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5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현대 소설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조직화된 시장질서 속에서 작가와 독자의 상호의존성과 가변성 혹은 '공생관계'를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읽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승우의 작품과 자선작을 실었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의 작가 이승우의 수상작과 수상소감 외에도 예심과 본심에 올랐던 김경욱ㆍ김애란ㆍ김중혁ㆍ박민규ㆍ전성태ㆍ편혜영ㆍ한강의 작품들과 역대 수상작가의 작품 등을 함께 수록하였다.
수상작 이승우 - '전기수 이야기' 수상작가 자선작 이승우 - '도살장의 책' 수상후보작 김경욱 - '천년여왕' 김애란 - '성탄특선' 김중혁 - '유리 방패' 박민규 - '누런 강 배 한 척' 전성태 - '늑대' 편혜영 - '사육장 쪽으로' 한강 - '왼손'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이동하 - '헐거운 인생' 박완서 - '대범한 밥상' 이혜경 - '한갓되이 풀잎만' [ 심사평 ] 예심 박혜경, 류보선, 심진경 - 하나가 아닌 문학, 문학들 본심 김윤식 - 복수행위로서의 글쓰기와 글읽기 박완서 - 소설이 주인공인 소설 김화영 - 소설이 소설을 비추는 거울 수상소감 이승우 - 씀으로써 얻는 보람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광고』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내 안에 또 누가 있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수상하였다.
▶ 심사평 중에서 이승우 씨는 눈부신 작가이다. 이러한 평가가 씨의 작가로서의 특이성에서만 관련된 것이 아님은 또 말할 것이 없다. 데뷔 때 지녔던 특이성을 씨는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를 확대, 추구해 나왔는데, 그 치열성이 조금도 늦추어지거나 쇠약해진 바 없다. -김윤식(문학평론가?명지대 석좌교수) 이승우의 「전기수傳奇? 이야기」는 우선 전기수가 뭔지 그게 궁금해서라도 안 읽을 수가 없다. …… 그를 위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그가 들어주고 있다는 도착의 경지에서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저절로 명백해진다. -박완서(소설가) 이 작품은 또한 한국소설사에 있어서 독자층의 형성과 이야기꾼의 등장이라는 상관관계를 설명함과 동시에 현대 소설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조직화된 시장질서 속에서 작자와 독자의 상호의존성과 가변성 혹은 ‘공생관계’를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읽어낸다. -김화영(문학평론가?고려대 명예교수) ▶ 수상소감 흰 호랑이의 흰색과 황금쏘가리의 황금색은 색소 결핍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색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특별한 색깔, 그것을 알비노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하지요. 이들은 그 희소성 때문에 영물 대접을 받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결핍에 대한 이런 보상이야말로 자연의 은덕이라고 할 것입니다. 내 소설에 어떤 색깔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흰 호랑이나 황금쏘가리가 그런 것처럼 결핍에 대한 은덕으로 생긴 것입니다.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은 198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설을 써왔습니다. 어떤 이는 그것을 성실성의 표로 해석해 주기도 하는데, 그런 해석이 고맙긴 하지만, 다른 재주가 없어서 소설을 붙들고 있었다는 게 아마 사실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참나무나 자작나무에 기생해서 새둥지처럼 둥글게 자라는 겨우살이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도 나름대로 추켜줄만한 일이 되어서 이런 격려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고맙고 한편으로 무겁습니다. ―들음으로써 그가 얻는 것보다 말을 함으로써 내가 얻는 이득이 크다면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전기수傳奇? 이야기」의 화자가 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자가 누리는 과분한 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복이 읽는 이들에 의해 베풀어진 은덕이라는 사실에는 무지했습니다. 저는 씀으로써 얻는 보람이 자연 발화와 같은 자생적인 현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씨가 없으면 발화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