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사는 이야기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부터 68운동이라는 상상력의 혁명까지
문학과 예술,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만나는 역사 밖 역사 이야기!
서양사학자이자 국내 최고의 역사 스토리텔러 주경철 교수가
출간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일요일의 역사가』 개정증보판
‘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 교수가 ‘일요일의 독자’를 다시 찾았다. 『일요일의 역사가』 초판 출간 이후 7년 만이다. 문화사의 다채로움에 더욱 걸맞은 모양새로 담아내고자 표지와 본문 배치를 새롭게 했고, 내용적으로도 인류 최초의 신화인 「길가메시」와 일본 근대화의 숨은 영웅 「만지로」, 19세기 사회주의 낙원을 상반된 시선에서 그린 두 명의 작가 「벨러미와 모리스」, 그리고 20세기 인류 문화의 근본을 바꾼 「68운동」 등 총 4편의 글을 추가하여 개정의 의미를 더했다.
『일요일의 역사가』는 인류사의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 문학, 예술 작품 등을 텍스트로 삼아 그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을 교차시키며 인간사의 단면과 역사적 의미를 읽어낸다. 주제마다 세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인류 문명의 큰 흐름에서 풀이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지어내는 경험 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주경철 교수의 탁월한 글솜씨로 빚어낸 소설 같은 전개와 균형 있는 해석은 복잡하게 얽힌 인간 세계를 쉽고 흥미롭게 그려내는데, 이를 통해 역사의 행간을 더욱 촘촘히 이해하고 누구나 역사학의 중요 성과들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앎의 세계로 이끈다. 하루의 휴식을 만끽하게 하는 일요일의 여유로움 속에서 지적 즐거움을 발견하는 역사 산책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개정증보판 서문 6
01 길가메시 :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최초의 서사시 11
02 신의 무지 인간의 체념 :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 31
03 이븐 바투타의 주유천하 : 이슬람 초문명권 55
04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 79
05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105
06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 129
07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의 고전 155
08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 181
09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 사랑의 철학자 207
10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 233
11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 261
12 만지로 : 일본 근대화의 숨은 영웅 287
13 벨러미와 모리스 :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기 307
14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이미지·기억 331
15 68운동 : 현대 사회를 변화시킨 상상력의 혁명 359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역사가도 일요일에는 다른 일을 하고 다른 꿈을 꾸고 싶다!”
『일요일의 역사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전공 분야 논문과 연구서를 써야 하지만 일요일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던 주경철 교수가 일요일에 동네 산책하듯이 편한 마음으로 일반 대중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학문을 위한 학문에 매몰된 기존 학계의 관습과 언어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를 좇는 역사학자 주경철의 작업은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술적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니 저자의 관심도 다채롭고 광범위하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유럽에 아프리카까지 시공간을 망라한다. 이를테면 「길가메시」를 통해 지리적 의미의 문명 확산과 동시에 내적 성숙을 이뤄가는 인간 내면의 문명화 과정을 읽어내고,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카이」를 통해서는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그리스 문명의 특질을 짚어낸다. 16세기 멕시코의 성화 ‘과달루페의 성모’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토착 신앙을 가톨릭 신앙으로 대체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16세기의 저 유명한 ‘바벨탑’의 화가 피터 브뤼헐의 「악녀 그리트」를 통해 18세기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 폭로하는 근대 사회의 억압과 저항의 문화를 조명한다. 이밖에도 제국주의 팽창이 내세운 인간 진보 계획의 이면에 숨어 있는 탐욕과 악행을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통해 들여다보고, 정치 혁명으로서는 실패했지만 기성체제의 균열을 내며 변화의 씨앗을 뿌린 68운동을 통해 역사 발전의 흐름을 살핀다.
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시각
선량한 야만인도 식인종도 없는, 역사 속 희생된 여성의 복권까지…
한편으로, 서구 문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이 책의 핵심이 닿아 있다. 서구 문명, 그중에서도 근대 이후의 유럽 문명이 인류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현대 사회의 물질적 토대가 유럽의 산업 혁명과 과학 발전에 기대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제도나 관념도 대부분 유럽에서 건너왔다. 그만큼 인류의 문명은 이성과 과학이 지배하는 문명으로 발전해왔다는 유럽 중심의 사관으로 보기 쉬운데, 이 책은 그렇지 않은 반대쪽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과연 유럽 문명이 광기와 미망에 휩싸였던 낮은 상태의 인류 문명을 횃불처럼 밝게 비추었는지, 유럽 문명이 내세웠던 가치 밑에서 오히려 억눌려 신음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더 나아가 책은 젠더 측면에서 역사 속에서 희생된 여성의 복권의 의미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다.
“머나먼 과거로부터 오늘 우리에게까지 존재의 사슬이 이어져 있다!
