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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같은 말

임현 -
978‐89‐7275‐831-0 03
2017년 10월 13일
308쪽 | 207*145 | 신국 변형
13,000원

2017, 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임현의 첫 소설집!

 

“임현의 소설은 질문을 한다기보다는 하게 한다.

답하려 애쓰다 보면 다시 점점 더 곤란한 질문들이 생겨난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임현의 소설은 읽으나 마나다.”

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임현의 첫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이 출간되었다. 201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임현은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과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등단이 결정되는 신인추천 심사에서 “낯선 이야기꾼의 탄생”이라며 심사위원 간에 이견 없이 가장 단시간에 당선자로 결정되기도 한 임현은 “작중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를 구축하는 솜씨가 놀랄 만큼 정밀하다”는 찬사와 함께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미는 일은, 필경 후회를 남기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든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절제된 문장과 촘촘한 밀도로 서사 흐름의 강약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고도의 솜씨와 독창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등단작 「그 개와 같은 말」을 비롯한 한국 소설의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는 수작 열 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말

소설을 쓰는 일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일이고 그보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날이 더 행복하다. 무언가를 쓰고, 다음 쓸 것들을 기다리는 그 공백기를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내가 쓴 이야기는 모두 나 혼자 썼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듣고 보고 대화하면서 생각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옮겨 적었을 뿐이다. (……) 밖으로는 소설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내심 무언가를 기대했던 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소설을 이용해서 내가 더 멋져 보이고 싶은 건 아닌지, 그걸 너무 의식하고 있던 건 아닌지…… 진짜는 내가 아니고 싶어서 뭐라도 자꾸 쓰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 부담스럽게 만든다. (……) 한 권을 묶고 정리하는 동안 내가 쓴 소설들이 너무 못나 보인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었다. 나는 종종 어떤 일에 오기를 부리거나, 내가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는데 지금도 그때와 거의 비슷한 기분이다.
-임현(작가의 말) 중에서
               

                                                              
해설 중에서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것은 곧 세상 사람들이 모두 천사는 아니라는 의미일 터이다. 이 문장을 어떻게 읽을지는 당신 마음이다. 나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면 확실히 우리 중 누군가는 천사가 맞는 것도 같고,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면 확실히 우리 중 누군가는 천사가 아닌 것도 같은데, 저게 각기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것같이 들릴 때면 여기 천사가 있기는 한 건가 싶어진다. 하긴, 나라고 뭐 달랐겠나. 그러한지라 그 누구도, 하물며 (읽는) 너와 (쓰는) 나조차도 완전히 옳을 수는 없다는 임현의 소설에 나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러니까 애를 쓴들 불행히도 우리는 거의 옳다. 이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애를 써도 조금씩은 그르다는 건 차라리 다행이지 않은가. 그건 인간이 ‘우리’여야 한다는 말일 테니까. 어, 그게 맞는 것 같다.
-황현경(문학평론가)
            

                                                                  
줄거리

가능한 세계


미래를 본다고 믿는 주인공 아홉 살 소년과 그를 지켜보는 엄마는 늘 불안하다. 소년이 말하는 미래라는 것이 모조리 비극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로서의 미래와 끔찍한 사고, 엄마의 죽음 등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촌극들.

 

고두叩頭

여고의 윤리 선생님으로 갓 부임한 젊은 교사 시절의 ‘나’는 안 좋은 소문이 돌던 제자 ‘연주’가 실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집에 바래다주지만 그 뒤 ‘연주’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로부터 15년 뒤, ‘나’는 제자이자 전교회장인 ‘나’의 반 학생이 폭행 시비에 휘말려 사경을 헤매는 병원의 로비에서 가해자 학생의 엄마 ‘연주’를 만나게 되는데…….

 

엿보는 손

소설가인 ‘나’는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인 유제호의 『당신과 다른 나』의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 페이지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 소설은 어디에도 발표한 적 없는 ‘나’가 쓴 소설의 앞부분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제호에게 경고의 메일을 보내지만 ‘오래전부터 선생님의 연락을 기다려왔다’는 길고 긴 답장을 받는다.

