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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悪女について

  • 저자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 역자 양윤옥
  • ISBN 978-89-7275-803-7
  • 출간일 2017년 02월 15일
  • 사양 476쪽 | 135*197
  • 정가 16,800원

치밀하게 짜인 구성의 매력적인 미스터리

전설적인 이야기꾼의 귀환!

■ 책 속으로
                                
집에 돌아와 석간신문을 펼쳐보고는 숨이 턱 막혔어요. ‘허식虛飾의 여왕,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고 사회면에 큼직하게 실려 있었으니까요. 
그 뒤로 주간지라는 주간지마다 일제히 그녀의 특집 기사가 실렸잖습니까. 근데 어떤 기사도 나는 믿을 수가 없어요. 악녀라는 식의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딨습니까. 인간이란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예의 바르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버려진 강아지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던 사람이에요. 나는 이제 주간지 따위는 쳐다보기도 싫더라고요. 
자살이라고 판단한 기사도 있던데, 자살할 사람이 그 전날에 반갑게 식사 약속 같은 걸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착한 사람을 누군가 살해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뭔가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닐까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_ 야간 학원의 여학생, 20쪽

 

도미노코지 기미코……? 
아, 그 기미코 말이군요. 그렇죠? 걔가, 아니, 그분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는 스즈키 기미코라는 이름을 썼어요. 네, 기미코라는 한자도 달라요. 성명학 점괘로 이름을 바꾼 거 아닐까요?
텔레비전에 출연할 때,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나오잖아요. 처음에 그거 보고는 모르는 사람인가 했는데, 목소리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기미코를 꼭 닮은 거예요. 어느 틈에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됐나 싶기도 하고, 근데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 
_ 초등학교 동창, 21쪽

 

도미노코지 기미코에 관해서요? 아, 이제 그 얘기는 제발 좀 그만합시다.
혼자 죽었는지 살해를 당했는지, 아무튼 이상하게 죽는 바람에 주간지라는 주간지는 죄다 나를 공격하면서 하나같이 ‘첫 남편, 첫 남편’이라고 기사를 써대니, 나는 그렇다 치고 지금 내 아내와 아이들까지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입니다.
게다가 기가 막힌 게 사실을 제대로 써낸 주간지는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이렇게 되면 나도 이판사판이에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테니까 제발 정확하게 써주세요. 아시겠습니까?
_ 바람둥이 대학생, 48쪽

 

그녀가 악녀라니,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착하고 눈물 많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꿈같은 여자였습니다. 품에 안으면 스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몸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은 훨씬 더 착했습니다. 부디 기미코를 나쁘게 묘사하지 말아주십시오. 선생이 세간의 오해를 풀어주실 것 같아서 제가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녀의 뛰어난 능력이 사람들의 질투를 부른 거예요. 질투심이라는 건 참으로 고약하지요.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그런 질투심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여자가 혼자 힘으로 크게 성공한 것이 질투가 나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이제 기미코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_ 온몸으로 사랑한 사람, 224~225쪽

 

친구들이 입은 피해 내용을 들어보니, 어이쿠, 뒤로 나자빠질 만큼 엄청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진짜 난감하다니까. 아니, 근데 내가 소개한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내가 책임질 일은 아니잖아. 그래서 깔끔하게 사과했어, 미안하다고. 나도 딱 믿었다기보다 서로 알고 지내는 터에 괜히 험담은 하기 싫었다, 라고 했어. 실은 나도 수상쩍게 느껴지는 점이 좀 있었다, 그러면서 위로해줬지. 그런데도 가라스마 씨처럼 남의 험담 잘하는 분이 그 여자는 절대로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나 뭐라나, 아무튼 요즘에도 만나기만 하면 나를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하소연을 한다니까. 그래서 이제는 그래, 내가 잘못했다, 하고 아예 포기해버린 상태여서 당신하고도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뭐든 내가 사실대로 대답해드릴게, 참고가 된다면 말이지. 
_ 영락한 여걸 귀족, 228~229쪽

 

“아저씨, 인간이든 보석이든 마찬가지예요. 심지부터 빛나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아야지요.”
내가 슬쩍 집적거렸을 때, 그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나. (…)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직인들은 아무리 공들여 세공해봤자 여자가 그걸 달고 있는 모습을 볼 기회가 없어서 전혀 실감이 나지를 않아. 그래서 그 애가 내 작업의 목표가 됐지. 한마디로, 직인으로서 홀딱 반했다는 얘기야. 그 애도 그걸 어렴풋이 느꼈던 모양이지. 그래서 넌지시 나를 꾸짖은 거야.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자’는 신파극 같은 대사는 그 애가 노상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야.
_ 보석 세공 직인, 279쪽

 

당신, 누구야?
도미노코지 기미코에 관해서 알고 싶다고?
당신, 누구냐니까? ……작가라니, 그게 뭔데? 아, 소설 쓰는 사람?
우리 기미코 얘기를 소설로 쓰려고? 좋지, 그렇다면 내가 뭐든 다 얘기해줄게. 그나저나 모델료는 얼마나 줄 거야? 
아차차, 기미코가 살아 있다면 그런 돈 얘기는 하지 마라, 중요한 건 마음이다, 하면서 잔소리 깨나 했겠네.
그래요, 내가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엄마야.
_ 내가 친엄마, 316쪽

 

그 앞뒤로는 의사와 간호사가 따라오는데……, 예? 아뇨, 수의사 아닙니다. 근데 왜요? 아마 내과 의사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의사가 대합실 소파에 그 여자를 눕혀놓고 혈압을 재고, 그러고는 말에게나 놔줄 것 같은 큼직한 영양주사를 놓는 거예요. 예에, 정맥에.
거기에 미용사와 메이크업 전문가가 따라오고, 유명 디자이너가 드레스를 든 제자들을 거느리고 줄줄이 달려오더라고요. 
출연 전 회의 동안에 그자들이 얼굴을 만져주고 옷을 입혀주고,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어떤 대스타도 그 여자보다 스태프가 많은 경우는 본 적이 없어요. 알랭 들롱처럼 잘생긴 젊은 남자도 줄곧 옆에 붙어 있었죠.
영양주사 덕분인지 그 여자는 우리가 얘기한 주의사항이나 상의 내용에 대해서 네에, 잘 알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에, 그렇게 하지요, 라고 말투도 덴엔초후 때와는 딴판으로 아주 씩씩하게 대답을 해서 우리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다들 안심을 했죠.
_ TV 방송국 프로듀서, 347~348쪽

 

네, 그렇죠. 그분은 사람을 다루는 게 아주 능숙해요. 입원은 진짜로 지쳤을 때 하는 거라서 대부분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머물게 되는데, 그사이에 청소부 아줌마부터 접수처 여직원까지 모두 도미노코지의 팬이 되는 거예요. 사토 간호사는 특히 사랑을 듬뿍 받아서 도미노코지 씨의 왕진이라면 언제든 좋아라고 내과 선생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아무튼 도미노코지 씨가 씀씀이도 대단했거든요. 요리사를 데리고 입원해서 낮이건 밤이건 가리지 않고 전채에서부터 수프, 생선, 고기 요리, 샐러드, 디저트까지 풀코스를 내오라고 했다니까요.
_ 호라이 병원의 간호부장, 440~4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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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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