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1 / 0

닫기
인터넷 서점 바로가기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다운로드
표지 이미지 보도 자료

소설, 때때로 맑음 3

  • 저자 이재룡 지음
  • ISBN 979-11-90885-87-4 04
  • 출간일 2021년 07월 05일
  • 사양 660쪽 | 188*128mm
  • 정가 19,800원

프랑스 문학과 한 지성의 비평적 시선,
그 불꽃 튀는 만남의 현장!
현대문학 8년간의 연재의 총완결편 『소설, 때때로 맑음 3』
지옥의 쓰기와 천국의 읽기 그 마지막 권!

■ 추천사

 

지옥의 쓰기와 천국의 읽기를 지닌 책이다. 저자는 수년에 걸쳐 매달 쏟아지는 프랑스 소설들을 섭렵하고 그 진수를 뽑아 지적인 한국어 문장으로 정리한다. 이 힘든 작업은 감히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지옥의 쓰기라 할 만하다. 그러나 지옥의 쓰기는 천국의 읽기를 보장한다. 프랑스 신작 소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 독자들은 편안히 문학적 주유천하를 하면서 프랑스 문단의 높은 지성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다. 이 VIP급 문학적 서비스는 프랑스에서 프랑스 독자들도 누리기 어려운 독서 경험일 것이다.

지옥 속에서 씌어졌기에 천국 속에서 읽을 수 있는 이 책에는, 프랑스의 최신 문학적 지성과 저자의 비평적 지성이 불꽃 튀기며 만난다. 그리하여 그것은 프랑스 최신 소설 이야기를 넘어서서 인간의 심연에서부터 사회적 혼돈과 역사의 폭력 그리고 언어의 한계와 예술의 미지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면서 예사롭지 않은 지혜와 통찰과 성찰의 문을 연다. 그리고 이 문을 들어가다 보면 다시 길이 열린다. 그 길은 우리 모습 우리 시대 우리 문학에 대한 반성적 사유로 이어진다. 이 책은 타자를 통해 자기를 더 깊이 만나게 해주는 최고급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우리 문단과 지성계의 예외적 수확이다.

_이남호(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 본문 중에서

 

흔히 소설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19세기 소설가들이 작품 제명 밑에 부제로 붙인 ‘풍속 연구’나 ‘1830년 연대기’ 등을 보면 당시 소설이 겨냥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릇 소설가라면 거리와 항구를 주유하며 인간사에 두루 밝아야 할 테지만 요즘은 누구나 TV와 컴퓨터로 세상 구석구석에서 돌아가는 일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과골삼천?骨三穿이라 했던가. 어찌 보면 뼈가 무르도록 책상물림한 작가보다는 험한 현실을 몸으로 겪은 장삼이사가 세상 물정에 더 밝다. 소설가가 현실을 반영하는 특권적 지위에서 물러나 그나마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세상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보다 앞서 발표된 남의 소설세계이다. 그래서 소설은 세상의 거울이기에 앞서 남의 소설이 반영된 거울이다. (9쪽)

 

소설은 다른 어떤 예술 장르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음의 창과 마술의 눈이 허용되는 유일한 장르이다. 그래서 다른 예술보다도 소설에서는 인간의 내면성이 가장 치밀하고 적절하게 다뤄질 수 있다. (50쪽)

 

예술가는 생래적으로 혁명가이다. 특히 아방가르드는 명칭 자체가 군사 용어에서 따온 것이라 일전불사一戰不辭의 비장한 느낌을 풍긴다. 기왕의 오늘보다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내일을 설계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과감한 지름길을 택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혁명은 의기투합할 소지가 크다. 그래서 혁명과 전위예술은 모두 미래파이다. (71쪽)

 

타자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거둬내는 데에 문학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과거를 접고 미래를 향한 기투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아무리 외친들 식민지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네에서도 지난 세기에 탄생한 친일파, 위안부, 부역자와 같은 단어가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갖고 지금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166쪽)

 

우리가 현실, 세계, 사실이라고 믿는 모든 것은 누구인가에 의해 매개된 현실, 즉 스펙터클이요 환상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현실을 반영하고 재현한 듯한 스펙터클은 어느덧 현실과 대중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독립된 논리로 재생산된다. 우리는 그저 그 현란한 언변과 표정과 액션에 홀린 수동적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346-347쪽)

 

나쁜 때에 나쁜 곳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삶이 꼬이거나 아예 짧아진다. 딱히 프랑스에서만 그러했겠는가. 만약 20세기 초 한반도에서 태어나 어쩌다가 장수한 한 남자의 삶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파올의 삶과 견주어 그 신산한 행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제 치하, 태평양전쟁, 해방, 한국전쟁, 피폐한 전후, 유신시대와 군사정권, 다시 IMF의 경제대란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누가 온전할 수 있을까. (477-478쪽)

 

한 개인의 삶이 역사와 만나는 지점에서 자서전의 의미가 생긴다. 르 클레지오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공포와 허기가 개인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은 전쟁이 매개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은 작가의 자서전은 모두 참여문학, 일종의 앙가주망engagement이 될 수밖에 없다. (579쪽)

 

근래에 자서전, 오토픽션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와 더불어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돌아보는 숙제가 주어졌다. 살인 사건을 추적한 보고서 형식의 글, 어린 시절 겪었던 근친상간의 고백과 같은 글이 그저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장르, 형식 파괴의 실험, 파격적 자기고백과 같은 평가를 받으며 연이어 주요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에마뉘엘 카레르가 주장하듯이 “문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문학에서 논의되는 참과 거짓, 픽션과 논픽션 등과 같은 기본 개념에 대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적어도 현재 프랑스 소설의 상당 부분이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대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646쪽)

 

 

연관 도서

로그인 후 이용해주세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