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인에게 차인 여자, 헤어진 연인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간 프리랜서 작가, 친구의 연인과 사귀는 버릇을 가진 여자애, 상황에 떠밀려 생일휴가를 홀로 하와이에서 보내게 된 회사원. 어딘가 불안정하고 서투르지만, 그래서 더욱 찬란한 청춘들의 이야기. 2005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2006년 『로커 엄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문단의 주요한 상을 모두 휩쓸면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주자로 손꼽히는 가쿠타 미쓰요의 단편집 『전학생 모임』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어떤 주제를 다뤄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쿠타 미쓰요. 그녀는 이번 책에서도 뛰어난 관찰력으로 때로는 불안정한 현실에 아파하고, 끝나버린 사랑에 쓸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 지은이_ 가쿠타 미쓰요 1967년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 시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88년에 「어린이 런치 록 소스」로 코발트노벨대상을 받아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1990년 「행복한 유희」로 가이엔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정식 데뷔한 이래,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신인상, 1998년 「나는 네 오빠」로 쓰보타조지문학상, 2000년 「키드 냅 투어」로 산케이아동문학상과 로보노이시상, 2003년에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문예상, 2005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상복이 많은 여류 작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 연인끼리의 리얼한 대화, 가족들의 미묘한 관계들을 촘촘히 엮어내는 문체로, 어떤 주제를 다뤄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뛰어난 관찰력을 선보인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프레젠트』『죽이러 갑니다』『그녀의 메뉴첩』『인생 베스트 텐』『내일은 멀리 갈 거야』『도쿄 게스트하우스』『사랑이 뭘까』『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기에』 등이 있다. ■ 옮긴이_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IT업계에 종사하며, 1998년부터 일본 문화 포털 사이트 '일본으로 가는 길(www.tojapan.co.kr)'을 운영,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역서로는 요시다 슈이치의 『거짓말의 거짓말』『첫사랑 온천』, 시라이시 마미의 『훌라걸』,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검시관』이 있다.
■ 이 책은 … 청춘,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햇빛 찬란한 오후,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빛나고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왈칵 슬퍼질 때가 있다. 청춘의 한 때, 붙잡고 싶은 그 순간이 모래알처럼 손에서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불안한 청춘, 『전학생 모임』에서 가쿠타 미쓰요는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그 시간을 홍역처럼 치르는 여덟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작 『죽이러 갑니다』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살의에 대해,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작인 『대안의 그녀』에서 세 여성의 동경과 불안을 잔잔하게 그려 일본은 물론 국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가쿠타 미쓰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단의 그녀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일본 언론과 평론가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가라는 평가답게 이번 작품 『전학생 모임』에서는 전작보다 훨씬 따뜻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었던 가족, 친구, 연인. 익숙한 것들이 사라진 삶의 언저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그 절망적인 순간,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상처받고 고통 받는 인물들, 따분하고 지리멸렬한 일상, 깨지기 쉬운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대부분 이십대 여성인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슴에 아픔 하나씩을 끌어안고 있다. 어떤 이는 해체 직전인 가족 때문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어떤 이는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삶은 불가해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행동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삶을 견뎌내는 진짜 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 줄거리 전학생 모임 어린 시절 잦은 전학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는 남자 가와하라 신조. 어느 날 그는 여자친구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한다. 이유는 계속된 이사와 전학 때문에 한 여자와 계속 있는 게 숨 막힌다는 것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은 여자는 신문에서 본 ‘전학생 모임'이라는 묘한 이름의 모임에 나간다. 한때 자신이 사랑했고 아직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 또 그와의 시간이 의미 없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미, 해바라기, 한여름의 갱 사랑은 어쩌면 기억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살던 연인과 헤어지고 이사를 온 첫날, 여자는 늘 방에 걸어놓던 지미 헨드릭스의 포스터를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 애인의 집에 무단 침입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던 과거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고, 울부짖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 또 이별의 그 순간까지…. 모든 추억이 담긴 그 공간에서 비로소 진심을 담아 ‘안녕'이라고 이별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비큐 하기 좋은 날 여자에겐 한 가지 버릇이 있다. 