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상호 문화의 정수를 통시적으로 비교 연구한 이 책은 여행, 자연, 영화, 가족, 여성, 근데, 일본인상, 한국관 등을 키워드로 삼아 한일관계의 새로운 이해방법을 다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성과 일반성을 지향하는 이 책은 일본 문화 총론적인 것을 앞에 두고, 그 다음 한일 상호적인 이해의 관점을 다룬 뒤에 배열하였다.
서문 | 비교문학자는 일본을 어떻게 보는가 / 최재철 일본의 여행문화- 깃발과 가침의 문화 / 김태준 일본인의 자연관과 하이쿠 / 손순옥 일본 영화의 문화적 DNA- 구로사와 아키라 <라쇼몬>의 상호 텍스트성 / 박진수 지정학적 특성에서 본 일본 문화- 가나문자를 예로 들어 / 양동국 일본 근대 문학 속의 가족 / 노영희 하야시 후미코 소설에 나타난 여성상- <방랑기>와 <뜬구름> 읽기 / 최연 서양 문학 속의 일본- 일본의 하이쿠와 노 수용을 중심으로 / 성혜경 근세 일본인의 조선관- 아라이 하쿠세키의 경우 / 정응수 '광화문'과 야나기 무네요시 / 이병진 근대 일본인이 본 한국- 아베요시시게의 견문기를 중심으로 / 최재철 한국 근대 문학 속에 나타난 일본인 상 / 윤병로
■ 이 책은 도쿄대학(東京大學) 대학원 비교문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현재 각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인 필자들이 한일 문화를 심도 깊고 다양하게 비교하여 다룬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전문성과 일반성을 지향하는 이 책은 일본 문화 총론적인 것을 앞에 두고, 그 다음 한일 상호적인 이해의 관점을 다룬 뒤에 배열하였다. 김태준 교수의[일본의 여행 문화]는 일본인의 독특한 단체여행 습관에서 일본 문화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일본인의 종교적 순례의 전통과 온천의 발달, 연중 여행 풍습, 오락적 대중문화는 물론이며 생활 문화의 특징이 여행에 잘 드러나 있는데, 이를 통해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손순옥 교수의[일본인의 자연관과 하이쿠]는 일본의 단시 하이쿠(俳句)의 역사를 소개하고 대표적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등의 하이쿠 감상과 고전 명수필을 통해 일본인의 자연관과 계절감을 이해할 수 있다. 작고 소박하게 표현하여 감동의 여운을 주는 하이쿠는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박진수 교수의[일본 영화의 문화적 DNA]는 구로사와 아키라(]]明) 감독의 영화[라쇼몬(羅生門)](1950)과 원작 소설[덤불 속]과의 상호보완적인 의미를 추구한 글이다. 영화의 전거가 된 소설의 영화로의 재해석을 세밀하게 분석한 글로, 작중 세계와 서술양식, 시점의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 서로 다른 장르인 영화와 소설 양쪽 텍스트의 상호보완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양동국 교수의[지정학적 특성에서 본 일본 문화]는 일본 문자 가나(かな)를 예로 들어 일본 문화 이해에 접근하고자 한다. 일본의 지정학적 특성으로서의 고립과 양면성의 예를, 한자에서 빌린 가나 사용에서 찾고 있다. 일본이 일찍이 가나 사용으로 인하여 고립에서 문화 개화로 간 사연과 그 위력을 보여주고, 일본 시가문학의 정형화와 중층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노영희 교수의[일본 근대 문학 속의 가족]은 일본 근대 소설의 한 특징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이 약화되어 있고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를 파고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근대 소설에서 ‘집’과 부권의 강조는 전통 지향을 상징하며 반개화 반서양화와 통하고 부권의 약화는 가족제도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본의 근대 가족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근현대를 망라한 여러 작품을 열거하면서 그 행방과 가족사 소설 속의 아버지상, 근대 가족의 변용 등을 보여주고 있다. 최연 교수의[하야시 후미코 소설에 나타난 여성상]은 일본 근대 여류문학의 특질을 개설하고 하야시 후미코 소설의 인물 성격 묘사와 대표작에 나타난 여성상을 소개하고 있다. 남성중심의 ‘집’의 중압감에 허덕이던 근대 일본 여성이 억압받는 사회제도의 굴레를 깨고 나와 자립하는 과정을 문학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성혜경 교수의[서양 문학 속의 일본]은 하이쿠와 고전 가면극 노(能)의 서양 전파를 소개하고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서양이 어떻게 수용했는가를 보여준다. 하이쿠나 노에서 일상적인 세계와 비일상적인 세계, 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교차를 발견하고 심취하게 된 서양인 에즈라 파운드나 예이츠의 경우와 같이 1910년대 서양의 이미지즘에 끼친 하이쿠의 영향을 조사하였다. 정응수 교수의[근세 일본인의 조선관]은 에도 시대의 유학자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를 중심으로 근대 이전 일본인의 조선관을 다루고 있다. 조선통신사들과 필담으로 한시를 주고받으며 교분이 두터웠던 하쿠세키는, 임진왜란 이후 화친협정을 맺어 포로를 돌려주고 ...조선이 재건된 것이 일본의 은혜라고 보고 있다든지, 조선이 일본의 위정자를 낮추어 부르는 데 대해 예의를 무시한다고 반발하고, 조선이 문사(文事)로서 복수하려 한다는 등의 기록을 읽다보면, 당시 외교사의 비화와 ‘경계하면서 사귄다’는 외교방침에 따르던 조선통신사의 일본관이 잘 드러나 있다. 이병진 교수의[광화문과 야나기 무네요시]는 식민지 시대 한국 문화예술에 대해 두터운 애정을 표현했던 한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행적을 통해, 일본이라는 타자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재의 일본인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재철 교수의[근대 일본인이 본 한국]은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던 아베 요시시게(安倍能成)의 서울 체재 견문기를 중심 소재로 하여 일본인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아베의 한국견문기[]청구잡기]]에 나타난 ‘일선융화’에 대한 생각과 한국에 대한 애착, 변명과 반성 등을 고찰하고 동시대 다른 견문기와 대비해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인은 일본을 어떻게 보아왔는가를 누석한 글이 윤병로 교수의[한국 근대 문학 속에 나타난 일본인상]이다. 한국의 개화기 신소설에 등장하는 일본인은 일제 침략의 정치성이 투영된 개화한 문명인으로서 조선을 근대화로 이끌 선인 또는 구원자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식민지 시대의 문학 작품에서 일본인은 경찰, 공장 감독, 상점주, 지식인 등으로 일제의 억압 체재의 상징이거나, 지배 담론의 내면화, 또는 민족적 정체성의 분열로 치닫는 한편에 식민지 조선의 현실 모순을 자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한일관계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호보다는 대립의 관계에 놓여 있었고, 현재까지도 크게 변동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따지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 ‘한일 우정의 해’를 만드는 등 화해의 국면을 맞으려는 시점에서 양국의 문화의 연원을 짚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이 책은 어느 때보다 현실감 있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