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로사리오 페레Roserio Ferre, 1938~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푸에르토리코의 유력한 가문에서 출생한 로사리오 페레는 초기부터 페미니즘의 성향이 두드러진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자신만의 이론 정립에 힘을 쏟았다. 1990년 이후 그녀는 푸에르토리코의 정치적 현실을 반성적으로 다룬 작품을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중편 『저주받은 사랑Maldito amor』(1980), 『호반의 집The House on the Lagoon』(1995), 『백조의 비상Flight of the Swan』(2001) 등이 있다. 레오나르도 파두라Leonardo Padura, 1955~ 쿠바의 아바나에서 출생했으며, 아바나 국립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공부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완벽한 과거Pasado perfecto』(1991), 『사순절의 바람Vientos de Cuaresma』(1994), 『마스카라Mascaras』(1996), 『가을 풍경Paisaje de otonno』(1998) 등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신세대 소설의 대표작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라틴아메리카 하드보일드 소설의 일인자로 손꼽힌다. 1998년 국제 추리문학 작가회의에서 수여하는 <해미트 추리소설 문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으며 <히혼 커피 문학상>(1995), <플루랄 문학상> 등 많은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Guillermo Cabrera Infante, 1929~ 쿠바 동부 히바라에서 출생한 카브레라 인판테는 바티스타 독재정권 시절 반독재투쟁을 벌였으며, 쿠바혁명 이후에는 문화정책을 입안하였다. 1961년 동생이 만든 단편영화가 반혁명적이라는 이유로 압수되는 등 정치적 갈등을 겪자 1966년 영국으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카스트로를 혐오하는 작가지만, 작품 내에서는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언어의 유희에만 열중한다. 주요 작품은 『트레스 트리스테스 티그레스Tres Tristes Tigres』(1967), 『문체의 푸닥거리Exorcismos de estil(1)』(1976) 등이 있다. 르네 드페스트르 Rene Depestre, 1926~ 아이티의 시인, 소설가. 흑인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결합된 혁명적 문학이념을 담은 시집(『섬광Etincelles』, 1945)을 출간하면서 작가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념적인 문제 때문에 프랑스로 망명하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하였고, 1959년부터 1978년까지는 체 게바라의 초청으로 쿠바의 아바나에 체류하였다. 1979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점차 초기의 혁명적 문학관에서 벗어나 존재에 대한 애정을 관능적 에로티시즘에 담아내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하고 있다. 1982년에 공쿠르상(『정원-여자를 위한 할렐루야Alleluia pour une femme-jardin』), 1988년에 르노도상(『내 모든 꿈속의 아드리아나Hadriana dans tous mes reves』)을 수상하였다. 레이날도 아레나스 Reynaldo Arenas, 1943~1990 쿠바 태생의 작가로 쿠바혁명 당시에는 게릴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1969년에 발표한 소설 『환각의 세상El mundo alucinante』이 반혁명작품으로 낙인이 찍힌 다음부터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1980년 마이애미로 탈출한 이후, 전세계를 떠돌며 쿠바혁명의 어두운 면을 조망하는 작품들을 출판했으며, 1990년 뉴욕에서 자살하였다. 작품으로는 『환각의 세상』 이외에도 소설 『또 다시 바다로Otra vez el mar』(1982), 단편집 『두 눈을 감고Con los ojos cerrados』(1972), 시집 『중심가El central』(1981), 그리고 사후에 출판된 자서전 『밤이 되기 전에Antes que anochezca』(1991) 등이 있다. 엘레나 가로 Elena Garro, 1917~1998 멕시코 푸에블라 출생.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1937년 옥타비오 파스와 결혼, 이후 이혼함. 1963년 출간한 『미래의 기억Los recuerdos del porvenir』은 크리스테라 전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환상문학적인 기법으로 권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로는 이 작품으로 1963년 멕시코의 권위 있는 비야우르티아상을 수상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잘못은 틀락스칼라인들에게 있다」는 단편집 『다채로운 한 주La semana de colores』(1964)에 실린 작품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뒤섞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Alejo Carpentier, 1904~1980 쿠바 태생의 작가. 청년 시절 반독재투쟁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이후 프랑스에 망명하여 앙드레 브르통과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와 교류하고, 귀국 후에는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미학 정립을 위해서 노력하였다. 