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그러는 사이 벨소리가 더 커졌다. 시선이 점점 더 쏠려온다. 조바심이 난 료카가 허겁지겁 손잡이에서 내린 손으로 배낭 입구를 확 벌려 안을 들여다본 순간 전철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료카는 휙 날아갔다. 한산한 전철에는 몸을 막아줄 사람도 없던 터라 료카는 차량 바닥에 화려한 공중제비를 선보이고 말았다. 배낭 안에 든 물건들은 공중에 흩날렸고 게다가 그 물건들 위로 펭귄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파닥파닥 날갯짓을 했지만 부력이 부족한 건 명백했다.
_제1장 「반짝반짝 데이지」 11쪽
몸을 뒤뚱뒤뚱 흔들며 사육장 유리벽 앞을 걸어오는 펭귄 한 마리가 보였다. 정말로 걸음걸이가 무척 자유롭고 당당했다. 조금 걷다가 멈춰 서서는 뭉실뭉실한 가슴을 턱 젖히며 주둥이를 들더니 유리벽 너머에 있는 풀장에 둥실둥실 떠 있거나 휙휙 헤엄을 치는 동포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반대로 풀장 안에서는 동포들이 유리벽 밖에 있는 펭귄을,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같이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펭귄이 수족관에 펭귄을 보러 왔어!
_제2장 「나의 졸업여행」 109쪽
“잠깐만. 왜 펭귄이 납치를 당해?”
“오빠가 그 무서운 사람한테 펭귄이 간 데를 가르쳐줬기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왜 그 사람이 펭귄을 납치한다고 단정 짓는 거야? 키우는 사람이거나 키우는 사람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수족관이나 동물보호단체 사람이라든지.”
“아니야! 오빠도 봤잖아? 그 사람, 머리에 해골 마크가 있었다니까? 해적이잖아. 펭귄 도둑이잖아. 오빠는 펭귄 도둑한테 펭귄을 팔아넘긴 거나 마찬가지야!”
_제2장 「나의 졸업여행」 121쪽
세이코는 마이코를 대면하기 전에 기분을 진정시키려고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지금껏 줄기차게 봐왔던 건물을 새삼 올려다본다. 오늘 밤도 옥상 난간대에 걸린 커다란 간판을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거기에 적힌 병원 이름을 밤눈에도 다들 잘 읽을 수 있도록. 일각을 다투는 생명이 길을 잃지 않도록.
_제3장 「UFO와 유령」 208∼209쪽
“그쪽이 키우는 펭귄을 찾으라는 거야?”
“아니에요. 돌보고는 있지만 내가 키우는 펭귄은 아니에요. 역에서 맡고 있어요. 분실물로서.”
“잠, 잠시만 기다려. 한번 정리 좀 하자고. 으음, 그러니까…… 분실물센터에서 맡고 있던 분실물인 펭귄이 사라지는 통에 분실물이 또다시 분실물이 돼버렸다, 고? 아, 뭐야. 이거 완전 간장 공장 공장장 놀이를 하는 것 같잖아!”
하루캄이 모히칸 머리를 쥐어뜯자 몬가가 침착하게 말참견을 했다.
“고양이 역장이 있는 역도 있는 세상에 펭귄을 돌보는 역이 있는 게 뭐가 이상해요? 그 펭귄이 그냥 길을 잃어버렸다는 얘기잖아요.”
_제4장 「원더매직」 251쪽
■ 지은이_ 나토리 사와코名取佐和子
1973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 출생. 소설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이다.
메이지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뒤, 당시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 ‘남코’에서 RPG 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퇴직한 이후로는 프리랜서로 게임이나 드라마 CD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게임 ‘99의 눈물’에 수록된 단편소설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이를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2010년 『파출소의 밤』으로 정식 등단했다.
제5회 <동일본철도서점 대상>을 받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를 비롯하여 『어서 와 1만 번』 『너의 졸업식』 『셰어하우스 수탉 풍향계』 『에노시마 고양이 집사 식당』 『금요일 서점』 『온종일 나무나무』 등을 발표했다. 그 밖에 ‘나토리 나즈나’라는 필명으로 쓴 다수의 동화책과 라이트 노벨 등이 있다.
■ 옮긴이_ 이윤희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유학하며 일본외국어전문학교 통번역 과정을 이수한 뒤 현지에서 통번역 에이전트 및 아시아 문화 관련 이벤트 기획자로 다년간 일했다. 귀국 후에는 대학과 기업체에서 일본어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외서 출판 기획자, 번역가로 활동하며 강의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 등이 있다.
전철을 타고 다니는 귀여운 펭귄 한 마리와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이 있는 종점역 분실물센터의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들이 담긴 소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두 번째 이야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JR 철도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제5회 <동일본철도서점(에키나카서점) 대상> 수상작으로 화제를 모았고, 2017년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펭귄철도’를 타고 분실물센터에 온 사람들이 이곳에서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며 새롭게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저자가 생생한 필치로 쓴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 같은 시리즈에서 특히 이번 책은 2월 15일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또한, 펭귄과 역무원 이외에도 계속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은 각 장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동시에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에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을 드러내면서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맞춰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 역할을 한다.
“좋아. 근데, 분실물은 뭐야?”
