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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와 여행하는 남자 楽譜と旅する男

  • 저자 아시베 다쿠 지음
  • 역자 김은모
  • ISBN 978-89-7275-950-8
  • 출간일 2018년 12월 25일
  • 사양 308쪽 | 104*182
  • 정가 12,000원

잠들어 있던 악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거기에 얽힌 사랑과 추억, 어두운 과거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악보를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는 한 남자
그가 전하는 여섯 편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음악 기담

“그래 그러니까…… 한 달에 몇 번인가 그 저택에서 어쩐지 기묘한 음악이 들릴 때가 있었대. 오팔 고모가 피아노를 치는 소리였는데,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멜로디였다나.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럴듯한 곡을 딱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하기야 그건 전쟁이 끝난 지 한참 뒤였지만. 독일인과 일본인이 난리를 치던 무렵에 난 아직 한참 어린애였거든.

분명 무슨 심부름을 하러 베커넘에 갔을 때였을 거야. 저택이 늘어선 마을 안쪽에서 참으로 기묘한 곡이 들려오기에 뭔가 싶어 무심코 귀를 기울이는데, 마침 근처 집에서 나온 부인이 걸음을 멈추고 대뜸 중얼거리더구나.

‘어머, 오랜만에 저 곡을 듣네. 아직도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걸려서 물어보니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가끔 그 곡이 흘러나왔다는 거야. 그것도 다른 곡 말고 딱 그 곡만. 부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이야기도 들려줬어.

‘저 곡이 들린 날에 코틀랜드 씨 댁에 간 적이 한 번 있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더라고. 분명히 있는 줄 알았는데…….’

_20~21쪽, 「증대고모 오팔의 이야기」

 

 

나는 들끓는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몸을 숨기고 있던 고무나무 뒤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광장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비탈을 처음에는 종종걸음으로 내려가다 점차 속도를 높여 뛰어 내려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때는 무아몽중의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 다정하고 마음 넉넉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한자리에 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내 바람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난입하는 기척과 발소리에 뒤를 돌아본 사람들의 얼굴은 먼저 놀라움으로 가득 찼고, 그건 예상한 범위 내였지만, 이어서 추하게 일그러졌습니다. 공포, 질색, 증오……. 외지인인 나를 따듯하게 받아들여준 관용과 아량은 남녀노소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연주되던 음악이 딱 멈췄습니다. 무서운 정적과 침묵이 순식간에 주변을 감쌌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엄청난 금기를 범하고 말았음을, 그리하여 신성한 의례를 방해하고, 그들에게 소중한 의미를 띤 음악을 중단시켰음을…….

_129~130쪽, 「성채의 망령」

 

두 분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끔은 이런 변칙적인 의뢰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 제 본분은 악보 찾기입니다. 런던 교외의 고독한 부인이 연주하던 곡이든, 결국 일류는 되지 못했던 잘츠부르크의 작곡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쓴 곡이든,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인도네시아의 민속 음악이든, 루마니아의 과자 상인이 사용한 곡이든, 서태후를 위해 쓴 경극이든, 악보라면 뭐든지 찾아드립니다.

“그런데 이 ‘침대 가장자리’는 무슨 뜻이야?”

“이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지만 내가 옛날에 살았던…….”

다시 감미롭고 친밀하게, 온몸으로 기쁨을 분출하며 대화를 나누는 두 분을 뒤로하고 저는 살며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악보를 구해서, 악보를 찾아서, 악보를 안고 여행하는 나날이. 여러분도 혹시 찾으시는 악보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_301~302쪽, 「비희극이라면 디오라마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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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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