특히 1949년 출판된 『지상의 왕국El reino de este mundo』 서문에서 주장한 '경이로운 현실'은 마술적 사실주의 이론의 선구로 꼽힌다. 주요 작품으로는 『잃어버린 발자취Los pasos perdidos』(1953), 『계몽의 세기El siglo de las luces』(1956) 등이 있다. 자메이카 킨케이드 Jamaica Kincaid, 1949~ 안티구아에서 출생했으며 본명은 엘레인 포터 리차드슨이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등교육을 마쳤고, 1965년 17세의 나이에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서 뉴욕으로 건너갔다. 일하던 가정을 떠난 후 잠시 사진을 공부했고, 뉴햄프셔의 프랭코니아 대학을 1년간 다녔다. 《인제뉴Ingenue》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뉴요커New Yorker》에 17년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작곡가이자 배닝턴 대학교수인 엘런과 결혼했으며 지금은 버몬트에서 살고 있다. 킨케이드의 작품은 카리브의 고유한 경험을 시적이며 감각적인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카리브인의 정체성을 추구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집 『강바닥에서At the Botton of the River』(1978), 자서전적 소설 『애니 존』(1986), 『루시Lucy』(1990), 『내 어머니의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1996), 『남동생My Brother』(1997), 『포터 씨Mr. Potter』(2002) 등이 있다. 진 리스Jean Rhys, 1890~1979 도미니카에서 웨일스계의 아버지와 크레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7년간 아름다운 열대환경에서 생활했고 19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의 여학교에 입학하여 2년간 다녔다. 이후 연기술 아카데미에 등록하여 두 학기를 마치고는 순회 코메디 악단에 합창단원으로 들어갔다. 첫 작품인 『사중주Quartet』(1924) 이후로 『왼편 강둑과 다른 이야기들The Left Bank and Other Stories』(1927), 『맥켄지 씨를 떠난 후After Learing Mr Mackenzie』(1930), 『어둠 속의 여행Voyage in the Dark』(1934), 『한밤중의 아침 인사`Good Morning Midnight』(1939)를 출판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27년간의 침묵을 깨고 1966년에 출판한 『드넓은 사가소 바다Wide Sargasso Sea』로 왕립문학협회상을 받았고 살아 있는 최고의 영국 소설가라는 평판을 얻었다. C. L. R. 제임스C. L. R. James, 1901~1989 트리니다드에서 출생한 C. L. R. 제임스는 1920년대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트리니다드의 빈민지역 막사촌의 삶을 다룬 「승리Tnumph」(1929)와 같은 작품들로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스탈린의 교조적 사회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트로츠키 주의자였던 그는 1932년부터 7년 동안은 영국에서 소설가이자 사회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1938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당시 유럽의 정치적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때에 미국문학에도 큰 관심을 갖게 돼 멜빌과 휘트먼에 대한 저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57년에 미국을 떠난 그는 1989년 영국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범아프리카 민족주의 운동을 주도했고, 피카소나 토리 모리슨 등의 예술세계에 큰 관심을 갖고 이들의 작품에서 문명의 위기와 휴머니즘적인 투쟁을 읽어내기도 하였다. 주요 소설로는 『민티 앨리Minty Alley』(1936)가 있고, 그 외의 대표적인 저서들로 『검은 자코뱅The black Jacobins』(1938), 『국가 자본주의와 세계혁명State Capitalism and World Rovolution』(1950),『선원, 배교자, 표류자 : 허먼 멜빌과 우리의 세계Mariners, Reuegades and Castaways : the story of Herman Meliville and the World We Live in』(1952), 『경계를 넘어Beyond a Boundary』(1963) 등이 있다. 루벤 다리오 Ruben Dario, 1867~1916 중미 니카라구아 출생의 모더니즘 시인. 어릴 적부터 천부적인 문학적 소양을 보여준 루벤 다리오는 이후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 거주하며 자신의 문학적 세계를 완성해가면서 모데르니스모modernismo라는 이름하에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스페인에까지 문화변혁 운동을 펼치면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 후세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주요 작품으로는 『푸르름Azul……』(1888), 『세속 찬가Prosas profanas』(1896), 『생명과 희망의 노래Cantos de vida y esperanza』(1905) 등이 있다. 후안 호세 아레올라 Juan Jose Arreola, 1918~2001 멕시코의 할리스코주에서 태어나 독학하였다. 멕시코시티에서는 로돌포 우시글리와 함께 극단에 참여, 연극배우로도 활동하였다. 