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시와 시인에게 주어지는, 67회를 맞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문학상인 <현대문학상>의 올해의 수상자와 수상작으로 이제니의 「발견되는 춤으로부터」가 선정되었다. 심사는 2020년 12월호~2021년 11월호(계간지 2020년 겨울호~2021년 가을호) 사이,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후보작으로는 김기택 「오지 않은 슬픔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 외 6편, 김승일 「2차원의 악마」 외 6편, 김언희 「밤의 가두리에서」 외 6편, 문보영 「모르는 게 있을 땐 공항에 가라」 외 6편, 박연준 「재봉틀과 오븐」 외 6편, 이장욱 「내 생물 공부의 역사」 외 6편, 임지은 「감정교육 뉴스」 외 6편, 진은영 「종이」 외 6편이 선정되었다.
목차
수상작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13
열매도 아닌 슬픔도 아닌 17
물을 바라봄 21
너와 같은 그런 장소 23
빛나는 얼굴로 사라지기 25
이파리와 지푸라기 27
너와 같은 그런 장소 29
수상시인 자선작
이제니
돌이 준 마음 39
너는 멈춘다 41
음각의 빛으로부터 어른거리는 43
나무 새의 마음으로 46
나의 언덕 위로 해변의 부드러움이 48
우리가 잃어가게 될 그 모든 순간들 — 이제 너는 검은색으로 보인다 51
우리가 잃어가게 될 그 모든 순간들 — 4'33" 54
우리가 잃어가게 될 그 모든 순간들 — 숨기에도 숨기기에도 좋았다 57
수상후보작
김기택
오지 않은 슬픔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 65
아기는 엄마라는 발음으로 운다 67
앉아 있는 사람 69
깜빡했어요 71
머리가 목에 붙어 있는 일에 대하여 73
너무 75
강아지는 산책을 좋아한다 77
김승일
2차원의 악마 81
항상 조금 추운 극장 83
너무 오래 있었던 세계 84
그들은 웃지 않는다 85
복화술사의 안온한 친구 88
추모 도서 출간 파티 90
잘됐네 92
김언희
밤의 가두리에서 107
聖 금요일 109
녹취 A-19 112
초량에서, 언니 116
관시串枾 118
Endless Jazz 122
버퍼링 124
문보영
모르는 게 있을 땐 공항에 가라 129
소망 133
캐셔 135
사람을 버리러 가는 수영장 139
옆구리 극장 142
좋아해버린 옷 145
오차의 카메라 147
박연준
재봉틀과 오븐 157
작은 인간 160
밤안개에서 슬픔을 솎아내는 법 ― 1988년 162
유월 정원 167
택배, 사람 169
울 때 나는 동물 소리 172
도착 ― 당주에게 175
이장욱
내 생물 공부의 역사 181
친척과 풍력발전기 184
개 이전에 짖음 187
무지의 학교 190
편지가 왔어요 ! 193
공산주의의 새로운 과거 196
더 가깝고 외로운 리타 200
임지은
감정교육 뉴스 205
가죽 바지를 입은 시 208
러시아 형 211
사람이 취미 214
언어 순화 216
비싸지? 218
건강과 직업 220
진은영
종이 223
나는 도망 중 226
우주의 옷장 속에서 228
빨간 네잎클로버 들판 229
카잘스 230
시인 만세 231
봄의 노란 유리 도미노를 233
심사평
예심
김경후 시라는 삶의 황홀 237
박상수 고마운 일 240
본심
박상순 의식의 눈을 찌르는 , 빛나는 언어 , 발견되는 언어 244
황인숙 오 , 이 짱짱한 라인업! 그런데 , 그러나 248
수상소감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251
심사평
현상학적 지각의 최소 지점에도 이르지 못한 잡문의 문장이 요란한 오늘의 현실에서, 이제니의 시는 그 갈래를 달리하기 때문에 빛난다. (……) 이제니는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Punctum과 같은 이미지로부터의 ‘찌르기’, 찔린 자국, 작은 구멍, 작게 베인 것들을 거느리며, 나만을 찌르는 미미한 것들과 함께 결국 일반적인 내용과 결별한다. 그런 결별 지점이 바로 시적 언어의 생성 지점이다.
(……) 「발견되는 춤으로부터」는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집약적으로 빼어나게 드러난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물의 표면을 물질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현상학적 지각의 장field을 뒤흔드는 시선, 즉 “발생하는 눈” “바라보는 눈, 바라보면서 알아차리는 눈, 알아차리면서 흘러가는 눈, 흘러가면서 머무르는 눈, 머무르면서 지워지는 눈, 지워지면서 다시 되새기는 눈”을 통해 경험의 시선에서 시적인 언어의 시선으로 이동한다. ‘기이한 착각, 비어 있음으로 가득히 비어 있는 것’을 통한 차원의 변화,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 위에서 흩날리는 입자와 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춤, 눈, 땅’으로 나아가는, 물러서지 않는 언어의 동력이 눈부시다.
(……) 이렇게 의식의 눈을 찌르는 언어, 발견되는 언어를 통해 이제니의 시는 ‘시적’으로 ‘시답게’ 빛난다.
―박상순(시인)
언어를 음률적으로 쓰는 데 이제니는 독보적이다. 앞말이 뒷말을 밀고 뒷말이 앞말을 받으면서 섞이고 스미고 흘러가는 그의 시는 언어의 운동성, 리듬으로 독자를 시인의 기도, 혹은 주술에 홀리듯 합류시킨다. 시각 이미지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시에 익숙한 독자에게 시의 기원이 주술과 음악임을 새삼 깨닫고 만끽하게 하는 시.
―황인숙(시인)
수상소감
시를 써오는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는 저의 안팎에 이미 있어왔던 색채와 형태와 목소리들을 향해 다시 새롭게 열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낱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각자 고유하게 아름다운 자리가 있었습니다. 발견된 뒤에야 비로소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먼지의 춤에는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문법 언어로는 드러낼 수 없는 언어적 공간 혹은 언어적 결락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어 있는 공간, 그곳에서 울려오는 얼굴과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써 내려가는 것. 입 없는 입이 되기 위해서 문맥 속 낱말의 쓰임과 움직임을 다시금 궁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순간 순간 충만히 존재하는 한 방식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쓸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한때의 문장들이 실은 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이 시편들은 이미 썼던 것에서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려 했던 부단한 마음의 기록입니다. 어쩌면 저의 시는 점점 더 전형적인 시의 형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비로소 제가 쓰려는 그것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내내 시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물으면서. 시라고 말해지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벗어나면서. 저는 여전히 제가 쓰는 시가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 그대로 온전히 존재하고 스스로의 운동으로 어딘가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수상후보작
김기택, 「오지 않은 슬픔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 외 6편
김승일, 「2차원의 악마」 외 6편
김언희, 「밤의 가두리에서」 외 6편
문보영, 「모르는 게 있을 땐 공항에 가라」 외 6편
박연준, 「재봉틀과 오븐」 외 6편
이장욱, 「생물 공부의 역사」 외 6편
임지은, 「감정교육 뉴스」 외 6편
진은영, 「종이 외」 외 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