여행을 다시 하지는 말게. 그건 아름다운 기억이고, 기억은 바로 삶일세. 그걸 파괴하지 말게.”

가우나는 다시 타보아다에게 적개심을 느꼈다. 또한 불신도 느꼈다.

_ 13장, 72∼73쪽

 

“헤픈 계집애라고? 내가 그의 뼈를 모두 부숴 버리겠어.”

“그보다는 주근깨를 부숴 버려요.” 클라라가 진지하게 제안했다. “얼굴에 주근깨가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냥 놔둬요. 가증스러운 존재니까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녀는 꿈꾸는 표정으로 이렇게 밝혔다. “나는 바다의 여자예요. 그 작품은 어느 스칸디나비아 사람, 그러니까 외국인의 것이에요.”

“왜 국내 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는 거지?” 가우나는 공격적으로 물었다.

“블라스테인은 가증스러운 인간이에요.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예술뿐이에요. 당신이 직접 그의 말을 들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가우나가 말했다.

“내가 정부라면, 모든 감독들에게 국내 작가의 작품을 상연하라고 요구하겠어.”

_ 14장, 81∼82쪽

 

발레르가 박사는 아주 심각하게 가우나의 눈을 쳐다보고서 그를 향해 약간 몸을 기울였다. 가우나가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그 순간에 그는 영국에서 배로 실어 나른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하수도 청사가 자기에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발레르가가 물었다.

“카니발 기간에 흥청망청 쓰고서 얼마나 남았나?”

“한 푼도 없어요!” 가우나가 화를 내며 대답했다. “한 푼도 남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가 마음대로 투덜거리며 항변하도록 놔두었다. 모든 불평을 내뱉자 그의 마음도 차분해졌다. 이제는 더 힘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빌어먹을 5페소 지폐 한 장도 남지 않았어요.”

“500페소 지폐겠지.” 안투네스가 한쪽 눈을 감으면서 고쳐 주었다.

침묵이 흘렀다. 가우나가 분노로 얼굴이 하얘져서 물었다.

“내가 경마에서 얼마나 벌었다고 생각해?”

페고라로와 안투네스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됐어. 그만해.” 박사가 명령했다. “가우나는 사실대로 말했어.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채소 도살자가 되려는 인간도 마찬가지야.”

_ 16장, 98∼99쪽

 

“가우나가 말하는 용기는 중요하지 않아. 남자가 지녀야 할 것은 일종의 철학적 관대함, 즉 어느 정도의 숙명론이지. 그래야 명예의 기사처럼 어느 순간에라도 모든 걸 잃을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거든.”

가우나는 존경심을 금치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그 당시 타보아다는 두 사람에게 약간의 수학과 천문학, 식물학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그들의 좁은 생각을 넓혀 주기 위해서였다. 클라라 역시 공부했다. 그녀의 지성은 가우나나 라르센보다 훨씬 유연한 듯했다.

“그 친구들은 소스라치게 놀랄 거야.” 언젠가 가우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만일 내가 장미 한 송이를 공부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면.”

그러자 타보아다가 말했다.

“자네 운명은 바뀌었네. 2년 전에 자네는 발레르가 박사가 되려는 과정에 있었어. 클라라가 자네를 구해 준 거야.”

“클라라뿐만 아니라……” 가우나가 인정했다. “장인어른 덕분이기도 합니다.”

_ 30장, 211쪽

 

운명이란 인간이 만든 아주 유용한 발명품이다. 몇몇 사건들이 다르게 일어났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고 만다는 이 겸손하고 수수한 교훈이 지금 내가 여러분들에게 말하는 이야기에 보잘것없지만 투명한 빛을 비춘다. 그러나 나는 가우나와 클라라의 운명은 마법사가 죽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직도 믿는다. 가우나는 다시 플라텐세 카페를 자주 들르기 시작했고, 거기서 다시 박사와 그를 따르는 젊은이들과 만났다. […]

_ 35장, 244쪽

 

“1927년 카니발 기억나지?” 가우나가 물었다. “거리는 해적 행렬로 가득 찼었어.”

“아직 8시도 되지 않았어.” 마이다나가 말했다. “그런데 모두가 잠든 것 같아. 살아 있지 않고, 축제의 정신도 찾아볼 수 없어. 절망적이야.”

“그래, 절망적이네.” 박사가 동의했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게 뒷걸음치는 것 같네. 심지어 카니발까지도 말이야. 쇠퇴와 몰락밖에는 없어.” 잠시 후 그는 천천히 덧붙였다. “시커먼 몰락만이 있어.”

_ 40장, 273쪽

 

[…] 가우나는 술잔을 드는 순간, 누군가를 보았다. 바 옆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가 생각했듯이, 그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링컨 차에서 내린 청년들 중 하나였다. 1927년에 바로 그 장소에서 모습을 보였던 머리가 큰 금발이었다. 가우나는 조금 더 찾아보면 나머지 세 사람, 즉 팔자로 굽은 다리에 권투 선수 자세를 취하고 싸우려 했던 사람과 크고 창백한 사람, 그리고 그로소의 책에 나오는 독립 영웅과 같은 얼굴의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잔에 다시 술을 채우고 다시 비웠다. 그렇게 두 번을 반복했다. 하지만 1927년 밤에 그 젊은이들이 누구와 함께 아르메논빌에 도착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런데 깜짝 놀라서 믿지 못하는 가우나의 눈 앞에 한 여자가 있었다. 바로 똑같은 바에 오른쪽으로 기대고, 1927년에 입었던 것과 똑같은 자루옷 복장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녀는 그가 찾던 가면 쓴 여자였다.

_ 47장, 342∼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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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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