아레올라의 작품은 '미니픽션'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분량이 매우 짧고, 간결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듯한 통찰력과 유머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다양한 창작Varia invenci-n』(1949), 『우화집Confabulario』(1952)이 있으며, 희곡으로는 『모든 사람의 시간La hora de todos』(1954), 『시장La feria』(1963), 『언어교육La palabra educaci-n』(1973)이 있다. 세넬 파스 Senel Paz, 1950~ 1950년 쿠바에서 출생한 소설가이자 극작가.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정원의 왕El rey en el jardin』(1983), 단편으로 「그 소년Las hermanas」(1980), 그리고 '후안 룰포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늑대, 숲, 그리고 새로운 인간El lobo, el bosque y el hombre nuevo」(1990)이 있다. 희곡으로는 『다비드의 연인Una novia para David』(1992),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영화제'에서 최우수 극본상을 수상한 『놀라운 거짓말Mentiras adorables』(1992), 그리고 아마나에서 개최된 제15회 라틴아메리카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극본상을 수상한 『딸기와 초콜릿Fresa y Chocolate』(1992), 『말레나는 탱고용 인간Malena es un nombre para tango』 등이 있다. ■ 옮긴이 박병규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등에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역서로는 보르헤스의 <허구들>과 로아 파킨스 사모라의 <마술적 사실주의>(공역)가 있다. 송병선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가르시아 마르케스』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영화 속의 문학 읽기』 등이, 역서로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칠일 밤』 『붐』 등이 있다. 현재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용호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울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카리브해 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문학 속의 마술적 사실주의」, 「카리브해 지역의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의 역사와 마술적 리얼리즘」 등이 있다. 심재중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 현대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고, 역서로 『문학텍스트의 정신분석』(공역), 『영원회귀의 신화』 등이 있다. 김경희 부산외국어대 학사, 한국외국어대 석사,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울산대 인문 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부산외대 강사로 재직중이다. 공저 『멀티미디어 스페인어』, 『스페인어 문법』, 번역동화 『벽돌 도둑』, 『베포와 베포할아버지』, 논문 「푸에르토리의 언어정책」 외 다수가 있다. 강혜원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서어서문학과 재학중이다. 박병규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등에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역서로는 보르헤스의 『허구들』과 로아 파킨스 사모라의 『마술적 사실주의』(공역)가 있다. 이미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현대 영미소설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연구원으로 있다. 논문으로는 「메타 픽션과 역사적 상상력」, 「조셉 콘라드 작품의 로만스적 요소」, 「What Makes Us Read Jane Austen?」 등이 있으며,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공역), 『호빗』,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있다. 정희원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황정훈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최유정 덕성여자대학교 서반아어학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조혜진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재학중이다.
■ 이 책은 아름다운 카리브해보다 더 매혹적이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환상적 리얼리즘 미학의 진수를 선사하는 열세 편의 카리브해 대표 중단편선!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정체성이 담긴 대표적인 중단편 13편을 담고 있는 『알보라다 알만사의 행복한 죽음』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카리브해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레게' ‘살사' 등의 노래와 춤이고, 문학에서는 마르케스로 대표되는 이국적이며 매혹적인 환상적 리얼리즘, 혹은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하지만 이런 낭만을 걷어내고 그곳 현실을 들여다보면 인종, 언어, 문화 등 전반적으로 착종혼재되어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런 제국주의와 혁명의 후폭풍에 아직도 놓여 있는 정치 사회적 여건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아름다운 문학작품들을 생산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실의 무게를 버림으로써 우회하여 현실을 비판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에서 그러한 장점들이 뚜렷이 확인된다. 