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시와 시인에게 주어지는, 69회를 맞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문학상인 <현대문학상>의 올해의 수상자와 수상작으로 김복희의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선정되었다. 심사는 2022년 12월호~2023년 11월호(계간지 2022년 겨울호~2023년 가을호) 사이,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후보작으로는 권박, 「십 리」 외 6편 김리윤, 「깨끗하게 씻은 추상」 외 6편 김은지, 「네 번 환승해서 탄 전철에는 웹툰 읽는 할머니」 외 6편 민구, 「걷기 예찬」 외 6편 박소란, 「병중에」 외 6편 서윤후, 「들불 차기」 외 6편 신동옥, 「현관에서」 외 6편이 선정되었다.
목차
수상작
김복희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13
지옥에 간 사람들은 꽃을 심어야 한다 15
천국 18
서울 20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23
네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일 25
무주지 28
수상시인 자선작
김복희
속삭이기 33
가변 크기 35
빗나가며 명중하는 37
제단에 바치는 시 39
기척 41
노을 43
오려내는 힘 45
유년 47
수상후보작
권박
십 리 53
쌀과 밥 56
불법 60
탄천 63
에서부터 66
결점과 오른쪽 68
통발 70
김리윤
깨끗하게 씻은 추상 77
전망들 82
손에 잡히는 86
전망들 91
부드러운 재료 94
재료의 기계적 성질 98
가변 테두리의 사랑 102
김은지
네 번 환승해서 탄 전철에는 웹툰 읽는 할머니 109
눈 조금 내릴 수 있을까요 112
스포가 아닌 것 116
빔포인터 116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118
아무리 여름을 좋아해도 어쩔 수 없어, 가을에서 좋은 점을 찾아봐야지 120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 122
민구
걷기 예찬 127
행복 129
돌을 만지는 사람 132
평평지구 135
선 138
축시 쓰기 140
햇빛 142
박소란
병중에 145
물을 계속 틀어놓으세요 150
건빵을 먹자 153
관 156
그 병 159
내자동 162
옛날이야기 165
서윤후
들불 차기 171
킨츠기 교실 175
사프란 178
여진 속으로 180
나이트 글로우 182
여름 테제 184
아무도 없는 우리―겨울 밀화 186
신동옥
현관에서 191
성북천 195
자작나무의 시 198
왕십리 202
못이 자라는 숲 204
가산에서 207
안반데기 210
심사평
예심
박상수│ 그대들은 천사 없는 현실을 어떻게 살 것인가 215
안미옥│ 나답게 쓴다는 것 220
본심
김기택│ 몸 없는 이들의 존재를 느끼는 감성 223
임승유│ 인간을 초과하는 목소리 226
수상소감
김복희 |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229
심사평
김복희의 시에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의 그 이상한 시선, 죽은 자의 눈, 귀신이나 천사같이 있으면서도 없는 존재의 눈, 제3의 눈이 있다. 이 시선은 산 자와 천사·귀신의 구별을 지우고, 현실과 지옥·천국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낯선 시적 공간을 만든다. 이 시적 공간은 나와 타자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인간과 사물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일상과 사회의 토대 위에 있어서 강한 현실감과 공감을 끌어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화자가 이 시선을 느낄 때, 몸 있는 존재와 몸 없는 존재, 지상적 존재와 천상적 존재가 내적 유대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기택(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김복희의 시 끝에 가서는 시를 읽기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지점에 서 있게 된다. 그리고 시에서 운용한 시어들의 위상이 달라져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런 일들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태를 건너뛰지 않고 매 순간을 있는 대로 겪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치우침의 언어로는 사태를 바꾸기 어려우니까 어디에나 만연해 있는 언어와 어법을 가져다 쓰되 살짝 꼬집는 정도의 힘을 가해 변형하기 때문일까. “천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 가볼 작정이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휘청, / 서울까지 따라”오는 천사가 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목소리를, 인간을 초과하는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이견 없이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임승유(시인)
수상소감
저는 시가 당장의 소용이 있다거나 티끌 없는 위로가 된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소용과 위로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떤 시가 가닿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시의 기이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물론이고 누구도 준비한 적 없는 선물을 받았다는 독자들을 만나면 놀랍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김소월과 박목월의 시가 제 목을 축여주었던 것도 떠오르고요.
좋은 상을 받았으니 저 역시 누군가에게 김복희의 시가 작은 해골바가지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목마른 사람 앞에서 알짱거리는 해골바가지……입니다. 깨끗하게 씻은 해골바가지로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전에 잠시 입술을 적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알았던 사람들의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마셨던 모든 물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시에 잘 이용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이어보겠습니다.
―김복희(시인)
수상후보작
권박, 「십 리」 외 6편
김리윤, 「깨끗하게 씻은 추상」 외 6편
김은지, 「네 번 환승해서 탄 전철에는 웹툰 읽는 할머니」 외 6편
민구, 「걷기 예찬」 외 6편
박소란, 「병중에」 외 6편
서윤후, 「들불 차기」 외 6편
신동옥, 「현관에서」 외 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