누군가를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면 그 아이의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무슨 음악을 듣는지, 어떤 슬리퍼를 신는지를 궁금해 하고, 어떤 사람을 사귀는지 알기 위해 친구의 연인과 비밀스런 만남을 계속한다. 친구들과의 바비큐를 하는 날, 평소처럼 먹고 떠들고 싸우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 있음을, 또한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사람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시이짱과 쓰네마사, 이젠 조카 없이는 대화조차 힘든 무덤덤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어린 조카인 치카와 함께한 소풍에서 시이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의 여자친구였던 나가오카 마사코 씨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했던 기억이 자신과 쓰네마사, 그리고 치카의 모습과 오버랩된 것이다. 인생의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도 이별을 준비한다. 생일휴가 사람들에게 등 떠밀려 하와이에서 생일휴가를 보내게 된 여자. 사실 그녀는 연인과 헤어진 뒤 철저하게 계획된 생활만을 고집해왔기에 갑작스러운 하와이 여행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내일 결혼식을 올린다는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어긋난 인연과 조롱당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여자는 자신이 왜 머나먼 하와이까지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꽃밭 누나 몰래 돈을 훔쳐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애인에게까지 돈을 빌린 뒤 사라져버린 남동생, 남동생 때문에 헤어진 이후 돈을 갚으라고 쉴 새 없이 전화를 해대는 전 애인, 그리고 형부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남편을 돌려달라며 울부짖는 언니. 집안 사정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회사에서도 왕따 신세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 하소연을 받아주고 함께 울어줄 친구 하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완벽한 키스 무더운 여름날, 길에서 어느 뚱뚱한 커플의 키스하는 모습에 불쾌감을 느낀 남자는 예정에도 없는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경험했던 완벽한 키스에 대해 생각한다. 오직 한 남자와만 관계를 갖는다는 여자 사에와 그녀의 한 남자가 될 수 없었던 남자. 최악의 상황에서 한 기찻길에서의 키스를 추억하며 이제는 곁에 없지만 한때는 사랑했던 여자를 생각한다. 바다와 연 서로 대화를 하며 상대방의 주장에 흠집 내기에도 지친 오래된 연인. 어느 날 밤 서로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여자가 어린시절 바닷가에 묻어놓은 연을 찾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마치 어린 시절의 그때로 되돌아간 듯 볕이 내리쬐던 해변에서 모래를 파내려가던 그들은 엉뚱하게 다른 누군가가 묻어놓은 원반을 찾게 된다. 서로 원반을 던지며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면서 여자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금 이 순간이 먼 훗날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며 이별을 예감한다. ■ 본문 중에서 아마 우리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많이 버스를 갈아타야 할지 모른다. 버스를 타고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혹은 그러지 않기도 하며, 내려서 갈아타고, 또 거기서 누군가를 만난다. 영원히. 어딘가에 도착할 때까지 -「전학생 모임」중에서 시간이 흐르고, 기억과 함께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줄 알았던 예전의 우리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여기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반투명의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즐거웠던 우리들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쓸쓸했던 우리들도…. -「지미, 해바라기, 한여름의 갱」중에서 어느 날, 누군가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게 되고, 그래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땅에 묻혔던 어린 시절의 보물을 발견하듯 추억할 게 틀림없다. 아주 짧은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 누군가와, 그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사람과,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있던 자기 자신을….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사람」중에서 매일 매일을 습관과 질서로 채우고 그 안에 죽치고 있으면 나는 안전할까? 예상치 못한 일에 직면에 당황하지 않게 될까?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되진 않을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연애 감정에 빠지는 일은 없을까? -「생일휴가」중에서 그렇게 힘든 일을 많이 당했는데요, 그렇게 질려버렸는데요,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보고, 예쁘다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애인도 친구도 없고 가족도 내편도 없는, 마음속 깊이 이 터널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뭔가를 떠올리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꽃밭」중에서 연애나 우성, 행복이나 불행 같은, 또렷한 윤곽을 지니지 않은, 어떤 것에 맞춰보려 해도 비어져 나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의 주변에 있는 남자와 여자에 대해 썼다. 그것은 꿈과 현실의 사소한 기억을 발굴하는 작업과 너무나 비슷해서, 이야기 속에서 그녀와 그가 본 해바라기와 평범한 야경, 노란색 전철과 꽃이 핀 들판은 어느새 내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의 대수롭지 않은 광경 하나가 독자들의 기억에 슬쩍 별 것 아닌 풍경으로 섞여들길 바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삶이란 우연으로 점철된 불가해한 골칫덩어리이고, 청춘은 잡히는 것 없는 공허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삶과 청춘을 겸손하고도 수줍게 보듬어 안으려는 저자의 낙관은 각각의 단편들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저자 가쿠타 미쓰요는 정답 없는 무정형의 삶을 살아가는 청춘 군상들의 심리와 일상을 디테일하게 쫓아가면서도, 끊임없는 정답 찾기를 시도한다. 정답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삶을 견뎌내는 진짜 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