이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크게,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환상성을 잘 보여주는 스페인어권과 현실적 요소가 환상을 압도하는 영어 ? 프랑스어권의 카리브해 문학으로 구별된다. 로사리오 페레의 「막내인형」은 어느 날 강물에서 멱을 감은 고모의 종아리 속으로 민물새우인 차가라가 들어갔고 겨자를 듬뿍 바르라는 의사의 어처구니없는 처방으로 시작된다. 다리 통증이 심해지자 고모는 조카딸들에게 인형을 만들어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생활한다. 고모는 귀족 가문이라는 명성에 흑심을 품은 의사의 막내아들에게 막내 조카딸을 시집보내며 도자기 인형을 선물로 준다. 역시 남편은 귀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아내를 하루종일 테라스에 앉혀두는가 하면 도자기 인형의 보석 눈을 파내 자신의 회중시계를 산다. 의사는 자신은 점점 늙어가는 데 여전히 아내는 도자기 인형처럼 젊기만 한 것이 불만이었고, 어느 날 아내의 잠든 모습을 훔쳐 보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아내의 심장이 멎었다는 사실을 알고 청진기를 대본다. 그때 인형의 눈까풀이 올라가고 파헤쳐진 빈 동공으로 차가라 새우의 더듬이가 나온다. 그로테스크하며 환상소설의 정수를 잘 보여주는 이 작품은 1950년대 푸에르토리코의 사회적, 경제적 갈등 구조와 남성중심 세계의 억압받는 여성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표제작 「알보라다 알만사의 행복한 죽음」은 라틴아메리카 신세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물씬 배어 있는 작품. 대천사 라파엘 축일 아침 가난하고 늙은 여인 알보라다 알만사는 여느 때와는 달리 가볍게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연이어 놀라운 일은 계속된다. 비어 있어야 할 커피통이 가득 차 있고, 찬장에는 연유가 가스레인지 옆에선 구아바 파이를 발견한다. 이 모든 게 아직 꿈이라 여긴 그녀는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 습관과 반대로 행동한다. 즉 먼저 파이를 먹고 연유를 마시고 커피를 음미하며 꿈에서 깨길 기다렸지만, 그건 실제 상황이었으며, 그녀는 이미 죽은 채로 잠에서 깬 것이었다. 욕실 커튼 뒤에서 나체로 나타난 대천사 라파엘은 근사한 근육질의 흑인으로 그의 축일 선물로 그녀를 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하고, 그녀는 망설임 끝에 대천사와 단손에 맞춰 춤을 추며 세상을 떠난다. 쿠바의 경제적 궁핍함이 배경인 이 작품은 ‘행복한 죽음'이라는 제목보다는 ‘씁쓸한 죽음'에 가깝다. 우리에게는 영화평론가로 더 잘 알려진 기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의 「익사한 여인」은 시간을 거슬러가는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는 항상 동일한 곳, 즉 1965년 카스트로 정권에 반대해 망명길에 나선 뒤로 한 번도 되돌아가지 못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그의 조국 쿠바의 아바나이다. 그는 동일한 식당을 배경으로 세 쌍의 사랑에 대한 회상을 통해 고국에 대한 향수와 사랑 그리고 쿠바음악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직설적인 언급은 회피한 채 부분적인 암시들로 불륜과 갈등, 그리고 불행한 결말을 묘사한다. 르네 드페스트르의 「산 위의 로제나」는 관능적 에로티시즘을 통한 생명과 존재의 긍정'이 주제. ‘나'는 포르토프랭스의 빈민가에서 일곱 형제의 맏이로 자라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수도사가 되기 위해 성령 신부회가 운영하는 산 속의 피정지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게 되는데, 그곳에서 임시 가정부로 와 있던 아름답고 성적으로 개방적인 로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성과 생명의 신비에 눈뜨게 된다. 결국 겉으로만 육체적 쾌락을 경멸하며 ‘나'를 타락했다고 훈계하던 위선에 빠진 신부는 로제나의 손에 의해 거세당하고, ‘나'는 신을 버리고 로제나를 택한다. 신부와 로제나로 각각 표상되는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토착적 세계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은유적이며 시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작품이다.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어머니여, 안녕히!」는 죽은 어머니의 시신 주위를 끊임없이 빙빙 돌며 애도하는 ‘나'와 누이 셋의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시신이 썩어 냄새가 나 “이제는 어머니를 묻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자 누이들은 “배은망덕한 놈”이라며 아우성을 친다. 그리고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누이들은 어머니의 ‘식칼'로 시신 옆에서 차례로 자살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살행렬에서 ‘비겁하게' 도망쳐나와 ‘악취' 냄새가 좋은 풀밭을 가로질러 바다에 가 풍덩 뛰어들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배은망덕한 놈이다. 