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이 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관찰자형 기타무라, 날라리 부르주아 도리이,
엉뚱한 개혁가 니시지마, 무뚝뚝한 미녀 도도, 초능력자 미나미
다섯 대학생이 펼치는 전대미문의 웃음 만발 캠퍼스 라이프
대학교 신입생 기타무라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독특한 네 친구들을 만난다. 늘 사건을 선동하는 호기심 만발의 행동가 도리이, ‘사막에도 눈이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열혈 청춘 니시지마, 초능력을 가진 얌전 소녀 미나미, 어쩌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팔등신 미녀 도도. 자취, 아르바이트, 연애 같은 일상부터 초능력과 빈집털이범 소탕까지 개성 만점의 다섯 친구들은 한바탕 유쾌한 대학 생활을 보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사회라는 ‘사막’에 나가기 전 캠퍼스라는 ‘오아시스’에서 웃고 울고 고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 지은이_ 이사카 고타로伊坂幸太郞
1971년 5월 25일 일본 지바 현 마쓰도 시 출생. 고등학생 때는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의 열성 독자였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오에 겐자부로의 순문학에 매료되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에게 선물 받은 책에서 ‘짧은 인생을 상상력에 내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라는 문장을 보고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도호쿠 대학교 법학부 졸업 후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여러 신인문학상에 응모하기 시작했다. 1996년 「악당들이 눈에 스며들다」로 제13회 산토리미스터리대상의 가작을 수상했는데, 이 작품은 2003년 대대적인 손질을 거쳐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로 출간된다.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제5회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면서 등단. 2002년 출간된 『러시 라이프』로 평론가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 작품은 그의 독자층에 극적인 확장을 가져온다. 2003년 『중력 삐에로』로 대중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추리소설 독자는 물론이고 대중에게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이후 2004년 『칠드런』『그래스호퍼』, 2005년 『사신 치바』, 2006년 『사막』, 그리고 2008년에는 『골든 슬럼버』로 여섯 번째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나 ‘집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로 고사한다. 2004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제25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같은 해에 『사신 치바』로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2008년 『골든 슬럼버』로 제21회 야마모토슈고로상과 제5회 서점대상뿐만 아니라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에 올라 3관왕을 달성했다. 서점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되어 독자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반영한다고 알려진 서점대상의 제1회부터 제6회까지 매회 최고작 10위권에 선정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마왕』『SOS 원숭이』『바이바이, 블랙버드』『마리아 비틀』『가솔린 생활』『사신의 부력』 등이 있다.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하고 소탈한 필치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며, 대중문학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순문학 작가로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한 작품의 인물이 다른 작품에 살짝 등장하는 식으로 작품 간에 미묘한 연결 고리가 있어, 이를 찾아내는 일은 독자의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 대학생 때부터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 거주한 때문인지 작품의 상당수가 센다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동네이므로 설정에 허점을 줄일 수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화나 연극, 만화, 드라마 등 다른 분야로도 확장되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피쉬 스토리』를 비롯한 10개의 작품이 영화화되었고, 특히 『골든 슬럼버』는 일본에서 1억 1500만 엔의 수익을 올렸으며 한국에도 개봉되었다.
이사카 고타로伊坂幸太郞는 필명. 추리소설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西村京太郞의 이름과 같은 획수의 한자를 골라 조합한 것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라는 의미에서 가족이 생각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사카 고타로ISAKAKOTARO를 로마자로 바꾸어 거꾸로 읽으면 오라토카카시ORATOKAKASI가 되는데, 여기서 카카시(허수아비)는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 한국, 대만 등 10개 이상의 국가에서 번역되었으며 국경을 넘어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 옮긴이_ 오유리
이사카 고타로의 『오듀본의 기도』『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사막』『그래스호퍼』『가솔린 생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마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사양』, 요시다 슈이치의 『파크 라이프』『일요일들』『워터』『최후의 아들』『랜드마크』, 시게마쓰 기요시의 『나이프』『소년, 세상을 만나다』『안녕, 기요시코』, 가와카미 히로미의 『나카노네 고만물상』, 모리 에토의 『다이브』, 후지타 요시나가의 『텐텐』, 쓰지무라 미즈키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하야미네 가오루의 『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문학이 시대상의 기록이자 작가의 시선이라고 한다면, 번역문학을 읽는 국내 독자들은 낯선 작가의 시선을 좇고, 낯선 시대, 세상의 기록을 아우르는 데 보탬도 모자람도 없어야 합니다. 깊숙이 작품에 빠졌다가 작업 후에 늘 드는 저 생각에 해를 더해도 신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번역 작가의 숙명이겠지요. 그래도 작품을 붙들고 씨름할 때가 제일 행복하니 말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청춘 소설이다!
『가솔린 생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이사카 고타로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2006년 나오키상 후보작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청춘 소설 『사막』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후보에 여섯 번이나 오르고, 독자의 목소리를 제일 잘 반영한다는 서점대상의 최고작 10위권에 연속 6회 선정된 작가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사막』은 『가솔린 생활』『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 이어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이사카 고타로의 세 번째 소설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중력 삐에로』『칠드런』 등과 같이 젊은이들이 울고 웃고 고뇌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이사카 고타로의 대표적인 청춘 소설이다. 2005년 출간 이후 평단과 독자 양측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2006년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
『사막』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섯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자취, 아르바이트, 미팅, 연애, 대학 축제 등 보통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어 겪는 첫 경험들을 솔직하고 발랄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런 가운데 빈집털이범 소탕 작전이나 초능력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을 위협받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대학교 신입생 기타무라는 늘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관찰자적 자세를 견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독특한 네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대학 4년을 보내게 된다. 늘 사건을 선동하는 호기심 만발의 행동가 도리이, ‘사막에도 눈이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열혈 청춘 니시지마, 초능력을 가진 얌전 소녀 미나미, 어쩌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팔등신 미녀 도도가 그들이다.
