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글쓰기의 긍정적 차이와 해체를 보여주는 시인 김선우가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를 맡은 유종호, 황동규, 정현종은 그의 시를 '건강하고 정교하다'고 상찬한다. 김명리, 송재학, 정끝별, 최정례 시인 등의 시편이 후보작으로 선정됐으며, 역대수상시인 근작시로 나희덕, 오규원, 황동규의 작품이 실렸다.
[수상작] 김선우 민둥산 / 완경完經 / 피어라, 석유! / 개부처손 / 오, 고양이! / 낙화, 첫사랑 [수상시인 자선작] 무덤이 아기들을 기른다 / 숭고한 밥상 / 고바우집 소금구이 / 아나고의 하품 / 꽃밭에 길을 묻다 [수상후보작] 김명리 강물 소리 / 가을빛 속으로 / 난蘭을 치다 / 그 사이 / 일월을 거쳐 / 배따라기 / 홍유릉 연지蓮池에 물빛 짙을 때 문인수 저수지 / 채석강 / 밝은 날 명암이 뚜렷하다 / 쉬 / 주산지 / 고인돌 공원 / 고인돌 송재학 민물고기 주둥이 / 진흙 얼굴 / 테라코타 / 참새 / 무너진 다리 / 은행 여인숙 / 할아버지 병문안 가기 정끝별 어떤 자리 / 가지에 가지가 걸릴 때 / 십자가나무꽃 / 사과 껍질을 보며 / 주름을 엿보다 / 밥이 쓰다 / 그만 파라, 뱀 나온다 최영철 선운사 가는 길 / 고목을 지나며 / ! / 벚꽃제 / 저격수 김 상사 / 총알택시 타고 최정례 레바논 감정 /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 / 길에 누운 화살표 / 소멸 / 쇳대 / 아라베스크 / 개구리 메뚜기 말똥구리야 [역대수상시인 근작시] 황동규 절하고 싶었다 / 만항재 / 철골은, 관음은? / 영포零浦, 그 다음은? / 겨울, 서귀포 '소라의 성'에서 / 서귀西歸를 뜨며 / 슈베르트를 깨트리다 오규원 새와 날개 / 나무와 돌 / 양철지붕과 봄비 / 지붕과 벽 / 나무와 나무들 / 발자국과 깊이 / 사람과 집 나희덕 한 삽의 흙 /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 갈증 / 어떤 출토出土 / 저 물결 하나 / 그 섬의 햇빛 속에는 / 만년설 아래 [심사평] 예심 오형엽·문혜원·권혁웅 _ 우리 시의 아름다운 격자무늬들 본심 유종호 _ 균질감과 에너지 황동규 _ 김선우 시의 건강 정현종 _ 에로스라는 자원 수상소감 김선우 _ 무력해져서 아름다운 힘, 시
1970 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 등이 있으며,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와 동화집 『바리공주』를 펴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 심사평 중에서 김선우 시편은 상대적으로 균질감이 높다고 생각한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고 소재도 다양하고 시편을 끌고가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민둥산」 「도화 아래 잠들다」 등에 현저한, 범성적汎性的이랄 수 있는 시적 경향보다 그 젊은 에너지와 균질감을 사서 수상자 선정에 동조하였다. - 유종호(문학평론가?연세대 석좌교수) 김선우의 전신이 잘 드러나는 「민둥산」을 읽어보면, 성을 대하는 그네의 시적 자아에 무슨 두려운 구석이라든가 그 구석에 얽혀져 있는 어두운 쾌감이 없다. 전체가 환하다. (…중략…) 근간에 와서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시들이 많아졌고 일부는 난폭해졌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이 되는 데는 디오니소스적인 에너지에 아폴로적인 절제가 필요하듯이 시가 난폭해질수록 정교함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김선우의 건강에는 그 정교함이 있다. 그것을 우리 젊은이들 시의 건강의 한 징표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황동규(시인) 김선우는 「낙화, 첫사랑」에서 느껴지듯이 그야말로 운명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거나 마련해 가지게 된 듯하고 「피어라, 석유!」에서 보듯이 전쟁과 같은 인간의 탐욕이 낳은 불행 앞에서 “무용한 꽃”이 되게 해달라면서 “힘”에 맞서는 “아름다움”을 높이 쳐들기도 한다. - 정현종(시인?연세대 교수) ▶ 수상소감 꿈꾸어야 할 힘을 생각합니다. 스스로 힘을 버린 힘, 오만한 문명의 힘을 버리고 가장 무력해져서 아름다워진 힘을 꿈꿉니다. 세계는 여전히 아수라장이지만 이 난장 속에 아름다움을 꿈꾸는 이들의 기도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므로 시는 여전히 힘이 셉니다. 가장 낮은 구릉에서 생명과 평화와 평등과 일상의 사랑을 꿈꾸는 아름다움에의 의지 속에 시가 있음을 믿습니다. 상처 나고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복원하고자 꿈꾸는 무력한 작위인 시를 사랑합니다. 시는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니기도 합니다. 시로써 내게 오는 영광이 있다면, 그것은 시의 주술呪術―노래로 맺혀준 삼라만상의 것입니다. 알몸으로 나를 받아준 민둥산의 것이고 풀잎과 잔꽃들과 눈보라와 늙은 복숭아나무의 것입니다. 내 존재의 안팎을 흐르는 공기이며 밥이며 물이며 대지인, 매일 매순간 초유의 사랑인 그대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