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마루야마 겐지
1943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6년 난생 처음 쓴 작품 [여름의 흐름으로 <분가쿠카이> 신인문학상을 받고, 이듬해 스물세 살의 나이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따. 1968년 이후 일본 중부 고산지대인 나가노 현 오오마치 시로 주거를 옮겨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천 일의 유리], [물의 가족],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천 년 동안에],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 [도망치는 자의 노래], 소설집 [어두운 여울의 빛남] , [아프리카의 달빛] , [달에 울다], [낙뢰의 여로], 산문집 [아직 만나지 못한 작가에게], [소설가의 각오] 등이 있다.
역자 : 김춘미
1943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일본 도쿄대학 비교문학 연구실 객원교수, 일본 국제문화 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일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일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번역서로는 [해변의 카프카 상,하] [인간 실격]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 [물의 가족] [히로시마노트] [달에 울다] [좁은 방의 영혼] [밤의 원숭이] [밤의 기별]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중음의 꽃], 저서로는 [김동인 연구] [타니자키 준이치로] 등이 있다.
해방된 내가 여기에 있다.
대나무숲 속에서의 어두운 나날, 끊임없이 나를 대지에 늘어붙게 하고, 구속해온 중력(重力), 예상했던 대로 여의치 않았던 별볼일없는 운명, 일체의 법률이나 관습, 인습이나 불문율 등등, 성기를 포함한 귀찮기 짝이 없는 육체, 한없이 질질 이어지는 번민, 시간의 파도가 끊임없이 실어오던 불안과 공포, 그런 쐐기에서 완전히 해방된 내가, 여기 있다.
나는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된 것이다.--- p.25
나는 이제 곧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의 뒤를 쫓아 녹나무 고목을 쫓아 이 나까지 오늘밤 안에 죽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예감이 든다. 아마 이제 3분 뒤에, 와 함께 3천년이라고 하는 세월에 간단하게 유린될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삶이 그랬듯이. 죽음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아직 피지도 않은 아니 단 한 개 피어 잇는 인동꽃의 정욕 그 자체인 향내가 여기저기에 차서 나를 감싸려고 한다. 야에코가 알몸이 되어 물망천을 헤엄쳐 건너오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야에코의 따뜻한 자궁을 뛰쳐나온지 안 되는 갓난아이의 훈기가 대나무 숲속까지 확실하게 도달해 있다.
아귀산이 비구름을 착실하게 모으고 있다.--- p.260~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