작디작은 역사의 편린으로 직조해낸 인류의 정신과 역사
세상만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인드라의 그물망’으로 표현한다. 인드라가 이 세상을 창조할 때 모든 만물이 서로 엮인 하나의 그물처럼 만들었는데, 그 그물의 매듭 하나하나마다 진주가 꿰여 있다. 그 진주는 현재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것,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개념들을 나타낸다. 모든 진주는 다른 모든 진주와 연결되어 있고, 또 모든 진주의 표면에는 다른 모든 진주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게 세상 만물은 다른 만물을 비추고 있다. 이처럼 존재의 사슬은 머나먼 과거로부터 오늘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있다. 과거의 어느 작은 사건 하나라도 우리와 무관치 않고, 오늘 우리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지난 시대 인류의 정신과 통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농민의 재판 기록(「치즈와 구더기」)을 통해, 배 한 척의 좌초 이후의 이야기(「바타비아」)를 통해,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희극적 사건(「고양이와 여인」) 을 통해 한 사건, 한 인물을 넘어선 그 시대를 읽을 수 있으며, 아롱거리며 빛나는 인류 역사의 흔적들을 더듬어가 볼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저자 주경철이 그러모은 열다섯 개의 진주는 현재의 우리 모두가 역사에 동참하는 주체임을 깨닫게 하고,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성찰하도록 한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하여
01 길가메시 :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최초의 서사시
우리 인간, 우리 문명이 어떻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 있는 동안 의미 있는 위업을 이루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왔는지, 이를 증명하는 텍스트로서 길가메시 서사시를 다룬다.
02 신의 무지 인간의 체념 :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마지막 작품 『바카이』는 운명을 접하는 인간의 내적 갈등과 인간다움을 전복적으로 그리며, 그 시대가 당면했던 불평등과 억압의 문제까지 아우른다. 뒷날의 문학에 미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03 이븐 바투타의 주유천하 : 이슬람 초문명권
14세기 모로코 왕궁 출신의 여행자 ‘이븐 바투타’가 남긴 광대무변한 여행기에서 거대한 이슬람권 세계가 성립하고 발전된 과정을 흥미롭게 살필 수 있다.
04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
잔혹한 통치자였던 러시아의 이반 뇌제를 다룬 영화 「폭군 이반」이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개봉되지 못한 연유는 무엇이었는지,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반 뇌제의 행적과 그가 남긴 러시아의 역사적 그림자에 대해서 날카롭게 추적해본다.
05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아스테카 문명의 인신 희생 제의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달루페의 성모’로 대변되는 멕시코의 독특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설명은 우리와 다른 문명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06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
중세의 베스트셀러들을 두루 섭렵한 이탈리아 산골 마을의 기인 메노키오를 통해 발견되는 작고 섬세한, 그러나 역사의 큰 지점을 구성했던 현장을 돌아본다.
07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의 고전
15세기에 출판된 마녀에 대한 개념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악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그에 깔린 문명의 어둠을 파헤쳐본다.
08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
인간 심성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공포와 야만을 확인하게 해주는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을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과 교차해 읽히면서 세계로 팽창해가던 근대 유럽 문명의 야만적이고 사악했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09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의 사랑의 철학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과, 한 시대를 몸으로 관통하는 행동가의 삶을 살면서 문필가로 생을 마친 계몽주의 시대의 자유인 카사노바, 그 둘의 이질적인 사랑의 철학을 대조한다.
10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
16세기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악녀 그리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질서의 전복을 나타내는 18세기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 폭로하는 근대 사회의 억압적 문화와 저항 문화를 함께 조명했다.
11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
대서양에서 인도양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한 최초의 유럽인 리빙스턴과 그를 추적한 기자 스탠리, 여기에 식민지 팽창에 힘을 쏟은 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 그리고 그들과 얽힌 콩고의 비극!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읽어내는 제국주의적 팽창이 내세운 인간 진보 계획 이면에 숨어 있던 탐욕과 악행을 들여다본다.
12 만지로 : 일본 근대화의 숨은 영웅
우연한 난파 사고 끝에 미국 포경선을 타고 세계를 일주하며 서구식 사회와 문화를 경험한 나카하마 만지로의 파란만장한 삶을 추적하며 일본 개화의 과정과 근대화의 이면을 살핀다.
13 벨러미와 모리스 :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기
19세기 ‘사회주의 낙원’을 그린 소설에 미국은 열광했을까? 밸러미의 『뒤를 돌아보며』와 모리스의 『존재하지 않은 곳』을 통해 당대 지식인들이 유토피아를 통해 고민한 시대의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근대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통해 현재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나갈지 물음을 던진다.
14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이미지·기억
현대사의 치부이자 살아남은 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다룬 세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쇼아」 「밤과 안개」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물음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문제를 던진다.
15 68운동 : 현대 사회를 변화시킨 상상력의 혁명
정치 혁명으로서 68운동은 실패였다. 하지만 전 세계를 들썩였던 단기간의 이 사건이 어떻게 기성체제의 균열을 내고 이후 개혁의 효모가 되었는지 ‘상상력의 씨앗’으로서 68운동의 전모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