한데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는 이 개성 만점의 다섯 학생들은 함께 일상의 고민들을 헤쳐 나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 관찰자형 기타무라는 조금 더 열정을 지니고 주변 상황을 배려하는 인물로, 부잣집 날라리 도리이는 좀 더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남자로 성장하고, 자기표현조차 못 하던 미나미는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며, 냉정하던 도도는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열정을 발견한다. 일견 막무가내로 보이는 행동가 니시지마의 열정이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니시지마는 돼지같이 생긴 외모에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당당한 인물이다. 기타무라와 세 친구들이 주변 사회에 관심 없고 자기 생각에만 몰두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초상이라면, 니시지마는 전형적인 ‘청춘’이 지녀야 할 태도를 갖춘 유일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저에게 ‘청춘 시대’라고 하면 대학 시절입니다. 고교생은 아직 부모의 통제 아래에 있지만, 대학생은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 게다가 건방진, 그런 이미지가 있죠.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 소설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학창 시절의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써 보고 싶었습니다. ‘우정’이라고 하는 건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만, 친구들과 지내는 시시한 일상이 좋아요.
_이사카 고타로
이사카 고타로는 『사막』이 출간된 직후 <라쿠텐 북스>와의 인터뷰에서 ‘평범하고 시시해보이는 청춘의 일상’을 가볍게 쓰고 싶었고, 재미있게 즐겨 달라고 했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결과가 어떻든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을 내릴 수 있다’는 정도의 패기는 청춘의 특권이며, 전유물이라는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작품 속에서 사회를 ‘사막’에 비유하면서, “‘캠퍼스’라는 오아시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힘겨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사막에 사는 어른들이 오아시스라 칭하는 학창 시절 역시 만만치 않다”는 메시지를 반어적으로 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청춘의 또 다른 전유물은 바로 ‘고민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사막』의 다섯 주인공들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시절 우리의 주변에서 한 사람쯤은 있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스무 살 무렵 우리 모두가 했던 그런 고민들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일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때로는 독자들을 웃기고, 때로는 울리며,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사막』은 이제 막 20대가 된 독자들에게는 청춘에 대한 가슴 설레는 환상을, 대학 시절을 보낸 독자들에게는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내 머릿속에 광대한, 붉은색인지 흰색인지 구별되지 않는 광활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풍경이 떠올랐다. 도리이의 지금 심경은 바싹 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사막 그 자체가 아닐까. 끝도 없이, 정신은 고갈되고, 방향감각도 잃은 채. 사막에는 슈퍼 샐러리맨행行이라고 쓴 표지판 따위도 없고, 물이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밤이슬을 피할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 도리이는 침대 위에서, 무표정하게,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지만 분명 그와 동시에 사막 한가운데 주저앉아 혼이 나간 얼굴로 어깨를 떨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어디로 어떻게 걸어 나가야 할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과연 우리들은 도리이가 처한 이 사막을 적실 수 있을까.
_ 216쪽, <제2장 여름> 중에서
“아무도 데리러 가지 않으면 이 녀석은 궁지에 몰립니다. 그것도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완벽한 궁지요.” 하고 말했다. “궁지란 도움의 손길을 내리라고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보호 기간이 끝나는 개들이 나타날 때마다 네가 개를 입양하러 갈 거냐?” “그럴 리 있습니까.” 니시지마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그 개들을 전부 살려야 합니까?”
“뭐어?”
“어쩌다 그런 겁니다, 이번엔 내 눈에 띄었으니 구한 거죠. 걱정이 돼서 그랬습니다. 다음부터는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니시지마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에서 곤란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그냥 도와주면 된다.’는 주장을 스스로 실천하는 니시지마에게 솔직히 감동받았다.
“그렇지만, 지금 그 한 마리만 구하고 나머지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도 모순 아냐?”
“모순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_ 280쪽, <제3장 가을> 중에서
“그렇지만 와시오라는 사람은 초능력자 맞지?” 도리이가 생각하다 한마디 했다.
그 물음에는 내가 대답했다. “옛날엔 그랬지.” 이전에는 확실히 그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고, 그저 남들 눈을 속이는 정도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저 사람의 인생을 그늘지게 한 것은 초능력이고, 그래서 저 사람은 아마도 그런 능력만 없었더라면, 하면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래서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같은 원망을 해소하기 위해 아소 씨를 위한 피에로가 되면서까지 차라리 초능력이란 것에 복수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와시오 씨,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자기 연민치고는 너무 혹독한 겁니다.
_ 371~372쪽, <제3장 가을> 중에서
4월, 회사 생활을 시작한 우리들은 ‘사회’라고 불리는 사막의 냉엄한 환경에서 상상 이상의 고초를 감내하게 될 것이다. 사막은 바싹 메말라 있고 불평불만과 냉소, 방관과 탄식으로 얼룩져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매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고, 그러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그 환경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도리이를 비롯한 친구들과는 한동안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겠지만 점차 자신의 역할과 일상에 휘둘리다 차츰 그것도 소원해질 것이다.
나는 장거리 연애를 계속하기에 지쳐 하토무기 씨와 반년도 지나지 않아 헤어지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서 또 몇 년이 지나면, 이 친구들과 보낸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가 참 그립다.”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오래전에 본 영화 장면을 이야기할 때처럼 읊조리고, 결국 우리들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갈 것이다.
_ 509쪽, <제5장 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