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발레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총연습이 진행 중인 공연장, 발레단의 사무국장 미치요에게 가가 형사가 찾아온다. 사무국 직원 히로코의 의문의 추락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 미치요는 히로코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타살이라면 어떻게 아무 소란도 없이 성인을 발코니에서 추락시키느냐는 것인데……. 덫을 놓아서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가가 형사와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범인, 그 치밀한 심리 게임!
「차가운 작열」
무더운 여름날, 퇴근해 돌아온 요지는 욕실에서 아내의 시체를 발견한다. 설상가상으로 돌 된 아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런데 사건 현장인 요지의 집에 이상한 점이 있다. 전기 차단기가 내려갔었고, 갓난 아들을 찜통 같은 방에 재웠던 흔적이 있는 것. 게다가 아내는 면식범에게 살해된 듯한데……. 과연 아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작은 단서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가가의 명추리가 돋보인다.
「두 번째 꿈」
엄마 마치코와 딸 리사, 두 모녀가 사는 집에서 엄마의 애인 모리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끈으로 교살된 모리를 죽인 범인은 여자로서는 불가능한 엄청난 힘의 소유자. 즉각적인 혐의는 벗었지만 살해 추정시각 두 모녀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없는데……. 딸을 통해 자신 꿈을 실현하려는 엄마와, 기계체조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딸, 그리고 두 모녀를 주시하는 가가의 눈동자. 과연 모녀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어그러진 계산」
얼마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나오코. 슬픔에 잠겨 있는 나오코의 집에 가가 형사가 찾아온다. 나오코에게 행방불명된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 가가 형사. 사진 속에는 나오코 부부의 집을 관리하는 건축사의 얼굴이 담겨 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한 남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밝혀지는 세 사람의 애증의 고리! 그 끝에서 가가 형사가 발견한 그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친구의 조언」
유능한 사업가 하기와라는 대학 동창인 가가 형사를 만나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문병 온 가가 형사는 자신이 아는 하기와라는 절대 졸음운전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하기와라와, 친구를 계속 추궁하는 가가 형사.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 끝에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와 가가 형사의 따뜻한 우정!
본문에서 ●
“자살자의 심리라는 건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한 면이 있거든요.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자살의 경우에도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의 분위기 등으로 마음이 바뀌는 일도 많다더군요. 자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제대로 죽지 못하는 거예요. 실제로는 7층 높이라면 어디에 떨어지건 확실하게 즉사하지만, 아무래도 콘크리트 바닥에 곧바로 부딪쳐야 자살에 성공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겠지요. 그런 점에서 그 발코니 아래의 풍경은 자살을 포기할 만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자살이라는 걸 부정하는 근거가 겨우 그것뿐인가요?”
“아뇨, 이건 근거라고 할 정도의 사항은 아닙니다. 단순한 느낌이지요.”
_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3 / 21쪽에서
“네, 당신의 범행은 완벽했어요. 쓸데없는 말을 지어내지도 않았고, 오히려 최대한 거짓말을 줄이려고 연구했지요. 우리는 아무리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어도 결정타가 없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바로 그 약점을 찌른 거예요. 당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거짓말을 딱 한 개만 더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_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5 / 53쪽에서
그것은 더할 수 없이 불쾌한 생각이었다. 그 상황에서 생각난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극한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희미한 흠을 놓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요지는 미에코의 몸을 밀쳐냈다. 아내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향해 그는 물었던 것이다.
“당신, 또 거기 갔었어?”
_ 「차가운 작열」 7 / 104쪽에서
“하기와라. 사실대로 말해줘. 너는 틀림없이 뭔가를 마셨을 거야. 만일 잊어버렸다면 기억해내도록 노력해줘.”
갑자기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하기와라는 느꼈다. 말을 하면 목소리가 갈라져 나올 듯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 서 낭패한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그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다.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네. 내가 대체 뭘 먹었다는 거지?” 가가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그 목구멍의 움직임으로 알았다. 평소보다 한층 더 우묵하게 보이는 눈두덩 안쪽에서 가가는 지그시 시선을 던져왔다.
“수면제야.” 친구가 말했다. “너는 수면제를 먹었어.”
_ 「친구의 조언」 3 / 256~257쪽에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차가운 작열
두 번째 꿈
어그러진 계산
친구의 조언
옮긴이의 말ㆍ작은 공간에 응축된 추리의 재미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
일본 추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비밀』(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용의자 X의 헌신』(제134회 나오키상,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제7회 주오코론문예상) 『몽환화』(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기도의 장막이 내려질 때』(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 『그대 눈동자에 건배』 『위험한 비너스』 『백야행』 『유성의 인연』 <라플라스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외 다수가 있다.
