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의 모험 Literary Wonderlands
- 저자 로라 밀러 지음
- 부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상 세계들로의 여행
- 역자 박중서
- ISBN 978-89-7275-819-8
- 출간일 2017년 08월 30일
- 사양 320쪽 | 197*260
- 정가 29,000원
오즈, 미들어스, 어스시, 네버랜드, 나니아, 세븐 킹덤, 호그와트……
신화와 전설, 동화와 판타지, SF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환상의 세계들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매혹적이고 놀라운 상상의 연대기!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0여 편의 이야기 속 세계관을 심도 있게 고찰한 서평집
★ 수백 점에 달하는 초판본 표지 및 삽화, 지도 등 희귀 도판 수록
★ 신화, 서사시, 판타지, SF에 이르는 모든 장르를 총망라
★ 41명의 작가 및 전문가 들의 탁월한 글과 철저한 자료 조사, 섬세한 제작을 통해 탄생한 아름다운 책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위대한 문학 작품 속 가상 세계들을 심도 있게 고찰한 『문학으로의 모험』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언론인 겸 문학 비평가 로라 밀러가 책임 편집을 맡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40여 명의 작가 및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저술했다. 기원전 1750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살만 루슈디의 『2년 8개월 28일 야화』(2015)까지 약 4000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리의 역사와 함께 존재한 문학 작품 속 가상 세계들과 그 시대를 초월하는 매혹적인 특징을 탐구한다. 책은 100여 개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고대의 신화와 전설’ ‘과학과 낭만주의’ ‘환상소설의 황금기’ ‘새로운 세계 질서’ ‘컴퓨터 시대’라는 주제에 따라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동안 등장한 작품들과 그 안에 존재하는 가상 세계들을 살핌으로써 신화와 전설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과학이 발전한 지금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또 시대가 바뀌어도 빛을 잃기는커녕 여전히 우리를 책으로 이끄는 이야기의 생명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고대에서 시작된 여정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기리기 위해 집필된 에드먼스 스펜서의 서사시 『선녀 여왕』을 거쳐, 산업혁명에서 대두한 테마들을 고딕 환상소설의 형식에 담은 H. G. 웰스의 『타임머신』, 더글러스 애덤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환상극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미니스트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나긴 여정이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삽화가 W. W. 덴슬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존 테니얼, 『니벨룽의 반지』『피터팬』의 아서 래컴 등 유명 화가들의 초판본 삽화와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와 필사본 등 희귀한 도판 등이 페이지마다 지루할 틈 없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2페이지 또는 4페이지에 걸친 작품 소개에는 공통적으로 집필의 동기나 출간 당시의 사회적 배경, 창작과 연관되는 작가의 생애, 영향을 미친 철학 사조 등의 세부 사항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허락된 지면에 방대한 자료를 압축해 담고 있으면서도, 백과사전 방식의 전형적인 서술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엄정하고 명료한 분석과 노련한 필치는 다양한 비평적 견해를 위한 사료적 가치로서의 의의를 더한다.
■ 장별 요약
제1장 고대의 신화와 전설
신화와 우화, 민담에 뿌리를 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고대 영어로 작성된 가장 오래된 현존 서사시『베오울프』와 게르만 신화의 원전으로 불리는『산문 에다』 등 북유럽 신화를 보존한 이야기들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톨킨의『시구르드와 구드룬의 전설』,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선녀 여왕』과 『신곡』의 도덕적 가르침과 오비디우스의 신들이 벌이는 부도덕한 사랑, 맬러리가 전한 아서 왕 시대 기사들의 용기, 『서유기』 속 현장이 견지한 확고부동한 신앙 등은 여러 세기의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제2장 과학과 낭만주의
18세기부터 20세기는 과학의 기적적인 발전과 아울러 불안함과 공포가 뒤따른 시기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해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된 교훈적 유토피아의 하나로서 문학적 경이 세계를 살펴본다. 빅토리아 시대 사회의 전통에 대한 도발적인 풍자인 동시에, 기계의 대두에 관한 뛰어난 통찰을 담은 새뮤얼 버틀러의『에레혼』, 시간 여행 기계의 개념을 대중화한 웰스의 『타임머신』, 평면나라라는 경직된 위계질서와 사회구조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규범을 풍자한 에드윈 A. 애벗의 『평면나라』 등이 제시된다.
제3장 환상소설의 황금기
20세기 전반부인 이른바 환상소설의 ‘황금기’에는, 인간이 자연계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뿌리 깊은 삶의 방식이 흔들리고 파괴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환상소설들은『반지의 제왕』부터 나니아 연대기에 이르기까지 기계와 시장경제가 우리 삶을 규정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이상화된 세계를 예찬한다. J. M. 배리와 토베 얀손은 아르카디아적 목가에 대한 열망과 울적한 탄식이 깃든 작품을 집필했다.