 

좋은 사람

‘나’는 고향 친구 ‘우재’가 준비하는 홍보 영상 공모전에 도움을 주고자 출연자로서 촬영 현장에 참여하지만 촬영 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훨씬 길었다. 촬영지였던 식당의 주인 남자와 대화를 트게 된 ‘나’는 후에 ‘우재’로부터 그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지만 그것은 ‘나’의 오해였고 그런 ‘나’를 향해 ‘우재’는 느닷없이 화를 낸다.

 

무언가의 끝

3층 연립 주택의 월세를 받으며 살아온 ‘나’에게는 아버지와 형, 형수가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떠나고 없으므로 집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아직 형과 형수가 있던 시절, 집에 화재가 일어나 세입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방세가 밀려 내보냈던 남자였다. 한편 아버지와 형이 죽던 날 ‘나’는 털이 붉은 토끼 꿈을 꾸는데, 불이 나던 날 밤에도 붉은 토끼 꿈을 꾸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떠올리게 된다.

 

그 개와 같은 말

‘나’는 현재의 연인 ‘세주’와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가서 전 여자친구 ‘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경’에 대해 물어온 것은 ‘세주’가 먼저였다. 한편 ‘나’는 아주 오래전, 어린 개 한 마리를 지독히 추운 한겨울에 잠시 키웠었는데, 그 개가 죽자 ‘나’의 아버지는 집 근처 들개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곳에 던져버린다. ‘나’는 세주를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개를 떠올릴 뿐이었다.

 

거기에 있어

‘무영’과 ‘은우’는 신혼여행 길에 숲속에서 젊은 사내와 노인을 만나 기묘한 사고에 휩쓸린다. 결국 그 일로 인해 오른팔을 잃게 된 ‘무영’은 퇴원한 후에도 불면증과 가려움증, 망상에 시달리게 되고 ‘은우’는 그런 ‘무영’을 보며 불안함과 두려움에 빠져든다.

 

종종 자신과 꼭 닮은 다른 사람으로 오인받곤 하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 어느 날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남편은 파출소에 진술을 하고 돌아오는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아내인 ‘나’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남편을 위로하지만 남편은 도리어 화를 낸다. 그날 이후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남편의 망상은 심해지기만 한다.

 

말하는 사람

‘나’는 유스호스텔에서 만나 알게 된 ‘문영’과 가까워졌지만 어느 결에 멀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 ‘문영’이 낸 책을 보게 된 ‘나’는 그 책의 많은 내용들이 ‘문영’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사실 ‘나’는 그 지역에 재혼해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간 것인데, 어머니는 남자와 함께 창고 같은 가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뒷목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나’는 남자를 의심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결코 ‘문영’에게 꺼내지 않는다.

 

불가능한 세계

‘소진’의 아버지 ‘장 교수’는 은퇴한 전산학 교수로 어떤 난제도 풀 수 있는 다항식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지만 ‘소진’은 과도하게 연구에 매달리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와의 불화에 시달리는 ‘소진’은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임신을 하지만, 남편 ‘민재’는 그녀의 근거 없는 불안과 과도한 의심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본문 중에서

“아시다시피 나는 미래에 대해 알고 있어요. 대략 앞으로 30년 정도까지는요. 다른 말로 하자면 30년 정도를 미리 살아버렸다는 뜻인데, 그러니까 서른아홉 살의 논리로 보았을 때 나는 전혀 특별한 게 아니거든요. 엄마는 올해 고작 서른다섯이에요.”
스물일곱 살의 선생님은 다시 전화할 것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걱정하며 전문적인 치료를 권할 가능성이 높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하지만 이건 망상이나 허언증과는 달라요. 우리 아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날 뿐이에요. 병이라기보단 그냥 상상력의 문제라고요. 제 아빠를 너무 일찍 잃은 대신 얻은, 일종의 대체재 같은 거요.”
예상할 수 있는 엄마의 답변.
-「가능한 세계」, 13p

 

떠나던 날, 유복했던 그 여학생만이 나를 배웅해주었다. 모두가 애써 모르는 척하는데도 복도에서 마주치자 허리를 숙였단다. 안녕히 가시라고, 고생하셨다고. 고마웠지. 악수를 하고 싶었다. 그 애가 그러더구나.
“손 치워, 이 개새끼야.”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지.
“아, 죄송해요. 부모님께서 위급할 때 그러라고…… 그래도 된다고, 그런데 제발 손 좀 치워주세요.”
-「고두叩頭」, 53p

