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제50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김사인의 작품과 수상시인의 자선작, 고진하·문인수·문태준·박형준·조용미·최정례 등 7인의 수상 후보자들의 작품, 역대 수상시인인 황동규·김기택의 근작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김사인의 수상소감 등을 수록하였다. 수상작인 김사인의 10여 편의 시는 삶의 신산과 생채기에서 빚어진 간곡한 경험 시편으로, 치열한 자기 탐구와 생의 절실한 순간을 육박해오는 힘 있는 시 언어에서 높은 평을 받았다.
■ 제50회 [현대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 김사인 수상작 : [노숙]외 ■ 심사평 중에서 대부분 삶의 신산과 생채기에서 빚어진 간곡한 경험 시편들이다. 손끝으로 매만지거나 머릿속에서 궁리하여 시속(時俗)을 따라 마련해낸 재주 반 겉멋 반의 유행시나 이념시가 아니다. 과부족 없는 언어 경제와 직접성이 비장미마저 얻고 있는 「노숙」이 아주 호소적이다. … 너무나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는 「코스모스」나 「치욕의 기억」의 깔끔한 경제적 처리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인유(引喩)의 짜깁기가 절묘한 환골탈태의 경지를 이루고 있는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은 시인의 비상한 솜씨를 드러내면서 그 사이의 수련의 노고를 짐작하게 한다. 「사격훈련장 부근」이나 또 한 편의 「노숙」에서 얼마쯤 동떨어져 있는 작품들의 매혹적인 성취를 시인도 독자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사인 씨의 수상, 아니 괄목할만한 성취의 진경(進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유종호(문학평론가·연세대 교수) 우리가 시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필경 마음 중의 마음인 참마음일 것이다. 그게 없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는 그 ‘참’이라는 건 감정(가슴)과 인식(머리)을 일관하는 것인데, 그러한 참마음은 실은 시인 자신도 시 쓰기를 통해서 얻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시를 쓰는 순간만은 적어도 한껏 참된 순간일 법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그 ‘참’의 순분(純分)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그것은 어조가 다 말해준다. 아무리 그럴싸한 소리, 아무리 그럴싸한 시적 장치를 동원해도, 카무플라주 되지 않는 게 어조이다. 그러니까 어조는 ‘참’의 궁극적인 순분 증명이다. 그리고, 예컨대 정치가 대체로 허위의 경쟁장이라고 할 만하다면 시는 ‘참’의 경쟁장(내용에서나 형식에서나)이며, 그렇지 않고서는 좋은 시도 무슨 감동도 기약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사인의 작품에서 우리는 이제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시인의 지극한 마음을 읽는다. - 정현종(시인·연세대 교수) ■ 수상소감 상 받는 소감 써내라고 득달같이 독촉 오고, 아무 생각도 나지는 않고, 오만 감회가 지나가고, 허, 이거 참, 큰일인데, 기분은 점점 쑥스럽고 얄궂어지고, 그런 끝에 끄적거려 보기를, 이 상을 어떻게 받나 앞으로 받나 뒤로 받나 덥썩 받나 빼며 받나 서서 받나 앉아서 받나 엎어져 받나 자빠져 받나 엉금엉금 기어가서 받나 떼구르르 굴러가서 받나 눈 꾹 감고 받나 눈 딱 부릅뜨고 받나 내려깔고 받나 옆으로 흘기며 받나 얼씨구나 받나 섧디섧게 받나 쩔쩔 매며 받나 시큰둥하게 받나 더질더질, 해본다. 쑥스러운 나머지 해보는 어깃장 섞인 글장난일 뿐, 현대문학사와 유종호, 정현종 두 선생님께 올릴 맞춤한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머리만 긁적이고 있다. 볼품없는 시들에 오히려 상을 베푸신 그 뜻을 깊고 무겁게 기억하려 한다. 울고 싶던 차에 이렇게 뺨까지 얻어맞았으니, 한번 잘 울어보려 애쓰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