제4장 새로운 세계 질서
1946년부터 1980년에 이르는 20세기 후반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및 이후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페미니즘 및 포스트모더니즘 글쓰기를 시도한 환상문학들이 소개된다. 어슐러 K. 르 귄, 커트 보니것,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새뮤얼 R. 딜레이니, 옥타비아 E. 버틀러 등이 고안한 경이 세계는 유럽 문화의 지고성, 현대 전쟁, 소설, 성性, 인종에 관련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5장 컴퓨터 시대
오늘날 수많은 경이 세계들은 그래픽 노블리스트와 영화 제작자와 비디오게임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닐 게이먼의 기념비적 만화 ‘샌드맨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살만 루슈디, 무라카미 하루키, 응네디 오코라포르 같은 소설가들은 과학소설과 환상소설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각자의 모국에 관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 본문 속으로
시인은 상상의 풍경을 이용해 자기 영웅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 현실이란 집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확실한 것이었으며,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이 시의 결말에서 독자는 이미 친숙해진 도시 우루크로 돌아간다. 그곳의 성벽 안에서 관찰자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고, 비록 개인은 소멸해도 종족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간단한 진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길가메시는 우선 이국적이고 상상적인 장소에 가서 지혜를 얻어야 했던 것이다.
_17쪽(작자 미상, 『길가메시 서사시』)
16세기와 17세기 유럽인의 눈에 비친 카리브 해는 모순의 땅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은 정말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위험했지만, 동시에 정말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풍요했으며, 이국적이고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새롭고 충격적인 위험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허리케인에 관한 기록은 1555년에 처음으로 영국에 나타났다. 상어에 관한 기록 역시 대략 이 시기에 처음 나타났다(아들 페르디난드가 죽었다고 생각한 알론소는 이렇게 묻는다. “어떤 낯선 물고기가 그 아이를 먹이로 삼았을지?”). 이와 유사하게 초창기 탐험가들은 그곳의 토착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으며, 신세계에는 흉포하고 예측 불허의 주민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품은 나머지, 그곳 사람들이 악마이거나 악마 숭배자일 것이라고 간주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식인 종족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까지 있었다(영어에서 ‘식인cannibal’이라는 단어의 최초 기록은 1553년에 나타났는데, 이는 ‘카리브Carib’와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칼리반Caliban’ 역시 이 어원에서 비롯된 의도적인 변형처럼 보인다). _64쪽(윌리엄 셰익스피어, 『폭풍우』)
이 작품에서는 모든 것에 수수께끼가 감돈다. K.는 이름인 동시에 이름이 아니다. 때는 해 질 녘이어서 낮과 밤 사이의 어떤 시간도 아니다. K.는 외부 세계와 마을 사이의 공간에 걸려 있는 다리 위에 서 있다. 성은 안개와 어둠과 눈에 에워싸여 있다. 과연 그의 앞에는 공허 말고 다른 뭔가가 더 있기는 한 걸까? 그리고 그의 뒤에는 다른 뭔가가 더 있기는 한 걸까? K.는 어디서 온 걸까? 제1장에서 우리는 그가 멀리서 오랫동안 여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나라는 어디일까? 마을 주민 대
부분은 독일식 이름을 갖고 있지만, 카프카가 집필 중이던 당시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혼돈스러운 분열 속에서 정확한 위치는 불확실한 채로 남는다. _140(프란츠 카프카, 『성』)
“방대한 책의 저술은 힘들고도 소모적인 낭비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그런 책들이 이미 존재하는 척한 다음, 그에 관한 요약이나 주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1941년에 간행한 단편집 『픽션들』의 짧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단편집의 첫머리에 있는 작품이 바로 「틀뢴, 우크 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인데, 위 인용문에 나온 보르헤스 특유의 자기 비하는 오히려 상당한 야심을 감추고 있다. 이 소설은 그가 서문에서 말한 것과 같은 주석을 제공하지만, 마치 에세이 같고 심지어 학술서 같은 이야기의 박판이 독자를 현혹하는 동안, 저자는 가장 비범하고 압축적인 문학적 경이 세계를 구축한다. 즉 이 단편은 불과 20쪽도 되지 않는 분량 속에서 세계를 재형성한다. _158쪽(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만약 샌드맨 시리즈를 가리켜 그 등장인물이 스스로의 세계를 형성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오로지 무한 일족이나 별들이나 다른 우주적 존재만이 가진 능력까지는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 등장하는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인 홉 개들링의 경우, 14세기의 평범한 영국인이었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소원이 성취됨으로써, 21세기까지는 물론이고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죽지 않고 계속 살게 된다. 왜 나를 데려가지 않느냐는 홉의 질문에, 죽음은 그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그에게 달려 있다고 대답한다. 샌드맨 시리즈의 세계에서도, 주인공이 모든 생물에게 보내는 꿈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의미를 형성하고 부여하는 쪽은 바로 우리이다. 이야기를 하는 쪽은 바로 우리인 것이다. _257쪽(닐 게이먼 외, 『샌드맨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