 

선생님, 나는 오래전부터 당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들킨 적 없는 내 아버지의 내면을 알아본 당신처럼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읽은 것을 따라 읽고, 당신이 쓴 내 아버지라는 인물을 베껴 적었습니다. 나중에는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당신이 쓸지도 모를 이야기를 예상하며 써나갔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아버지의 삶을 당신이 썼듯 나도 당신의 내밀한 부분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이 연락해올 그날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라면 내가 당신을 정확하게 이해해왔다는 것을 확인받는 셈이 될 테니까요. 부탁입니다. 나를 만나러 와주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여전히 내 말을 믿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얼마든지 그 의심을 해소해드릴 수 있습니다. 선생님, 함부로 당신의 책장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아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얼 쓰든 간에 나는 당신의 입장이 되어 앞으로 당신이 쓰게 될 모든 문장들을 먼저 쓰게 될 것입니다.
-「엿보는 손」, 82~83p

 

무슨 말이 그래?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 착하다, 좋다, 그런 건 일종의 상태 아니냐? 그랬다가 안 그러기도 하는 거 아니냐? 그냥 너랑 나 같은 사람이잖아. 그 애가 죽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원래 질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죽으면 너는 뭐라고 말할 건데? 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 왜 다들 무책임하게 좋았다고만 해? 불쌍하니까, 씨발 존나 불쌍하니까 다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생각하라는 거야, 뭐야? 그럼 좋은 사람 이외의 그 애는 다 어디로 가는데? 어떻게 좋은 게 그 애의 전부야? 왜 함부로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좋은 사람」, 115p

 

형이 죽었다. 형이 죽은 것은 예상치 못한 사고 때문이었다. 목격자가 있어서 자세한 정황을 들을 수 있었는데 승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형을 치었다고 했다. 공중으로 떠올랐고,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바닥에 떨어진 형을 밟고 미끄러졌다고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퇴에 빠졌으나 형은 그곳에서 즉사했다. 나중에 나는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아스팔트 위로 무언가 고였다 마른 자국을 보았다. 그 자리쯤에 붉은 토끼가 머물러 있었다.
꿈에 토끼를 보았다. 털이 붉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랬는데도 왜 여태껏 모르고 있었나. 아버지가 죽던 날에도 지하방의 그 남자가 불에 타 죽을 때도 모르고 있었다. 꿈에 붉은 토끼를 보았으니 차 조심해라 형, 왜 그렇게 말해주지 못했나.
-「무언가의 끝」, 141p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세주와 크게 싸우게 된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화해하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같은 이유로 언성을 높인 뒤 연락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나는 어떤 말로든 세주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겨울에 죽은 그 개뿐이었다.
-「그 개와 같은 말」, 173p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분명 그날 이후로 은우는 무언가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은우는 알지 못했다.
어느덧 호숫가의 인적은 바람에 쓸려 간 듯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더 어두운 무영의 형체만 서 있을 뿐이었다. 은우는 묻고 싶었다. 당신이 오역한 문장을 고쳐놓은 것을 보았느냐고. 아직 무영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늦은 가을이었다. 은우는 혼자 남는 일이 가장 두려웠다.
-「거기에 있어」, 201p

 

“모두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을 거야. 당신도 봤어야 해. 정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욕실에 들어가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하고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그게 자기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예요.
“알 수 있어. 내가 어떻게 당신을 몰라.”
무너지는 남편을 보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여보, 나는 당신 같지 않아. 당신처럼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고.”
-「외」, 225p

 

그들에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어 보였다. 당연하고 일상적이며 전혀 도드라진 데가 없는 생활이었다. 이런 식의 사소한 견해 차이조차 어느 가정에서나 겪고 있는 평범한 갈등일 뿐이었다. 다만 그런 것들 가운데 언제든지 다르게 보일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혼자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았을 때 소진은 왜 이제껏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나, 내가 나를 부르는 것뿐인데 무슨 이유로 슬퍼지는가,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에 빠져버린 적도 있었다.
-「불가능한 세계」, 2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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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