옮긴이 양윤옥 ●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 『별이 총총』,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대 눈동자에 건배』 『위험한 비너스』 『유성의 인연』 <라플라스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가가 형사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 10년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소설가(교보문고 2019년 1월 집계),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가가 형사 시리즈>가 한국 출간 10여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불세출의 형사 가가 교이치로. ‘가가 형사’는 시리즈 캐릭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히가시노가 이례적으로 30년 가까이 애정을 쏟으면서 성장시킨 인물로, 작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이자 그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1986년, 20대 후반의 풋풋한 신인 작가 히가시노가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졸업』에서 처음 등장시켰던 대학생 ‘가가 교이치로’는, 이후 『잠자는 숲』(1989)에서 형사로 변신해 10권의 작품에서 활약한다. 각 권에서 가가가 형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은 곧 그를 탄생시킨 추리소설가 히가시노의 변화, 발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서 기능한다. 탄탄한 트릭의 재미를 선사하는 『졸업』에서 시작하여, 히가시노표 로맨틱 미스터리의 첫 주자인 『잠자는 숲』, 마지막까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구성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1996) 등 초기 작품군에서는 가가의 놀라운 추리력 속에서 작가의 거침없는 발상과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90여 권에 이르는 히가시노 전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악의』(1996)에서 ‘인간의 심리를 가장 완벽하게 꿰뚫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추리소설을 쓰는 독보적인 작가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었으며, 나오키상 수상 이후의 첫 작품인 『붉은 손가락』(2006)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문학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새롭게 선보인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은 ‘가가 형사’의 대학 시절부터 네리마 경찰서 소속 형사 시기까지를 다룬 7권의 작품을 아우른다. 개정판에서 옮긴이 양윤옥은 10여 년 전 자신의 번역을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뀐 한글어문규정을 적용하고 기존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를 바로잡은 것은 물론, 권별로 문장 전체를 3,000군데 이상 다듬어 읽는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각 권에 대한 기발한 해석이 빛나는 그림작가 최환욱의 표지화로 시리즈로서의 통일성을 더하여 소장 가치를 높였다.
그의 미스터리에는 평범한 삶 속의 뒤틀림을 아프게 바라보는 공감이 있고, 명랑하지만 섣부르지 않은 희망이 있다. 잔혹함에의 호기심이나 배배 꼬인 내성적 기척은 과감히 생략하는 선 굵은 전개, 추리에의 진지한 실험, 현실을 단단히 짚고 선 치밀한 상상력이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했던 번역 문장을 한 줄 한 줄 수정하면서 말은 시간과 함께 거듭 태어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가 형사 이야기는 이번 개정판으로 신기하게도 바로 오늘을 사는 소설로 부활했다. 한달음에 세월을 건너뛰는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였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독자에게 성큼 옮겨온 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_ 옮긴이 양윤옥,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에 부쳐
도서 소개 ●
비밀을 간직한 다섯 명의 사람들, 그리고 다섯 가지 이야기
가슴 아픈 거짓말이 불러온 파멸의 미스터리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응축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이듬해부터 30년 넘게 함께해온 ‘가가 형사 시리즈’ 유일의 단편집. 미스터리 단편 미학의 정수를 보인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자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짧은 지면 안에 압축시켰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발레리나, 결혼과 출산 뒤 답답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금지된 곳을 찾는 주부,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 실현시키려는 억척 엄마, 강압적인 남편에 짓눌려 살다가 불륜에 빠지는 아내, 아내의 불륜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오늘의 사건 사고’ 같은 이야기들이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을 거쳐 인간의 삶이 담긴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통속적인 사건 속에서 만나는 인간의 본질
사회 비판적 주제의식 속에 스며든 탄탄한 오락성
‘가가 형사 시리즈’ 중 6번째 작품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전향한 상징적인 작품집이기도 하다. 개인의 비극, 그 이면에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작가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 혹은 소설가의 상상력에서 기인한 이야기들을 통해 붕괴되는 가족, 무감성의 젊은 세대 등 일본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이후 발표한 『붉은 손가락』 『잠자는 숲』을 비롯한 여러 대표작들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단편집이라는 의미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회 비판적 주제의식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탄탄한 재미와 감동, 이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사회적 명성이라는 허상, 붕괴되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 무감성의 젊은 세대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짚은 작품집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범인 찾기, 교묘한 트릭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적 재미는 매번 독자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특히 이번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는 범인과 그 피해자의 심정을 간파하는 가가 형사의 심리전이 주목할 만하다. _ 「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