“펭귄이에요.” <줄거리 소개>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작은 종점역. 노선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두 모이는 이곳 분실물센터 사무실은 오늘도 변함없이 빨간 머리의 역무원 소헤이가 지키고 있다. 그런데 오늘따라 분실물을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유독 ‘펭귄’에 대해 물으면서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소헤이. 그러고 보니 사무실에서는 소헤이가 돌봐주는 펭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어딘가에서 자박자박 걸어가는 펭귄의 뒤를 모히칸 스타일의 수상한 남자가 쫓고 있는데…… 과연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위기일발 펭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귀여운 펭귄이 깜짝 물고 나타나는 일상의 작은 기적과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을 찾아주는 분실물센터
짧은 날개와 까맣고 하얀 둥실둥실한 몸통, 동그란 눈동자. 포근해 보이는 깃털로 덮인 동물 ‘펭귄’. 만약 아침 출근길, 등굣길에 전철에서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살아 있는 펭귄과 마주친다면 어떨까? 이 시리즈는 이처럼 귀여운 주인공 펭귄을 통해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며, 상상만으로도 그날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해지는 듯한 기분 좋은 따뜻함을 안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독자들이라면 눈치챘을 테지만, 전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약 1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종점역까지 하루에 몇 대만 운행되는 오렌지색 전철도, 마치 비밀의 방처럼 대합실 벽 너머에 숨어 있는 사무실도, 헤실헤실 웃는 얼굴의 빨간 머리 역무원도 변함없지만, 이번 책에서는 역무원의 파트너인 펭귄의 모습이 분실물센터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다른 노선, 장소에서 펭귄을 목격하는 고객들과, 펭귄의 뒤를 쫓다가 그들과 마주치는 모히칸 남자의 사연이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이야기의 또 다른 큰 줄기를 이룬다.
펭귄의 임시 보호자이자 분실물센터를 지키는 빨간 머리 역무원은 분실물에 담긴 사연에 따라 고객들의 물건을 돌려주기도, 때로는 그대로 맡아주기도 한다.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되었지만 곧 다시 남남이 될 동급생 남녀(제1장 「반짝반짝 데이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왕따 오빠와 축구부 에이스인 여동생(제2장 「나의 졸업여행」), 트라우마로 사람을 살리는 데 강박감을 느끼는 의사와 삶을 포기한 듯한 환자(제3장 「UFO와 유령」)…… 고립된 섬처럼 혼자 살아가던 이들은 물건을 찾으러 왔다가 역무원이 넌지시 건네는 응원 속에서 사실 자신이 진정으로 놓친 것은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였음을 깨달으며, 사람 간의 인연처럼 얽히고설킨 철로를 달리는 펭귄철도에 몸을 싣고 다시 출발한다.
■ 각 장 소개
제1장 「반짝반짝 데이지」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 료카는 소문으로만 듣던 ‘전철을 탄 펭귄’과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급브레이크가 걸린 전철에서 가방 속 물건들을 쏟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모히칸 머리의 남자에게 붙잡혔다가 간신히 같은 반 남학생 히지리의 도움으로 벗어난 뒤, 뒤늦게 가방 속 ‘이혼 신청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사실 료카와 히지리는 3년 전 부모의 재혼으로 맺어진 의붓남매 사이이며, 료카는 엄마의 또 한 번의 이혼 신청서를 내러 가는 길이었던 것. 펭귄이 종이를 물고 가는 모습을 봤다는 히지리의 말에 남매는 부모님의 이혼 신청서를 찾으러 펭귄의 행방을 쫓는다.
제2장 「나의 졸업여행」
얼마 전 사립중학교 입시에 실패한 데다, 학교 짱에게 찍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신노스케는 졸업 소풍 날 학교로 향하던 길에 충동적으로 전철역에 간다. 인근 수족관으로 혼자만의 졸업여행을 떠나자고 결심한 그때, 신노스케는 어느새 뒤따라온 여동생 미스즈에게 붙잡혀 졸지에 원치 않던 동행을 하게 된다. 펭귄철도의 펭귄을 보고 싶어 한 이들 앞에 드디어 나타난 펭귄! 하지만 곧 이들에게 모히칸 머리의 ‘펭귄 도둑’이 다가와 펭귄의 행방을 캐묻는다.
제3장 「UFO와 유령」
대학병원 혈액내과에 근무하는 의사 세이코는 당직 순찰을 돌던 중에 비어 있어야 할 병실에서 인기척을 듣는다. 알고 보니 집에서 하룻밤 외박을 보내기로 한 환자 마이코가 몰래 병실에 숨어 있던 것. 전철역에서 집 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병원으로 돌아왔다는 마이코의 해명이 의아하지만, 마이코에게 특별히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던 세이코는 대신 열쇠를 찾으러 종점역 분실물센터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반가운 얼굴, 빨간 머리 역무원 소헤이와 마주하게 된다.
제4장 「원더매직」
험악한 눈빛을 가리려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지만 모히칸 헤어스타일에다 툭하면 울컥하는 성격 탓에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곤 하는 하루캄. 유일하게 그를 받아들여주는 스승님의 도구를 잃어버린 바람에 찾아온 역 분실물센터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던 인물, 소헤이와 맞닥뜨린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하루캄은 습득물 인수를 위해 개인정보를 적는 대신에 소헤이와 모종의 거래를 한다. 그리고 거래를 성사하러 다시 전철을 타고 떠나는 길에 고등학생 남녀, 수족관의 형제들과 마주치고, 아픈 기억이 남은 장소로 향하는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
■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평
★★★★★ 출장지에서 기다리는 동안 단숨에 읽었습니다. 전작처럼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울 뻔했네요. 형제 이야기도, 남매 이야기도 멋졌어요. 정말 다음 이야기는 없나요?
★★★★★ 모든 편마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수상한 모히칸 남자와 설마 이런 관계였을 줄이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지만 사랑스러운 펭귄의 위로를 받으며 읽었습니다.
★★★★★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이야기의 속편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빠르게 독파했네요. 잔잔하고 가슴 뭉클해지는 분위기는 전작과 변함없어 좋았습니다. 몇 살이 되어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가족이라면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고,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 마지막에 모든 것이 이어져 마음이 후련했어요. 펭귄철도를 타보고 싶어요!
★★★★★ 여전히 펭귄은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