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작가 마가파이의 눈에 비친 1930년대 말 홍콩은 중국과 외세가 공존한 식민지이자 용과 뱀이 교잡하는 강호이다. 이런 이중적 관점의 틈에서 홍콩 역사의 막이 오른다. 이미 혼란스러운 홍콩에 내륙의 정쟁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기이해지고, 암흑가의 두목 록남초이는 각 세력 사이를 오가며 위로 오르려 발버둥 친다. 그에게는 국가와 민족, 계급혁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오직 강호의 법칙만을 따를 뿐이다.
_왕더웨이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언어 및 문명학과 교수)
홍콩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호방한 역사소설이다. 이 책은 역사에 잠시 머물렀다 스쳐 지나가지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거친 언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문학적 미학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의 대변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형언할 수 없는 충동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임에도 노련한 필력과 성숙한 구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_2017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심사평
마가파이는 권력을 역사의 핵심으로 보고 강호의 틀 안에서 그 속에 얽힌 폭력과 욕망을 그린다. 독특한 스토리, 거칠지만 힘 있는 언어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_2017년 홍콩도서전 홍콩도서상 심사평
■ 옮긴이의 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격랑의 시대를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회상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틈에서 기생하며 힘을 불리는 삼합회의 생존 방식. 그들이 충성한 건 오직 ‘생존’이라는 명제뿐이었다. 홍콩 누아르 속 강호에는 의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영웅이 많지만 현실의 강호에 영웅은 없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그러지 않으면 영웅이 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므로.
_허유영
프롤로그
제1부 용龍
제2부 두頭
제3부 봉鳳
제4부 미尾
에필로그
추천사
옮긴이의 말
■ 지은이_마가파이 馬家輝
1963년 출생, 홍콩의 완차이에서 자랐다. 타이완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의 유명 언론인 마총박馬松柏의 아들로 광고기획자, 잡지사 기자, 《밍보우》 신문사 편집장, 피닉스TV 프로그램 진행자를 두루 거쳤다. 현재는 홍콩시티대학 중문과와 사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칼럼니스트 겸 문화평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홍콩 문화계의 유명인사이다.
『여자의 정』, 『도시 신인류』, 『심리학 소품』, 『리아오李敖 연구』, 『폐허 속에서 보는 로마』 등의 책을 발표했지만 장편소설은 쉰 살에 집필을 시작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이 처음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홍콩의 근대사를 조망하는 ‘홍콩 3부작’의 첫 작품으로, 2017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과 2017년 홍콩도서전 홍콩도서상을 수상했다. 두치펑杜琪峰 감독이 판권을 획득해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 옮긴이_허유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쉽게 쓰는 중국어 일기장』을 썼고 『로맨틱 상실사』, 『검은 강』,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나비탐미기』, 『적의 벚꽃』, 『디어 마이 미어캣』,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다 지나간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소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매국노들의 도시, 1930년대 홍콩
삼합회와 홍콩 누아르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2017년 홍콩도서전 홍콩도서상 수상작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방송 진행자로 중화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마가파이(마자후이)의 장편소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중일전쟁부터 좌우 사상 대립, 홍콩 반환 협상에 이르는 근대사를 아우르는 ‘홍콩 3부작’ 프로젝트의 1부에 해당한다. 문화계 유명인사인 마가파이가 쉰 살이 넘어 발표한 소설은 출간 자체로 세간의 화제였고, 근대 홍콩의 역사를 삼합회 부흥의 역사로 규정하는 대담한 해석은 논란과 충격을 안겼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의 원제인 ‘용두봉미龍頭鳳尾’는 마작 용어이면서, 삼합회의 우두머리이자 영국인 정보경찰의 꼬리로 살았던 주인공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또 작중에서는 당대에는 금기였던 남성 간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밀어로 사용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발표된 후 금단의 에로티시즘, 첩보전의 긴장감, 파멸해가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장아이링의 소설에 비견되며 남-남판 『색?계』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17년 “홍콩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호방한 역사소설”로 평가받으며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을, “권력을 역사의 핵심으로 보고 그려낸 폭력과 욕망의 이야기”라는 호평과 함께 홍콩도서전 홍콩도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홍콩 암흑가 특유의 애수와 비정함을 고스란히 담은 소설은 <천장지구>, <마약전쟁> 등으로 잘 알려진 누아르의 거장 두치펑(두기봉)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재 ‘홍콩 3부작’의 3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 작품 소개
한 번도 자신의 주인인 적 없던 남자
혼돈의 도시 홍콩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다
중일전쟁을 피해 홍콩으로 건너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록남초이 역시 육체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간다. 어설프게 익힌 인력거꾼의 영어로 영국인 경찰 모리스의 눈에 든 그는 모리스의 정보원이자 애인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당시에는 특히나 용인되지 않았던 동성애,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운 삶을 살아온 록남초이는 모리스의 남성 편력에 지배되면서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낀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홍콩을 떠나게 된 록남초이는 삼합회의 말단 조직원으로 사창가와 도박장을 전전하며 범죄에 손을 댄다. 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을 세운 그는 작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어 화려하게 홍콩에 복귀한다. 그리고 애인인 모리스와 삼합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손쉽게 홍콩의 뒷세계를 장악해나간다. 그는 이내 큰손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모리스와의 끈끈한 밀월관계도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무방비도시 홍콩이 일본에 함락되며 모리스가 포로가 되자, 이를 보는 록남초이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긴다. 신처럼 섬겼던 모리스 역시 나약한 인간이고, 홍콩의 진짜 주인은 영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삼합회 자신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작가 마가파이는 평범한 인력거꾼 록남초이가 삼합회의 논리를 익히고, 전쟁을 기회로 삼아 홍콩 암흑가의 두목으로 거듭나며 시대의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X대로 되라고 해!’라는 태도로 시대를 외면하고, 그릇된 욕망과 왜곡된 사랑에 집착하는 그로 인해 주변인들이 어떤 파국을 겪는지도. 마가파이는 애국과 매국,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가 무너진 홍콩에서 신앙이나 국적 대신 ‘생존의 명제’를 섬기는 삼합회의 탄생과 비뚤어진 성장이 역사의 필연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희생되고 외면된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을 한층 더 드러내 보인다. 홍콩 역사의 어둠 속에는 섹스와 도박, 마약으로 대중을 지배한 비정한 사내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짓밟으며 살아남은 ‘삼합회의 역사’는 국가적 정체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의 홍콩 ‘대중의 역사’와 대비되며 묘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