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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회의 The Conference of the Birds

  • 저자 랜섬 릭스 지음
  • 역자 변용란
  • ISBN 979-11-88547-19-7
  • 출간일 2020년 06월 23일
  • 사양 476쪽 | 135*207
  • 정가 15,000원

팀 버튼 감독 영화 원작 소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리즈 최신작
다섯 번째 이야기 『새들의 회의』?

■ 본문 중에서

 

지난 며칠 사이 누어는 마취 총과 헬리콥터로 인간들에게 쫓겼고, 이상한 최면술사에게 납치되어 경매로 팔아넘겨질 처지에 놓였다가 탈출했지만, 결국 레오 버넘 일당에게 붙잡혔다. 레오의 본부 감방에서 며칠 보낸 뒤엔 H와 대탈주극을 펼치는 과정에서 잠 가루를 덮어썼다가 H의 아파트에서 깨어보니 그는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었고, 그 끔직한 충격으로 누어는 빛으로 꽁꽁 뭉쳐진 폭탄 같은 불덩어리를 입 밖으로 토해냈다(그러다가 내 머리를 박살 낼 뻔했다).

일단 누어가 충격에서 벗어난 뒤 나는 H가 임종의 순간에 했던 말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할로우 사냥꾼 한 사람은 V라는 여성이고, 누어를 보호하려면 그녀에게 데려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_「프롤로그」, 13쪽

 

이윽고 작은 목소리가 물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제이콥? 그 애를 위해서 그토록 많은 위험을 무릅쓸 만큼?”

돌아보니 클레어가 문가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술궂은 표정은 신고 있는 노란색 고무장화랑 모자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클레어, 무례한 말이야.” 올리브가 말했다.

“아니, 임브린들이 그동안 막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온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데도 페러그린 원장님 말씀을 거역했으니까 무례한 쪽은 제이콥이었어!”

“글쎄, 그렇게 됐나?” 내가 말했다.

“뭐가 그렇게 돼?”

“전쟁이 시작됐느냐고.”

클레어는 두 주먹을 꽉 쥐며 가장 화난 표정을 지었다.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와 H의 행동은 전쟁을 촉발하진 않았다.” 앙상한 몸으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올림머리를 한 인상적인 모습의 페러그린 원장이 계단참에 나타났다. “너 때문에 그 직전까지 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아직은 아니다.” _「제2장」, 74~75쪽

 

“H는 너의 탄생을 미리 예고한 예언이 있었다고 말했어.” 내가 누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이상한 세계의 해방’을 실현할 ‘일곱 중 하나’라고.”

누어는 내가 그리스어로 말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나는 이렇게 대꾸한 뒤 기대하는 마음으로 페러그린 원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야기가 더 있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롭고 위험한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H가 말했는데, 제 짐작으론 그 일곱이 우리를 그런 시대에서 ‘해방’시켜준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괴한들이 누어를 쫓아다니는 이유도 바로 그 예언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_「제2장」, 78~79쪽

 

지난 몇 분간 잠자코 생각에 잠겼던 페러그린 원장이 유리잔을 두들겨 모두에게 집중을 부탁했다. “내일 나는 평화 회담을 하러 돌아가야 한다. 임브린들은 미국의 3대 파벌 지도자들과 아주 민감한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고,” 원장님은 이 말을 하며 심각하게 누어를 쳐다보았다. “그들 사이에 전쟁의 위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H의 무모한 구출 작전과 너희들의 실종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 물론 너희 탓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피해를 복구하고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달랠 필요는 있겠지. 우리가 일단 그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모두들 그 평화 회담을 새들의 회의라고 부르고 있어.” 브로닌이 남들에게도 다 들리도록 누어에게 속삭였다. _「제3장」, 93~94쪽

 

페러그린 원장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 그녀는 우리를 모아놓고 짧게 작별 인사를 했다.

“길게 연설할 시간도 없고, 그럴 만한 시간이 충분하더라도 너희 모두에게 내가 마음 깊이 간직한 생각을 말로 표현해낼 재주는 없을 것 같구나. 우리는 이제 곧 각별히 위험한 순간으로 뛰어들어야 하겠지. 끝이 찾아올 것인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무사히 완벽한 가족으로 다시 함께 모일 수 있을지,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너희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 내가 너희들을 온전히 보살피지 못하고 다른 일로 떠나 있어야 했던 모든 날들이 후회스럽고, 이런 변명으로, 그리고 우리의 루프를 재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의 책임을 너희에게 떠넘긴 것 같아 미안하다. 따지고 보면 나는 너희들의 선생님이자 하인인데 말이야. 너희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모든 새들과 그 위의 천국보다도 내게 더 큰 의미가 있단다. 너희가 나를 사랑했다면 내가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기를 빈다.” 그녀는 재빨리 눈가를 닦아냈다. “고맙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페러그린 원장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소리 없이 작별을 고했고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_「제12장」, 400쪽

 

어린 소녀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펜세부스가 그녀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속삭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소녀가 번쩍 눈을 떴을 무렵 그녀의 머릿속은 악몽으로 가득했다.

소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펜세부스는 계속해서 속삭였다. 소녀는 한 손으로 그를 대롱대롱 붙잡고 데려갔다. 소녀는 이제껏 전화를 딱 한 번 사용해봤지만, 펜세부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는 소녀가 해야 할 일을 언제나 말해주었다.

소녀는 구석에서 의자를 하나 꺼내 와 전화기 밑에 놓고, 수화기에 손이 닿도록 의자에 올라갔다.

소녀는 차례차례 여섯 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임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첫 번째 임브린이 열린 창문으로 날아와 창틀에 앉았다. 매번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마다 그녀는 같은 말만 했다.

“그가 돌아왔어요.” _「에필로그」, 469~4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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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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