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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 龍与地下铁

  • 저자 마보융 지음
  • 역자 양성희
  • ISBN 978-89-7275-944-7
  • 출간일 2018년 12월 21일
  • 사양 388쪽 | 145*207
  • 정가 14,000원

전방위 엔터테인먼트 작가 마보융, 하늘의 역사를 다시 쓰다!
신화와 과학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판타지

잠시 후 한쪽 터널에서 묵직한 굉음이 울리고, 플랫폼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강도와 속도가 빠르게 더해졌다. 터널 안에서 요란한 금속 방울소리가 들리고, 어두운 터널 한가운데에 두 개의 푸른빛이 반짝였다. 마치 괴물이 다가오는 것 같아, 나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했다. 다음 순간 나타의 눈앞에 백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캄캄한 터널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용의 머리였다. 용이 둥근 터널을 빠져나와 플랫폼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비늘이 황금빛을 내뿜고 몸통이 일렁이는 물결처럼 흘러나왔다. 용이 등장하면서 거센 바람이 불자 사람들은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꽉 붙잡았다.

_용과 지하철, 본문 33~34쪽

 

“나한테 먹인 게 도대체 뭐야? 내가 왜 갑자기 너희 말을 알아듣게 된 거야?”

“너희 장안 사람들 방식으로 설명하면, 우리 용들이 사용하는 음성 음역대는 인간보다 훨씬 높아. 그래서 우리가 말해도 인간들은 못 듣는 거지. 네가 삼킨 용주가 우리가 사용하는 높은 음역대를 들을 수 있게 해줘서 이해할 수 있는 거야.”

“용주를 주다니, 미친 짓이야.”

옆에서 아주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용은 꼬리로 바닥을 내려치며 나타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넌 모르지? 우리가 용주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일생에 딱 한 번이야. 한 번 사용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정말? 네가 준 게 그렇게 귀한 물건이야? 그럼 혹시 금방 죽는 거야?”

나타가 걱정스럽게 묻자 식탐 많은 용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수염을 흔들며 대답했다.

“죽긴 왜 죽어? 기껏해야 대를 잇는 게 힘들 뿐이지. 이렇게 살면 어차피 대를 이을 일도 없겠지만.”

“하지만 인간들이 용주의 존재를 알면 우리를 괴롭힐 방법을 더 많이 만들어낼 거야.”

_용과 지하철, 본문 52~53쪽

 

나타는 옥환 누나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마다 황하 잉어들이 호구 폭포를 뛰어올라 용문을 통과해 용이 된 후 장안성 지하에 보내진다고 했다.

“우리는 잉어였을 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언젠가 용문을 통과해 잉어 허물을 벗고 용이 되면 단숨에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했지. 하지만 용문을 통과하자마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지. 우리는 용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장안성 군대에게 잡혀 이곳으로 끌려와 매일 터널을 달리고 있어. 하늘은 고사하고 햇빛도 보지 못해.”

_용과 지하철, 본문 56쪽

 

“얼룡이야. 이전 것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얼룡이야. 아주 짙고 강한 원한이 느껴져…….”

막대사탕이 앞발을 가슴에 얹으며 아득한 감회에 빠졌다. 그리고 나타가 묻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장안에 큰 재앙이 닥칠 거야. 이렇게 강력한 업력을 느끼기는 나도 처음이야. 이 정도 힘을 가진 얼룡이 장안에 닥치면 도시 전체가 이 시체 구덩이처럼 변할 거야. 온 장안이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강시 도시가 되겠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막대사탕이 살짝 비웃음을 흘렸다.

“그건 너희 인간한테 물어봐야지. 인간들이 호구 폭포에서 그 많은 용을 포획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테니.”

_용과 지하철, 본문 183쪽

 

“이 열차는 저녁 늦게 도착해. 낮에 도착하는 것도 있는데 왜 그걸 타지 않고?”

대장이 일정상 이 열차가 효율적이라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 고북구 기차역 부근은 사기(邪氣)가 가득해.”

소장이 호기심을 보이며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이 열차를 자주 타는데, 늦은 저녁 고북구역에 정차했을 때 사람이 타고 내리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이 없어도 매번 차문을 열고 1분이 지난 후에 다시 닫았다. 차문이 열리면 실내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고 이상한 기운에 휩싸였다. 예전에 옆자리 앉았던 사람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고북구역 부근이 예부터 군사 요충지라 전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오전과 저녁 하루에 두 번 열차가 정차하는 것을 두고 ‘낮에는 사람이 가고, 밤에는 혼이 간다’고 말한단다. 낮 열차는 주변 농촌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저녁 열차는 잠시 정차해 문을 열었다 닫을 뿐,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아가씨들도 낮 열차를 탔어야 해. 사람이 가는 길을 가야지. 거긴 한밤중에 사람이 내릴 곳이 아니야.”

_단편1 고북구 출입금지 구역, 본문 270쪽

 

화성 대접근 예보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모든 화성 근무자들의 귀에 달라붙어 가족을 만나러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 미묘한 심리가 점점 발전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 문화가 됐다. 그래서 매번 화성 대접근이 다가오면 화성 전체가 축제가 열린 것처럼 들썩였다. 혹은 대뇌에 연결된 스위치가 있어서 그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정신 상태로 변해 오로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된 것 같았다. 매일 시간 계산만 하고 화성 대접근 얘기만 하면서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화성 대접근 기간에는 우주선 예약자가 급증하고 화성인의 대규모 이동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2년마다 벌어지는 이 귀성(歸星) 행렬을 ‘대접근 대이동’이라고 부른다.

_단편3 대접근 대이동, 본문 33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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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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