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로 끈적끈적한 아바나의 밤, 빨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숨진 채 강가에서 발견된 여장 남자. 단서는 사체의 항문 속에 남겨진 동전 두 닢 뿐!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겸비한 베테랑 형사 미라오 콘데의 숨막히는 추적, 그리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벗겨지는 가면의 비밀... 패러디, 상호텍스트, 카니발화 기법 등을 접목하여 추리소설의 새로운 문학적 위상을 마련한, 중남미 포스트 붐 세대의 가수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대표작이다. 쿠바 혁명정부의 허상과 충족될 수 없는 권력자들의 야욕 아래 짓밟히는 없는 자들의 인간성과 예술, 그리고 그들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는 이 작품은 중남미문학의 현주소인 동시에 중남미문학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저자 : 레오나르도 파두라 (Leonardo Padura) 1955년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 국립 아바나 대학교 철문학과를 졸업했다. 신문기자, 영화시나리오 작가, 평론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평론집으로는 ≪반백년의 길?카르펜티에르와 경이적 사실주의≫가 있으며, 신문기사를 모은 ≪살사의 얼굴≫이 있다. 1989년 ≪완벽한 과거≫라는 노벨라 네그라를 시작으로 전체 4부작의 노벨라 네그라를 완성했다. 그의 소설은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로 번역되었으며, 1995년에 스페인의 '카페 히혼'상을, 1997년과 1998년에는 '하메트'상을 수상하였다. 중남미 붐 시대의 후속타자들인 포스트 붐 세대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현재 쿠바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고혜선 1950년 충남 예산.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학과를 마치고, 콜롬비아 인스티투토 카로 이 쿠에르보에서 중남미문학 석사, 한국외국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스페인어로 출판된 ≪동서양 문화에 나타난 거울의 이미지≫, 한국어로 쓴 ≪메스티소의 나라들≫이 있으며, 역서로는 한국어로 옮긴 ≪멕시코의 어제와 오늘≫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바예호 시선집), ≪실론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네루다 시선집), ≪마야인의 성서 포폴부≫가 있으며, 스페인어로 옮긴 ≪한국문학 중단편선≫(황순원 외), ≪마음의 감옥 외≫(김원일 외) ≪마당 깊은 집≫(김원일),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김주영), ≪바람의 넋 외≫(오정희 중단편선), ≪아베의 가족 외≫(전상국 중단편선),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등이 있으며, 곧 ≪당신들의 초상≫(이청준)이 스페인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중남미 포스트 붐 세대의 기수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문제작! 여장남자 살해사건을 통해 소외된 계층의 삶과 부패 권력의 야욕을 비판. 쿠바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추리소설 '사계 4부작' 중 가장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마스카라≫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89년 동구권 붕괴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내부적으로는 군 고위층과 정부 관료들이 부패에 연루되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던 쿠바 혼란기이다. 이 시기를 소재로 파두라는 쿠바 내 사회문제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분석, 비판한 최초의 인물이자, 추리소설의 본격문학 진입을 성공시킨 중남미 포스트 붐 세대의 기수이다. 이 소설은 쿠바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떠나 '동성애자'를 포함하는 소외된 계층의 문화코드, 그리고 그와 대칭되는 권력층의 존재가치를 묻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더위로 끈적끈적한 아바나의 밤, 빨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숨진 채 강가에서 발견된 여장남자. 단서는 사체의 항문 속에 남겨진 동전 두 닢뿐.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겸비한 베테랑 형사 마리오 콘데의 숨막히는 추적, 그리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벗겨지는 가면의 비밀... 살해범은 외교부에서 저명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해자 알렉시스의 아버지 파우스티노. 그는 쿠바혁명 당시 서류를 위조하고 위증자를 내세워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혁명인사로 인정받아 혁명의 핵심세력에 합류하고, 진짜 혁명세력보다 더 열심히 혁명과업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시킨 전력을 가진 인물. 파우스티노는 동성애자인 아들을 보지 않기 위해 외국 근무를 자원할 정도였고, 결국 자신의 영욕을 지켜내려고 아들마저 살해하게 된다. 알렉시스가 살해되기 전까지 알렉시스를 돌봐주던 마르케스는 이 소설에서 핵심인물로 시종 등장하는데, 그는 혁명 전 이름을 떨치던 유명한 극작가였다. 그 역시 동성애자로 박학한 지식과 진보적인 사고를 소유한 예술가였지만, 바로 그 때문에 혁명세력으로부터 숙청대상이 된 비운의 지식인이다. 작가는 마르케스를 통해 현실과 지식인의 몫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두툼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마스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나 플롯 전개과정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기존의 추리소설과 확연히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범죄발생과 범죄해결이라는 단순한 추리소설 테마에서 벗어나 사회문제와 타락한 정부를 직접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학적 표현에 심혈을 기울여 추리소설의 수준 높은 문학성을 완성시켰다.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패러디, 상호텍스트, 카니발화 기법 등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순문학 소설들이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며 완성도 높다. 파두라가 이러한 주제를 순수문학이 아닌 추리소설로 작품화한 것은 쿠바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수성이 낳은 아이러니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