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등학교 교과서들에는 과연 '실릴 만한' 작품들이 실려 있는가? 그리고 교육현장에서는 그 작품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저자인 이남호 교수(고려대학교)는 국어 문학교과서에 실린 작품들과 그것을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999년부터 2년 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원고들을 묶었다.
1. 시
· 이상 | 거울
· 김소월 | 진달래꽃
· 한용운 | 님의 침묵
·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 윤동주 | 참회록
· 정지용 | 유리창 Ⅰ
· 김광균 | 추일서정
·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 서정주 | 추천사
· 유치환 | 생명의 서
· 박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강
· 김수영 | 풀
· 이육사 | 청포도
· 김기림 | 바다와 나비
· 박용래 | 겨울밤
· 김동명 | 파초
· 신경림 | 가난한 사랑노래
2. 소설
· 이효석 | 메밀꽃 필 무렵
· 현진건 | 운수 좋은 날
· 김동인 | 붉은 산
· 채만식 | 논 이야기
· 김유정 | 동백꽃
· 황순원 | 목넘이 마을의 개
· 하근찬 | 수난이대
· 이범선 | 학마을 사람들
· 주요섭 | 사랑 손님과 어머니
저자 : 이남호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평론으로 등단하여, 평론집으로 [한심한 영혼이], [문학의 위족], [녹색을 위한 문학]을 냈고, 지은 책으로 [일요일의 마음],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 [느림보다 더 느린 빠름], [상상력의 보물창고], [혼자만의 시간],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교과서에 던지는 문학교육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
우리 중등학교 교과서들에는 과연 "실릴 만한" 작품들이 실려 있는가?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는 그 작품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문학평론가이자 사범대학에서 예비 국어교사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남호 교수(고려대학교)는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통해 국어·문학교과서에 실린 작품들과 그것을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999년부터 2년 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다시 손보아 묶은 이 책은 중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26편의 작품(시 17편, 소설 9편)을 다루고 있는데, 중등학교 교사들은 물론 문학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사람,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확대된 문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문학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와 충실한 이해
중등학교 문학교육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목적을 갖는 이 책은 각각의 작품을 세 단계로 살펴본다. 먼저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인가"에서는 말 그대로 그 작품이 학생들이 배우기에 적절한가를 따져본다. 효과적인 문학교육이 되기위해서는 우선 대상 작품이 문학적으로 훌륭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고, 또 학생들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지닌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교과서와 참고서의 해설 및 학습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어교사들은 교과서와 참고서의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나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은 부정확하거나 틀린 해설이며 쓸모 없는 지식이어서 학생들의 이해와 감상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 책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대상 문학작품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고 이해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즉, 대상 작품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는데 문학작품에 대한 교사들의 정확한 이해가 성공적인 문학교육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 책에서 문학교과서와 참고서에 대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점은 부정확하고 추상적인 설명. 문학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작품 자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감상이 필요한데도 이를 무시한 채 도식적인지식만을 주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상의「거울」에 대해서 많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와 참고서들은 "기이한 행적을 보인 작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식으로 해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거울」은 아주 상식적인 작품이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로,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 사유와 문학적 상상력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지은이는 반박한다. 하지만 현행 학습내용은「거울」이란 시를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 게다가 근거 없이 이 작품을 "초현실주의 시"라고 규정하는 등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나 용어로 학생들의 학습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인가"라는 물음은 교과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윤동주의「참회록」은 같은 작가의「서시」나「별 헤는 밤」에 비해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에 적당하지 않은 작품이며, 김광섭의「성북동 비둘기」도 시의 묘미나 감동을 전달해 줄 만한 요소가 적은 편이라 교과서에 실을만큼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지적은 김동인의「붉은 산」이나 이범선의「학마을 사람들」등에도 해당되는데, 즉 교과서에는 문학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수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과서에는 서정주의「추천사」, 김수영의「풀」,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운수 좋은 날」등 중고등학생들이 꼭 읽고 배워야 할 문학작품도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의 문제는 과연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일 것이다.
▶ 현행 문학교육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애정 어린 비판
지은이는 이 책에서 교과서와 참고서의 오류와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선 작품에 대한 교과서의 해설이나 보충학습 자료들에서 추상적이고 막연한 설명 그리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정확하지 못한 설명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문제. 또 작품에는 없는 내용을 억지로 가져다 붙인 설명, 작품을 더 어렵게 만들어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일제시대에 씌어진 작품에는 무조건 "일제에 대한 항거"나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 등의 주제의식을 부여하는식의 상투성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학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인간과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과서에서는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소개하여 문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키우자고 강조한다. 현행 문학교육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애정 어린 비판이 돋보이는 이 책은 참고서나 교사용 지도서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교사들과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과서·참고서 편찬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의 문학교육에서 더 나아가 시와 소설을 깊이 감상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지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