하지만 행복하다.” 이 작품은 모호한 서술 구조를 통해 식민지의 언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그 언어를 어떻게 집어던질 수 있는지를 보이고 있다. 「잘못은 틀락스칼라인들에게 있다」의 작가 엘레나 가로는 옥타비오 파스와 결혼 경험이 있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이 작품은 여주인공 라우라가 시어머니와 함께 멕시코를 여행하는 도중에 승용차가 고장이 나서 쿠이체오 다리 위에 머무는 것으로 시작한다. 라우라는 이 다리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고대 아스테카 제국이 스페인군에게 정복되던 시공간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라우라는 정혼자인 ‘그'를 만나게 되고, 전쟁이 두려워서 그를 세 번씩이나 배반한다. 정비사를 데리고 쿠이체오 다리로 돌아온 시어머니는 라우라의 흰 옷에 불에 그슬린 자국과 피와 흙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해한다. 이후 라우라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정혼자인 ‘그'를 찾아 멕시코시티를 돌아다니고, 그는 라우라를 찾아 집으로 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우라의 남편은 그가 누구냐고 묻는다. 라우라는 그가 ‘내 남편'이라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코요테가 출몰하던 어느 날 밤 라우라는 그녀를 찾아온 ‘그'를 따라 영원히 집을 떠난다. 그리고 하녀 나차는 “라우라 아가씨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었어요.”라고 시어머니에게 말한다. 이 작품에서 엘레나 가로는 현대 멕시코와 고대 멕시코 사이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건과 인물의 얽힘을 통해 중남미 특유의 환상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의 「씨앗으로 가는 여행」은 시간이 역행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돈 마르시알이 죽은 후 저택을 허무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택의 철거작업을 지켜보던 흑인 노인이 지팡이를 공중에 세 번 휘두르자, 그 순간부터 시간이 역행하기 시작하고, 마르시알의 임종, 파산, 마르시알 부인의 자살, 신혼의 즐거움, 결혼식, 청년시절, 소년시절, 어린시절을 거쳐, 마침내 어머니의 자궁으로 회귀함으로써 이야기가 종결된다. 이런 시간의 역행을 통해 카르펜티에르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고 있다.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암흑」은 철학적, 형이상학적 에세이 같은 단편. “암흑”과 “침묵” 속에서 모든 경계, 갈등과 절망을 지우고 평온함에 이르는 인식론적, 존재론적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동양의 선(禪)사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지만 깊이가 있다. 진 리스의 「개척자여, 오, 개척자여!」는 식민지의 오지로 흘러들어온 어느 영국인의 죽음을 통해 백인들 내부의 계층적 분화, 백인들과 흑인들 사이의 극심한 반목, 대중 선동적 매체로 인한 사실의 왜곡 등 식민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파헤친다. C.L.R. 제임스의 「승리」는 막사촌에서 정부로 사는 여자들의 삶을 통해 카리브해의 현실, 즉 가난하고 무시당하는 하층계급의 여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그녀들을 통해 무엇이 ‘승리'인지를 아이러니컬하게 구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초기 작품으로 평가받는 루벤 다리오의 「D.Q.」는 1898년 스페인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아주 짧은 작품, D. Q.라는 이니셜을 새긴 동료 군인과의 만남과 그의 극적인 죽음을 묘사한다.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경이로운 밀리그램」은 우상숭배의 허구를 꼬집는 짤막한 우화로, 카리브해 문학의 환상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세넬 파스의 「딸기와 초콜릿」은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의 영화로 더 유명해진 작품. 이 작품은 1979년 아바나가 배경. 다비드는 카스트로의 정신에 입각한 경직된 사람이며 동성연애자를 혐오하는 혁명가로, 그런 그가 어느 날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동성애자이며 예술가인 디에고와 동석하고, 문학과 예술에 대하여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비드는 외교관과 동성애를 나눈 디에고를 목격하고, 반혁명 세력과 디에고가 관련이 있음을 눈치채게 되고, 디에고는 이제 쿠바를 영원히 떠날 때가 됐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다비드는 디에고가 떠난 허전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디에고가 즐기던 딸기 아이스크림을 시킨다. 이 작품은 쿠바 혁명의 본질과 혁명의 주변부에 있는 소시민들의 삶과 젠더의 문제를 밀착하여 다루고 있다. 카리브해 지역의 문학은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차 문학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언술방식과 복잡한 내부의 정치 ? 사회적인 요인으로 인해 카리브해 지역의 문학이 이제 막 끓어오르고 있는 화산과도 같다. 이 선집은 현재의 카리브 지역 문학적 특징을 가장 잘 집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